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4] “규제의 시대가 왔다”…2026년, 철강업계의 ‘진입 기준’이 달라진다

2026 신년특집 2026-01-05

1급 발암물질인 6가 크로뮴(Cr6+)이 드디어 철강 KS(산업표준)의 명확한 규제 항목으로 포함되면서, 2026년 철강 시장의 진입 기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25년 9월 15일 국가기술표준원이 도장강판·도금강판류 7개 품목의 개정안을 예고 고시하며, 그동안 수입 저급재를 중심으로 형성돼 왔던 품질·안전의 사각지대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산업통상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가 주도하고 국가기술표준원과 업계가 공동 대응해 마련한 이번 개정은 단순한 사양조정 수준이 아니라 철강 제품의 ‘시장 입장권’을 재정의하는 규제 체계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잇따른다.

국제적으로도 안전·환경 규제 강화 속도가 붙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환경·화학물질 규제 RoHS·REACH는 이미 6가 크로뮴을 엄격한 관리물질로 다루고 있으며, 글로벌 완성차사와 가전·건축업계는 공급망 전체에 ‘유해물질 제로’를 요구하는 추세다. 

국내 산업계 역시 해당 흐름을 반영해 왔지만 수입재는 별도 관리망 밖에서 움직여 ‘규제 공백’을 남겨왔다. 이번 KS 개정은 바로 이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 6가 크로뮴 첫 KS 명문화…“수입 저급재 유통 구조가 흔들린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6가 크로뮴 관련 KS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요약된다. 우선 6가 크로뮴 제한을 국제 기준(RoHS)과 동일 수준으로 명문화하는 한편 도장강판에 도금부착량 평가·시험방법을 신설해 제품 단계의 실질적 품질검증 체계 구축하는 것이다. 

/철강금속신문DB/철강금속신문DB

6가 크로뮴은 도장강판 제조 과정의 화성처리 공정에서 사용돼 왔고, 도장용 페인트에도 광범위하게 쓰여 온 물질이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다. 피부·점막 자극부터 비중격천공, 폐암 등 중대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글로벌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돼 왔다.

국내 업체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대체 수지 개발과 설비 전환에 투자해 왔다. 그러나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도장강판은 국내 도료 규제를 따르지 않는 구조여서, 수입 도장강판이나 우회수입 컬러후판류에 6가 크로뮴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꾸준히 문제로 제기돼 왔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만 연구개발·재료 전환 비용을 부담해 왔고 수입재는 사실상 ‘무풍지대’에 있었다”며 “KS 규명이 이루어지면 동일 기준으로 평가할 토대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이 “환경 규제의 형평성 회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도장강판의 도금부착량 평가 도입…“원재료 기준에서 제품 기준으로 이동”

도금부착량은 내식성을 좌우하는 핵심 품질 지표다. 그럼에도 도장강판 KS는 오래전 일본 JIS 기준을 그대로 이어받은 탓에, 원판(원자재) 관리 중심의 추상적 문구만 존재했다. 실제로는 제품 단계에서 도금부착량이 검증되지 않는 구조였고, 업계는 이를 악용한 저급재 유통 가능성을 수년간 우려해 왔다.

개정안은 도금강판과 동일한 시험방법·기준값을 도장강판에도 적용하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이는 도장강판 품질평가의 기준을 ‘원재료 중심’에서 ‘제품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변화다. 실제 현장점검 과정에서 도금량이 기준에 미달한 수입재가 확인된 사례가 있다는 점도 개정 배경으로 작용했다.

업계는 이를 통해 유통단계 품질공백을 제도적 장치로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특히 현재 시장에는 아연도(Zn), 갈바륨(Zn-Al), 삼원계(Zn-Al-Mg) 등 다양한 합금계 도장·도금강판이 혼재돼 있다. 건설·가전·조선 등 주요 수요산업에서는 동일 외관의 강판을 두고도 실제 도금계 구성·내식성·열적 안정성 등 성능이 달라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산업계 요구를 반영해, SEM(주사전자현미경)·EDS(에너지분산형 분석장비)를 활용한 정성적 성분 분석 기준을 부속서에 포함했다. 이를 통해 감독기관은 현장에서 아연도·갈바륨·삼원계 도금 여부를 명확히 판별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관세청의 현장 모니터링, 분쟁 조정, 라벨 표기 검증에서도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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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표면만 보고 어떤 합금인지 판별하기 어려워 사실상 ‘표기만 믿는 구조’였다”며 “개정안은 허위·부정 유통에 대한 억제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 “단순한 형평성 보완이 아니다”…국민안전·공정경쟁 초석 마련

6가 크로뮴 규제는 환경·안전성 측면에서 국내 철강업계가 꾸준히 요구해 온 사안이다. 국산 업체들은 이미 상당비용을 투입해 대체 도료를 상용화했으나, 수입재는 규제 사각지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 구조를 유지하며 시장에 공급돼 왔다.

KS 개정으로 국내와 해외 제품이 동일한 KS 기준을 적용받게 되면, 수입 저급재가 기존처럼 “규제회피형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업계는 이를 “공정경쟁의 최소 기준선 복원”으로 평가한다.

특히 우회수입 컬러후판 문제도 이번 개정 적용 범위 안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수입 컬러후판류 도료에 6가 크로뮴이 포함됐을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국민안전 차원에서 반드시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산업계가 모두 환영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부담은 대체 수지의 원가 상승이다. 기존 6가 크로뮴 도료 대비 수배에서 수십 배까지 비용이 차이 나는 경우도 있어, 중소 도장·도금업체의 원가 부담은 불가피하다.

