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韓·中 GI 반덤핑 ‘잠정판정’ 임박…열연강판 이어 한·일 통상 긴장 확대

일본 2026-03-05

일본에서 한국·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에 대한 반덤핑 조사 잠정판정 시점이 제시되면서, 한·일 철강 통상 관계가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한국이 최근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최종판정을 내린 가운데 일본에서는 GI 조사가 진행되면서 양국 간 규제 대응이 맞물리는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일본철강연맹 회장이자 일본제철 사장 겸 COO인 이마이 타다시는 2월 26일 수입 철강재 두 건에 대한 반덤핑 조사와 관련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3월에서 4월 사이 잠정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가운데 하나가 한국·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강대를 대상으로 한 조사다. 해당 조사는 2025년 8월 일본 정부가 개시를 발표한 바 있다.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용융아연도금강판은 표면에 아연을 용융 도금한 판재 제품으로 가드레일과 펜스, 주택용 비구조 자재, 냉장고·세탁기 외판 등 다양한 산업에서 사용되는 범용 소재다. 

일본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GI 수입량은 2009년 이후 약 네 배로 늘었으며 2025년에는 약 70만 톤 수준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철강업계는 이 가운데 한국·중국산 물량이 빠르게 늘면서 내수 시장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해 왔다.

앞서 일본제철 등 4개 철강사는 한국·중국산 GI가 일본 내수 가격을 밑도는 수준으로 유입돼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2025년 8월 조사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일본에서 일반 탄소강 판재류를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가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앞서 열연강판을 둘러싼 통상 조치를 단행했다. 한국 무역위원회는 일본·중국산 열연강판 수입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한 뒤 덤핑과 국내 산업 피해를 인정했고, 2026년 2월 산업통상부는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최종판정을 내렸다. 일본산 열연강판에는 30%대 초반 수준의 덤핑방지관세 또는 이에 상응하는 가격약속이 적용되며 조치 기간은 5년이다.

일본철강연맹은 이에 대해 “일본산 열연강판이 한국 산업에 피해를 끼쳤다는 사실은 없다”며 한국 정부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조치를 적용하고 일본이 한국·중국산 GI에 대해 조사 절차를 진행하면서 2026년 들어 양국 철강 통상 관계가 ‘열연 대 GI’라는 상호 규제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철강업계는 최근 정부의 통상구제 수단 활용을 적극 요구해 왔다. 일본철강연맹은 지난해 수입 철강재 대응 강화를 정부에 요청했고 이후 니켈계 스테인리스 냉연과 GI 두 품목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가 시작됐다. 값싼 수입재 유입에 대응해 내수 시장 가격을 방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GI 조사에서 잠정판정이 내려질 경우 일본 시장의 수급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가 반영되면 한국·중국산 GI 신규 계약 단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수입 물량도 점차 줄어들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 경우 일본제철과 JFE 등 일본 메이커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건설 자재 유통업체와 중소 가공업체는 원가 부담 확대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수입 GI 의존도가 높은 만큼 가격 상승분을 최종 수요처에 전가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과 중국 철강업계 역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GI 수출에서 일정 수준의 마진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으로 평가돼 왔다. 반덤핑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물량은 동남아나 중동 등 다른 시장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일본·중국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관세를 적용한 상황에서 일본이 GI 조사 절차를 진행하면서 양국 통상 환경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구조가 됐다”라며 “EU 탄소국경조정제(CBAM) 등 글로벌 통상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동북아 철강 교역 환경도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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