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5] 美 고관세 대응, 철강업계 현지 진출 확대

2026 신년특집 2026-01-05

높은 관세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해외 공장 증설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상호 관세율이 낮아졌지만 철강 및 알루미늄 부문은 기존 50% 고율 관세가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협상의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철강 부문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며 수출 물량 감소 등 단기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 관세 협상 타결에서 철강의 50% 관세는 유지됐다. 이번 회담에서 철강 부문은 일찌감치 협상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 50% 고율 관세의 배경은 미국이 철강을 안보 핵심 품목으로 지정하고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부과됐다. 미국은 ‘러스트벨트 고용 보호와 자국 산업 부흥’을 위해 협상 초기 단계부터 철강 부문은 조정 불가 품목으로 분류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국철강협회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철강재 약 276만톤 가운데 강관 109만톤, 판재(열연강판·중후판·냉연강판 등)류가 131만6,900톤, 봉형강류가 19만3,500톤가량이었다. 지난해 국내 철강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1%로 가장 크다.

전체 철강 수출액 332억9,000만달러(약 46조원) 중 42억4,700만달러(약 6조원)가 미국으로 향한 것이다. 특히 미국 내 철강 가격은 글로벌 평균보다 20~30%가량 높은 수준으로, 주요 강관사들의 핵심 수익 창출 시장으로 평가된다.

현재 국내 철강산업은 세계 및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건설 및 자동차 등 국내 산업과 철강 수요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감산 등 공급조절까지 나서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전쟁의 영향으로 글로벌 통상환경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자국내 산업보호를 위한 무역규제 또한 더욱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 또한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부담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환경은 지속될 수밖에 없어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 <편집자주>

현대제철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예정인 전기로 제철소 모형현대제철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 예정인 전기로 제철소 모형

■ 포스코·현대제철, 美 제철소 합작투자

포스코가 현대제철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일관제철소에 20%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미국 고율 철강 관세를 피해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동시에 탄소 저감 철강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포스코와 함께 미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달러를 투자해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 미국시장에서 자동차강판 특화 생산체계를 갖추고 연간 270만톤 열연·냉연도금 판재류를 공급할 계획이다.

공시에 따르면 투자비는 자기자본과 외부차입 각 50%로 구성된다. 자기자본 지분 구조는 현대제철 50%(14억6,000만달러), 현대자동차 15%(4억4,000만달러), 기아 15%(4억4,000만달러)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 전기로 일관제철소에서 생산하는 철강제품 주요 수요처다.

포스코는 남은 지분 20%를 확보하기 위해 약 5억8,000만달러를 투입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미국 내 생산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철강 제품에 부과되는 50% 관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미국은 철강보호주의 정책을 고수하며 철강·철강 파생상품에 대한 고율 관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탄소중립 대응도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미 전기로 제철소는 고로(용광로) 대신 직접환원철(DRI)과 철스크랩을 원료로 사용하는 전기로 기반 구조다. 이에 직접환원철 생산설비 DRP(Direct Reduction Plant)와 전기로를 직접 연결해 원료를 투입한다.

에너지와 운송 효율성을 높이고 직접환원철 투입 비중을 늘릴 수 있어 자동차 강판 등 고급 판재류 생산이 가능하다. 쇳물 제조 과정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방식과 달리 탄소 발생량을 약 70% 가량 줄일 수 있다.

현대제철은 재무 부담을 분산하고 투자 효율성을 높였다. 현대제철 출자금은 지분율 50% 기준 약 2조원이다.

미 루이지애나 제철소는 내년부터 착공을 시작해 미국 최초 전기로 일관제철소로 구축된다. 미시시피강을 활용한 해상 물류, 철도·육상 운송망이 결합됐고 풍부한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를 유리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을 갖췄다. 특히 천연가스를 활용해 70% 이상 탄소 배출 감축을 꾀한 후 점차 수소로 전환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 세아베스틸지주, 1500억 투자해 美 텍사스서 공장 증설

세아베스틸지주와 세아창원특수강의 북미 전기로 사업지가 텍사스 ‘템플시’로 지난 2024년 확정됐다.

사업 주체인 세아베스틸지주와 세아창원특수강은 3분기부터 템플시의 45에이커(약 18만2천 제곱미터) 부지에서 공장 건립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세아베스틸지주와 세아창원특수강은 현지 공장을 운영할 북미 법인인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를 설립한 바 있다. 2026년에 공장이 완공되면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가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현지 법인은 이미 스페이스X, 보잉, 블루오리진,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ULA) 등 미국의 우주·항공 주요 부문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고 상공정 및 열처리 시설 등의 설비 보강에 따라 추가적인 실수요 고객 및 현지 철강 유통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아베스틸지주의 미국 특수합금 생산 거점이 될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 템플 공장은 2026년 준공을 목표하고 있다. ‘아스트로’라는 프로젝트명이 붙은 이번 북미 상공정 생산기지 확보 계획에 따르면 해당 공장은 연간 6,000톤 규모의 특수합금을 생산할 예정이다. 지난 6월, 텍사스 템플시 의회는 아스트로 프로젝트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안(챕터 380 승인)을 확정한 바 있다.