또한 사후관리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KS 개정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 있다. 이에 관련업계는 시판품 조사 확대와 함께 ▲1년 주기 공장심사 도입 ▲수입검사 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유통된 제품의 무작위·상시 조사가 필요하며 수입 도장강판 및 컬러후판류의 통관 단계에서 최소한의 성분 검증도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은 첫걸음이며, 사후관리 체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실효성이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제 규제와의 정합성도 관건…“RoHS·REACH와 연계해 나가야”

이번 KS 개정은 국내 규제체계가 국제 기준과 발을 맞추기 위한 첫 단계라는 평가도 있다.

EU의 RoHS는 6가 크로뮴을 0.1%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REACH 규제는 추가적인 등록·평가 의무를 요구한다. 일본 역시 JIS 개정과 함께 화학물질관리법을 강화하는 등 규제 수준을 지속 상향 중이다.

한국이 이에 대응하려면 KS뿐 아니라 탄소·환경· 화학물질관리 전반을 아우르는 산업정책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완성차·가전업계는 공급망 전반의 안전성·환경성을 요구하고 있어, 철강 제품의 표준·인증 체계는 향후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 2026년, KS 인증·유통이력·통관 체계까지 전면 재편…“시장 진입 기준이 다시 설계된다”

2026년은 6가 크로뮴 규제뿐 아니라 KS 인증·유통이력·통관·조달·산업구조 전반에서 ‘진입 기준’이 재정의되는 해가 될 전망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병행 추진 중인 개선안은 크게 다섯 축으로 정리된다.

우선 KS 인증 심사와 사후관리 강화가 핵심이다. 저급 수입재가 KS 제품으로 둔갑해 유통된 사례 이후 산업통상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은 고위험 품목(철근, H형강, 후판, 무계목강관 등)을 중심으로 공장심사 주기 단축, 샘플링 검사 비율 상향, 부적합 시 인증 취소 및 행정·형사 조치 연동 등을 포함한 강화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상시화한 ‘고위험 품목 상시 점검제’ 도입 필요성을 제기한다.

두 번째는 KS–MTC(품질검사증명서) 연계 의무화다. 정부는 2026년부터 철강 수입신고 시 MTC 제출을 의무화할 예정이며, KS 인증 제품에 한해 인증번호와 MTC 정보를 자동 매칭해 위·변조 여부를 실시간 검증하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설계·감리단이 현장에서 KS 마크와 MTC QR을 동시에 스캔해 진위를 확인하는 ‘KS-MTC 통합 QR 코드’ 도입도 논의되고 있다.

세 번째는 설계 규격과 현장 자재 간의 괴리 해소다. 설계 단계는 KS 기준으로 작성해놓고 시공 단계에서는 JIS 등 외국 규격으로 대체하는 관행이 안전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이를 막기 위해 건설기술진흥법상 품질확보 대상 자재에 대해 ‘설계–시공 규격 일치 의무’를 명문화하고, 감리·발주기관의 규격 확인 의무 강화, 위반 시 과징금·입찰 제한 등이 검토된다.

네 번째는 수입 유통이력 관리의 상시화·정교화다. 현재 유통이력 지정 품목은 H형강처럼 지정과 해제가 반복돼 관리 공백이 발생해 왔다. 이에 건축 구조안전 핵심재(철근, H형강, 후판, 강재볼트 등)를 법령상 상시관리 품목으로 명시하고, 반입과 보세, 통관, 도매 이후 현장까지 전 단계의 Trace가 가능한 철강 트레이서빌리티 표준 항목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아울러 품목·규격·원산지·생산공장·KS·MTC 번호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엮어 위·변조를 차단하고, 가격 급변·수입 급증 등 이상 징후 발생 시 자동으로 경보가 울리는 디지털 모니터링 체계도 논의되고 있다.

다섯 번째는 통관·조달·산업구조 개편과의 연계다. 일부 연구에서는 보세창고 단계에서 공인기관이 위험 품목을 선별해 검사한 뒤 시중 유통을 허용하는 전수·표본 검사 체계를 제안한다. 

공공조달에서도 KS 인증 및 저탄소 인증 철강을 우대해 국내 고급재 사용을 촉진하는 방안이 ‘K-스틸법’ 기본계획과 함께 검토된다. 정부가 추진하는 덤핑·우회수입 대응체계와 유통이력 시스템을 연계해 우범 거래의 상시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하는 개선안도 업계에서 제안되고 있다.

특히 무계목강관의 유통이력 신규 지정은 이러한 흐름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지난 12월 관세청은 HS 코드 7304.39-0000, 7304.41-0000 품목을 신고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으며, 수입·판매 시마다 양도·양수 내역을 유통이력관리시스템(UNI-PASS)에 등록하도록 의무화했다. 

관세청은 미국발 고관세 등 통상환경 악화 속에서 국산 둔갑과 부적합 자재 사용을 방지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발전소·석유화학 등 고온·고압 설비에 쓰이는 고위험 품목 특성상 안전성과 산업 보호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업계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표준 제도의 변화가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저가·저품질 중심의 시장 구조를 ‘품질·안전 중심 시장’으로 재편하기 위한 정책 전환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6가 크로뮴 규제가 그 출발점이었다면, KS·통관·유통·조달·산업정책을 잇는 종합 개편은 2026년 철강업계의 진입 기준을 결정짓는 구조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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