[신년기획9] 산업현장 안전에 미래 달렸다-중대재해법 4년 차 ‘처벌 만능주의’ 실효성 논란

2026 신년특집 2026-01-05

■ 2025년 산업재해 분석, 사고 건수 줄었지만 사망 인원 증가…대형화되는 산업재해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2년 산업 현장에서 사망자 발생 등 중대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최고책임자 등을 처벌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해(2025년) 산업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중심 시행이 비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457명(440건)으로 전년 동기 443명(411건) 대비 14명, 3.2% 증가했다. 사망사건 수는 줄었지만, 다수가 사망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서 인원수에서는 증가세를 보인 것.

업종별로는 최대 사고발생지인 건설업에서 누적 210명 사망, 200건 발생으로 전년보다 7명(3.4%) 증가했다. 발생 건수는 전년과 동일했다. 

철강·금속업이 포함된 제조업에선 누적 119명 사망으로 건설업 다음으로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많았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5명(11.2%) 감소하는 나름의 유의미한 감소세를 기록했다. 다만 사망사고 건수로는 올해 3분기 누적이 115건으로 전년보다 7건 증가했다.

 

건설업과 제조업을 제외한 기타업종에서는 산업재해 사망자가 128명 발생하여 전년 동기 대비 22명(20.8%) 급증하였는데, 사망사건 수로도 125건을 기록하여 전년 동기보다 22건 증가했다.

사업장 규모별로 다시 살펴보면 50인 이상 고용 및 매출 50억 원 이상 사업장에서는 산재 사망자가 182명(17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명 감소(4건 증가)했다. 반면 50인 이하 고용 및 매출 50억 원 이하 사업장에서는 사망자 275명(27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명, 25건이 증가했다. 안전관리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 사업장이 중견·대기업급 사업장보다 사망자 수와 사망사고 건 모두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처벌 위주 정책이 일부 한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 수가 늘어난 점과 소규모 사업장, 비(非)제조 부문에서 특히 사망 건수가 늘어난 점이 이 같은 분석을 증명하고 있다.   

노동부는 “건설업은 지난해 2월에 발생한 대형 사고(기장 화재사고 6명, 세종-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 4명)의 영향도 있었으나, 공사 기간이 짧고, 안전관리 수준이 열악한 5억 원 미만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9명이 증가한 것이 증가 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사업장 규모가 영세하고 안전관리 수준이 열악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자가 늘어난 것도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 유형별 분석-산재 사망 인원 및 건수 1위 모두 '떨어짐'/기인물은 ‘건축·구조물 및 표면’

- 경기·경북·경남 등 인구에 제조업 발달 지역에서 사망산재 발생↑…외국인 사망 13%

사망사고 기준 산업재해 유형별(산업구분 무관) 통계는 ‘떨어짐’이 199명으로 2025년 사고의 43.5%를 차지하며 가장 흔한 사고로 분석됐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떨어짐 사망자는 전년 동기 163명보다 36명이 증가하여 증감률 22.1%를 기록했다. 이에 각 사업장의 떨어짐 사고 예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떨어짐 사고는 흔히 생각하는 대형 구조물 및 고층 건물이 아니더라도 설비, 지붕, 제품, 이동수단 등에서 벌어질 수 있는 유형으로 사업장별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그 뒤를 이어 ‘물체에 맞음’이 사망자 56명으로 2025년 사망 사고의 12.3%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6명(9.7%) 감소했지만 10%가 넘는 사고 유형인 점을 감안해 안전모 착용, 소재 및 제품의 단단한 고정, 무리한 재고 및 제품 높게 쌓기 금지 등의 대응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사망자 발생 3위 유형은 ‘부딪힘’으로 37명이 발생해 전체 사고의 8.1%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11명, 22.9% 감소했지만 주요 사고 유형으로 분류된다. ‘부딪힘’ 유형은 작업 중 작업자가 다양한 물체(차량, 설비), 구조물(벽, 배관)에 강하게 접촉하거나 사람 간의 충돌로 발생하는 사고로, 물체가 직접 작업자를 향해 떨어지거나 날아와 사람에 피해를 주는 ‘물체에 맞음’ 유형과 구분된다. 