NH투자증권 자료를 살펴보면 세아베스틸지주는 미국 텍사스주에 주요 설비 설치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시운전이 임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공장이 정상 가동에 들어갈 경우 연 매출 약 2,500억원, 영업이익 약 400억원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2XL세아창원특수강이 생산하는 특수강봉강세아창원특수강이 생산하는 특수강봉강

■ 트럼프 관세 폭탄에 美 현지 강관 생산UP

국내 강관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철강 관세 50% 부과에 현지 공장 증설을 비롯해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황을 살펴보면 글로벌 무역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국 경기지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될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글로벌 철강시장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미국 지역의 경우 세일오일 생산이 증가되고 있으나 수익성이 높지 않아 철강재 구매에 소극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어 재고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17년 미 상무부가 특별시장상황(PMS)을 최초로 적용한 국가인데, 현재까지 총 17건의 적용 사례가 발생했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태국(4건)보다 4.25배 높은 수준이다. 3위인 인도와 튀르키예는 각각 2건으로 한국의 적용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PMS는 조사대상국 내 가격이나 원가가 왜곡돼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미국 상무부가 ‘구성가격’을 적용해 덤핑마진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구성가격은 조사 대상 기업의 회계자료를 기반으로 생산원가에 합리적인 판매 관리비와 이윤을 더해 산출하기 때문에 높은 덤핑마진이 산정된다.

세아제강지주 SSUSA 공장세아제강지주 SSUSA 공장

지난 2018년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대해 최대 32.24% 최소 16.73%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당시 강관업계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비롯해 미국 내수 가격을 살펴봤을 때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국내 강관사 중 미국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는 세아제강지주와 넥스틸, 휴스틸 3개사가 있다. 먼저 세아제강지주의 미국 현지 생산법인(SeAH Steel USA - SSUSA)은 북미 오일, 가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도모하고자 세아제강이 지난 2016년에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설립한 미국 제조 법인이다. 세아제강지주는 미국의 철강 쿼터제가 시행되기 이전 미국 투자를 진행했다.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물류대란 등 미국의 강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위한 생산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SSUSA 지난 2021년에는 튜빙라인 증설을 완료하고 제품 라인업 강화, 생산력 증대로 현지 경쟁력을 한층 강화시켰다.

휴스틸은 미국 텍사스주 클리블랜드시의 신규 공장에 설비 제작업체인 파이브즈와 협력해 OCTG 전용 생산공장을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파이브즈와 계약을 맺고 클리블랜드시에 OCTG 설비와 관련한 솔루션을 공급받는다. 이를 통해 주요 수출 시장인 북미 시장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이어 넥스틸은 미국 진출을 위한 설비 이전 작업을 완료했다. 회사는 포항공장의 4인치 조관기 해체 작업에 돌입했고 2022년 하반기 미국으로 조관설비를 이전했다.

강관업계 한 관계자는 “반덤핑과 함께 철강 쿼터에 발목을 잡히다보니 수출 물량을 확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미주 시장 진출이나 현지 생산 확대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알루코 그룹, 미국산 알루미늄 생산 복합단지 구축

국내 대표 알루미늄 전문기업 알루코 그룹은 미국 정부가 철강·알루미늄에 품목관세 50%와 상호관세 15%를 부과한 정책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판단하고, 미국 내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현지 기업들의 급증하는 ‘미국산 알루미늄’ 수요에 대응하고자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내년 3월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미국 알루미늄 압출재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220만 톤 규모이고, 2033년까지 연평균 7.5%(Precedence Research 20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국은 알루미늄 빌렛 등 480만톤의 알루미늄을 수입하는 세계 최대 수요국이다.

알루코 그룹은 친환경 알루미늄 압출재를 앞세워 북미시장에서 ‘라이징 스타’로 도약하고, 자동차 부품, 전기차 배터리 케이스, 태양광 발전 모듈, TV·생활가전, 커튼월 및 건축 자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급망을 구축해 향후 5년 내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확대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현재 알루코 그룹의 테네시주 홀스 복합단지에서는 내년 3월 전 공정 가동을 목표로 용해부터 압출·가공에 이르는 대형 알루미늄 생산장비 반입 및 설치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홀스 복합단지는 잭슨(Jackson)에 위치한 2000평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알루미늄 부품 공장에 이은 알루코 그룹의 두 번째 미국 생산 거점으로, 약 10만평 규모의 대형 복합 생산시설이다.

이곳에서는 알루미늄 소재 및 부품 생산에 필요한 전 공정을 일괄 수행하게 되며, 알루코 그룹 산하 그린리사이클테크놀로지 아메리카(GRT), 알루머티리얼스 아메리카(AMA), 현대알루미늄 아메리카(HDAA) 등 3개 법인이 입주해 북미 공급망을 구축하며, 한국·베트남과 함께 삼각 축으로 글로벌 생산 거점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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