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르네상스 시대, 국내 특수강 업계 상황은?

분석·전망 2026-07-06

2010년대 이후 세계적인 재생 에너지 산업 성장으로 에너지 공급 순위에서 밀려났던 원자력 발전이 최근 다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동전쟁 여파로 세계 에너지 위기가 심화된 데다 AI 혁명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하면서 재생 에너지 만으로는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온 유럽에서도 다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준비 중이다. 바야흐로 세계적인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최근에는 시민들의 여론도 원자력 발전에 우호적인 방향으로 형성되고 있다.

또한 발전 부문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조선업 분야에서도 SMR 추진선박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가 해군력 증강과 조선업 부활을 위해 SMR 추진선박 생태계 조성을 발표하면서 관련 특수강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국내 철강업계의 원자력-SMR 시장 진출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알아보았다.

세아창원특수강·두산에너빌리티·태웅·대창솔루션, 대형 원전·SMR 핵심 소재 사업 본격 추진

국내 철강업계가 원자력 부문에서 주력하는 사업은 2개 부문으로 하나는 원자력 기자재용 특수강 소재이며, 다른 하나는 원자력 폐기물 저장장치이다.

우선 원자력 기자재용 특수강 소재 사업에 진출한 업체로는 세아창원특수강, 두산에너빌리티, 태웅, 대창솔루션 등이 있다.

세아창원특수강(대표이사 박건훈)은 대형 원전,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원자력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핵심 소재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다. KEPIC 인증을 기반으로 국내외 원전 부품 제작사에 핵심 소재를 공급해 온 세아창원특수강은 STS 무계목강관(Seamless Pipe)과 반응로 내부 구조물의 고청정 정밀 주조용 소재, 핵심 배관용 강재, 터빈 발전용 평강 등을 공급 중이다.

세아창원특수강은 대형 원전,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원자력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핵심 소재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세아창원특수강의 원전용 STS 무계목강관. (사진=세아창원특수강)세아창원특수강은 대형 원전, SMR(소형모듈원자로) 등 원자력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핵심 소재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세아창원특수강의 원전용 STS 무계목강관. (사진=세아창원특수강)

특히 최근에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블랑켓 차폐블록에 적용되는 선재 재킷용 STS 튜브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영하 269℃의 극한 환경에서도 우수한 강도와 연성을 유지하는 제품으로, 지난 2010년 국제핵융합실험로에 성공적으로 공급을 완료하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국내 원자력 업계 대표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주기기 외에 SMR 핵심 소재도 공급한다. 우선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테라파워가 건설하는 와이오밍주 SMR 발전소에 원자로 보호용기(Reactor Guard Vessel), 원자로 지지구조물(Reactor Support Structure), 노심동체구조물(Core Barrel Structure) 등 주기기 3종을 공급 예정이며, 영국 롤스로이스 SMR(Rolls-Royce SMR)이 추진하는 SMR 프로젝트의 핵심 기자재 제작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도 선정됐다. 주기기 외에도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와 핵심소재에 대한 예약계약(Reservation Agreement)을 체결하고, Xe-100’ 고온가스로 16대의 핵심소재 중·대형 단조품과 모듈 등도 공급할 예정이다.

특수강소재 전문기업 대창솔루션(대표이사 김대성·이창수)은 크로몰리강(CrMo)과 크로몰리바나듐합금강(CrMoV) 등 고온 고압용 특수강소재를 활용해 제작한 터빈 케이싱, 다이아프램, 엘보류 등 원자력 증기터빈용 부품, 크로몰리강(CrMo)과 크로몰리바나듐합금강(CrMoV) 등 고온 고압용 특수강소재를 활용해 제작한 BWRX-300 증기터빈용 LP 블레이드 캐리어 등 SMR 터빈용 부품을 제작한다. 대창솔루션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도시바, 미쓰비시파워와 지멘스에너지, GE, 안살도 에너지아, 히타치, 아라벨 솔루션즈(Arabelle Solutions) 등에 공급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태웅(대표이사 장희상)은 원전 및 SMR 시장 확대에 대비해 약 500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신규 링롤링밀 설비를 구축하며 생산능력과 품질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 링롤링밀은 태웅의 핵심 생산기술 중 하나로, 프레스를 통해 성형된 소재에 회전 압연 공정을 적용해 제품의 강도와 내구성을 높이는 설비다. 태웅은 해당 설비를 통해 기존 수일이 소요되던 생산 공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세아베스틸·대창솔루션·태웅·두산에너빌리티, 원전 폐기물 저장장치 및 관련 소재 공급선진국 독점해 온 특수합금 시장까지 진출, 산·학·연 협력 통해 국제 표준 선점 필요

원전 폐기물 저장장치 및 관련 소재 공급기업으로는 세아베스틸과 대창솔루션, 태웅과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표적이다.

우선 세아베스틸(대표이사 서한석)은 지난 2023년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약 350억 원 규모로 수주한 ‘KN-18 사용후핵연료 운반 용기’를 초도 납품했고, 이후 미국 등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 중이다. 세아베스틸이 제작한 ‘KN-18 사용후핵연료 운반 용기’는 감속재와 냉각재로 물을 사용하는 경수로형 원자로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1기당 18다발 운반할 수 있는 제품으로, 설계 개선을 통해 기존 모델 대비 완성도를 높인 제품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한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용 캐스크. (사진=두산에너빌리티)두산에너빌리티가 제작한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용 캐스크.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2015년 NAC사(社)와 기술협력을 체결한 뒤, 현재까지 국내외 다양한 환경에 적용 가능한 캐스크 라인업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국내 사업에 적용할 한국형 금속저장용기(MSO)를 NAC사(社)와 공동 개발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승인을 취득했다. 또한 2019년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용 캐스크를 수주해 공급했고, 한국수력원자력에도 공급했다.

대창솔루션은 길이 2~3.2m, 무게 약 30톤으로 6단 적층이 가능한 중·고준위 폐기물(압력관 외) 저장장치 ‘RWC’를 개발했다. ‘RWC’는 기존 저장장치 대비 원전 폐기물 저장량을 2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는 제품이다. 대창솔루션은 2030년까지 400억 원 규모의 RWC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캐나다 온타리오파워를 포함해 브루스파워(Bruce Power), BWXT 등에 공급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세아베스틸과 두산에너빌리티, 대창솔루션이 원자력 폐기물 저장장치 완제품을 생산한다면 태웅은 캐스크용 단조품을 생산하여 국내는 물론 유럽과 미국 등 선진시장에 공급 중이다.

한편 국내 특수강 업계에서는 현재 공급한 소재 외에도 ODS와 RAFM, 인코넬과 하스텔로이 등 선진국 기업들이 독점해 온 고부가가치 특수합금 소재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특수강 업계에서는 4세대 원전과 SMR 발전소, SMR 추진 선박까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산업계는 물론 학계와 연구계 등이 힘을 모아 국제 표준을 선점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한 정부 지원도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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