이후 사망사고 순위에는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주로 발생하는 ‘끼임’과 ‘깔림&뒤집힘’ 등이 사망자 발생이 37명, 30명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명(22.9%↓) 감소, 6명(9.7%↓) 감소했다. 이밖에 유형을 묶은 ‘기타’는 90명(전년 동기 대비 10명, 10% 감소)으로 전체 사고의 19.7%를 차지했다. 

사망사고 건수 기준으로도 사고가 많은 순위는 ‘떨어짐(198건/전년 동기 대비 21.5% 증가)’, ‘물체에 맞음(56건/9.7% 감소)’, ‘부딪힘(44건/12.8% 증가)’, ‘끼임(37건/22.9% 감소)’, ‘깔림&뒤집힘(30건/7.1% 증가)’로 사망자 수 기준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기타’ 사망사고 건수는 75건으로 5.6%가 증가했다.

 

사고를 기인한 장소나 물체 등을 기준으로는 ‘건축·구조물 및 표면’이 사망자 190명 발생으로 가장 많았다. 사고 유형에서 ‘떨어짐’이 전체 사망 사고에서 사망자 기준 43.5%, 사망사고 건수 기준 45%로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건축·구조물 및 표면으로 떨어지는 유형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어서 기인물 기준 발생 원인 2위는 ‘운반 및 인양 설비·기계(85명)’로 건설업이 해당하는 부분이 있지만 넓게는 제조업에서 주로 발생하는 장소 또는 물체다. 아울러 기인물 기준 발생 수 3위는 ‘제조 및 가공 설비·기계(57명)’로 조사됐다. 

이는 철강금속업에 보다 직접적으로 속한 기인 장소 및 물체들이다.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일수록 운반과 설비, 기계운용 등에서 위험성이 가중되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철강·금속 업계와 밀접한 ‘부품, 부속물 및 재료’ 부문의 경우는 사망자 수가 28명으로 전년 동기 4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 자체 사고 방지 노력이 강화됐고 현장 인식 개선과 교육, 안전설비 투자, 안전 컨설팅 등이 활발해 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그 밖의 특징으로는 지역별에서 경기도(93명), 경상북도(52명), 경상남도(42명), 서울(41명), 전라남도(36명), 충청남도(29명), 부산(27명) 순으로 사망자가 많았는데, 이는 광주(8명), 대전(5명), 제주(4명), 세종(0명)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건설 및 제조업 등의 산업이 발달한 지역일수록 사고 건수가 많았단 평가다. 다만 경기도의 경우 가장 많이 사망자 수가 발생했지만, 지난해보다 사망자 수가 31.6% 줄어드는 등 지역별 상황이 매우 상이(경북과 경남은 전년 대비 67%, 50% 급증)했다.

또한 전체 사망자 457명 중 외국인은 60명으로 사망자의 13.1%가 해외에서 온 근로자들이었다. 산업별로는 건설업 210명 사망자 중 27명(비율 12.9%)이, 제조업 119명 중 18명(15.1%)이, 기타 128명 중 15명(11.7%)이 외국인이었다. 전 산업에 통틀어 내국인 근로자가 훨씬 많음에도 외국인 사망자 비중이 적지 않았다. 

이는 건설 및 제조업 등에서 외국 노동자 비율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언어적 소통의 어려움과 지역·민족별 문화 차이 등으로 사고가 상대적으로 발생하기 쉬운 환경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철강·금속 업계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에 맞춘 안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 정부의 2026년 산업안전 정책은? 산업 지원책도 있지만 여전한 처벌 중심 대책 

정부는 지난해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올해 산업재해 예방 예산으로 2조 723억 원을 투입하여 재정·인력·기술 등을 종합적 지원에 나설 계획을 밝혔다.

