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韓 컬러 미국 수출 막는 복병 될까

지난 3월,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25%의 보편 관세를 적용하면서, 국내 컬러강판 업계에시서도 대미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2018년부터 관세 대상이 됐음에도 견조한 수출 실적을 유지해온 대만 컬러강판과의 강한 경쟁이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2018년부터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제품에 25%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만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는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됐지만, 한국은 일정 수출 쿼터를 조건으로 관세 면제 혜택을 받았다.
이러한 쿼터 제도는 국내 철강업계에 기회로 작용했다. 경쟁국들이 관세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한국산 제품이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우월한 경쟁력을 반증하듯 아연도금강판 대미 수출 쿼터의 10~15%를 차지한 동국씨엠, KG스틸 조차도 매년 할당된 쿼터를 모두 소화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부터 한국산 철강제품도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국내 철강업체들도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 저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국내 컬러강판 업계에는 관세가 부과된 상황에서도 강한 제품 경쟁력을 지녀온 대만 기업들의 존재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막대한 양의 관세 예외 물량
세계에서 8번째로 많은 냉연제품을 생산하는 대만은 가전, 정밀 부품으로 대표되는 높은 컬러강판 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대만산 컬러강판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로, 관련 자료에 따르면 미국 컬러강판 전체 수입 중 약 10~11%가 대만산으로 알려졌다.
국내 컬러강판 업계에 대만의 존재가 특히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데에는 막대한 양의 관세 예외 물량의 존재가 작용한다. 지난 2018년 대만에 25% 철강관세가 부과됐음에도, 미국 정부는 자국 내 수급이 어려운 가전, 정밀 부품 등에서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몇몇 기업에게 관세 예외를 적용시켰다.
물론 지난 3월 새롭게 실시된 철강 보편관세에는 이같은 조항이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새로운 관세가 시행되기 전 관세 면제가 확정된 대만산 컬러강판 물량이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지며 업계를 기장시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연간 약 5~10만톤 가량의 대만산 컬러강판이 무관세로 미국에 수입될 예정이다.
이와 달리 한국의 경우 쿼터제 시기 할당분 이상의 수출을 진행하지 않았다 보니, 관세 예외 적용 대상으로 남겨진 물량이 거의 없다.
미국 시장 내 대만 기업의 수요시장이 국내 제조사와 겹친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내 컬러강판 업계는 가격 경쟁력이 강한 중국재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가전이라는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에 역량을 쏟고 있다. 상술했듯 대만 역시 가전 부문에서 미국 내 입지가 높은 만큼, 전면적인 가격 경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농후하다.
아울러 대만 판재류 가격을 결정하는 차이나스틸(CSC)이 5월 제품 가격 동결의사를 밝힌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CSC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관세 정책이 철강 관련 산업에 미칠 불확실성을 고려해, 5월 모든 철강 제품의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반면, 국산 컬러강판에는 가격 인상 가능성이 짙은 상황이다. 하반기 진입 시점 수입산 열연 AD예비판정이 나타날 전망이 커지며, 수입재를 원료로 사용하는 국산 컬러강판 가격 인상도 예고됐다. 이렇다 보니 미국 내 수요시장이 겹치는 상황에서 양 국가 간 제품 가격 간극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미국이 최우선 협상국 5개국에 대만이 아닌 한국을 포함시켰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4월 14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 영국, 호주, 인도, 일본 등 5 개국을 최우선 협상국으로 분류했다"며 "해당국가들에 최우선적인 협상안 제시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각종 산업에 걸친 고율의 관세로 미국 내 물가가 상승하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조치를 완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 재무장관의 이같은 언급은 대체공급망으로서 한국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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