먼저 10인 미만 사업장(50억 미만 현장)의 추락·끼임·부딪힘 사고 예방을 위한 설비·품목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데 433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기로 했다. 또한 스마트 안전장비 지원에 370억 원을 지원하여 부처 간 협업 등을 통해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산업안전 분야에 도입·확산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소규모사업장이 밀집한 지역산업단지 등에서 공동안전관리자를 채용토록 노·사 협·단체 등과 협업하고 자부담률을 낮춰 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자 선임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중상해재해(요양기간 90일 초과) 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선제적 컨설팅을 8천 개소 이상에서 실시하여 위험요인 개선을 위해 재정지원과 연계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망자 유형에서 나타났듯, 외국인 노동자 사망 및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외국인(E-9, H-2) 사망사고 발생 시 사업주에 대한 외국인 고용제한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강화하고 장기근속 등 역량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외국인 안전리더로 지정(올해 200명)하여 안전교육 및 노하우를 전수하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더불어 정부는 외국인에게 적합한 모국어·쉬운 한국어 기반 기초 안전교육 온라인 과정을 운영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이 중대재해 예방 대책 및 2026년 노동안전 정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이 중대재해 예방 대책 및 2026년 노동안전 정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중기 대책으로 2028년까지 점검·감독 사업장을 61만 개소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에서 고용노동부는 감독 대상 사업장을 2028년 7만 개소(2025년 2.4만 개소)로 대폭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도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2028년까지 3만 개소를 점검·감독하기로 했다.

정부 노동안전 정책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은 노동자 중심의 ‘작업중지권’ 행사 부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작업중지권을 노동자가 직접 작업중지 또는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신설하고, 작업중지 행사 요건도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을 기존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서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완화했는데, ‘위험’이라는 보편적 인식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우려’라는 모호하고 상당히 주관적 판단을 기준으로 바꾼다는 점에서 현장 혼란 및 노사갈등 요소가 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어떠한 조짐이 확인되거나 과거 유사 사례 발생, 시각·청각·후각 등으로 인지·확인 가능한 위험 요소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 ‘사고가 이러한 식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생각만으로도 전체 작업이 무기한 중지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작업중지권 행사가 약 9만 3,000여 건이 행사됐는데 올해부터는 행사 건수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철강금속 업계 등 제조업계 및 건설, 조선, 플랜트, 자동차 등 수요 업계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한국철강협회, 중대재해법 대응부터 보건협의체까지…‘철강 안전 로드맵’ 가동

철강 부문 대표 단체인 한국철강협회는 철강·금속 업계에서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안전문화 전파와 교육 확대를 위한 여러 노력을 수행하고 있다.

먼저 한국철강협회의 경우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 화학사고예방과 손성길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베스틸·KG스틸 등 주요 회원사 11개사의 철강업계 최고안전책임자(CSO) 등을 초대해 ‘철강업계 CSO 안전보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산업재해 예방의 중요성을 환기하고 산재 근절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철강업계의 우수 안전관리 사례도 함께 공유됐다.

이 자리에서 철강업계는 작업환경 개선과 스마트 안전기술 도입 등 주요 안전관리 사례를 공유하고, 정부와 함께 재해 예방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철강협회는 12월 철강산업의 중대재해 예방과 디지털 기반 안전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12월 18일 대전 문화공간예능에서 『2025년 철강안전 교류회』를 열었다. 철강업계 전반에서 AI·데이터 기반 안전관리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업계 간 사고 사례와 최신 안전관리 기술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 역량을 강화하는 데 힘썼다.

이어 참석한 철강사 안전담당 임직원들은 중대재해 발생 현황과 주요 위험요인, 대응 프로세스를 중심으로 각 사의 안전관리 성과와 대응 사례를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통해 실무 경험을 공유했다. 이를 통해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안전관리 노하우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 철강협회는 향후에도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교류회 운영과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역량 강화 지원, 유관기관과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업무협약, 철강산업 보건협의체 개최,  철강업종 특성을 고려한 MSDS 교육 및 홍보 확대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한국철강협회가 지난해 12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회원사 안전담당부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철강안전 교류회를 개최했다.한국철강협회가 지난해 12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주요 회원사 안전담당부서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철강안전 교류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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