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철강시장 ‘두 얼굴’…판재 속도전, 봉형강 눈치싸움
4월 국내 철강시장은 한마디로 판재류의 가격 정상화와 봉형강의 선택적 강세가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이다. 열연·후판·냉연도금 등 판재류 전반은 공급 제약과 원가 부담을 배경으로 유통가격이 빠르게 정상궤도에 올라서고 있는 반면, 봉형강은 철근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지만 H형강은 여전히 수요 부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철강시장이지만 품목별 체감 온도는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이번 상승 흐름의 본질은 경기 회복에 따른 자연 발생적 수요 확대라기보다, 공급 구조 변화와 비용 압박이 맞물린 결과에 가깝다. 중동 리스크 장기화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 이에 따른 물류비·에너지 비용 확대, 고환율과 원부자재 강세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제철소의 가격 인상 명분은 이전보다 훨씬 분명해졌다.여기에 반덤핑 이슈로 저가 수입재 유입이 둔화되고, 일부 해외 제철소의 오퍼 축소 혹은 중단이 이어지면서 그동안 국내 시세를 눌러온 수입 대체 압력도 눈에 띄게 약해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가격 상승을 단순한 ‘인상 드라이브’라기보다 그동안 원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가격 구조가 뒤늦게 조정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판재류, 가격 상승장 중심축으로 부상이 같은 흐름의 중심에는 판재류가 있다.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톤 당 90만 원대를 넘어서며 약 2년 반 만의 고점을 돌파했고, 일부 거래에서는 96만 원선 호가까지 등장하고 있다. 후판 역시 95만~96만 원대를 중심으로 강세를 이어가며, 시장에서는 “가격보다 물량이 더 중요해진 시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냉연도금도 3월까지의 인상 시도가 4월 들어 실거래가격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CR·PO·GI·HGI 전반이 상승 흐름에 올라탔다. 포스코의 2분기 유통향 판재류 전 품목 톤 당 5만 원 인상, 현대제철의 추가 가격 조정 계획, 그리고 2분기 대보수 일정은 판재류 가격의 상방 경직성을 더욱 강화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좋은 수출에 집중하면서 내수 물량이 줄면서 시중 재고도 부족한 상황이다.특히 후판은 조선·에너지 프로젝트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며 “살 수 있을 때 사야 하는 품목”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가격 협상보다 확보 자체가 우선되는 시장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봉형강, 철근은 급반등·H형강은 정체봉형강은 같은 상승 국면 안에서도 결이 다르다. 철근은 4월 둘째 주를 기점으로 3주 연속 상승하며 유통가격이 82만 원대에 안착했고, 일부 고점 거래는 83만 원대까지 형성되고 있다. 제강사 고시가격을 유통가격이 1만~1만5,000원가량 웃도는 구조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시장 주도권이 저가 판매 경쟁에서 공급 관리와 가격 통제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반면 H형강은 국산 중소형 기준 106만~108만 원 수준에서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와 함께 연초 체결된 저가 프로젝트 계약 물량의 잔존 영향이 여전히 시장을 압박하고 있어, 제조사 고시가격과 유통 시세 간 괴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같은 봉형강 안에서도 철근과 형강의 온도 차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스테인리스(STS)와 스크랩은 이번 4월 철강시장의 배경 변수로 읽힌다. STS의 경우 포스코가 4월 16일부터 300계와 316L 엑스트라 가격을 각각 톤당 10만 원 인상하기로 하면서, 탄소강발 가격 현실화 흐름과 보조를 맞췄다. 당초 동결 결정에서 제조원가 부담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으로 인상으로 방향이 바뀌었다.스크랩 시장에서는 당진 지역을 중심으로 약 2만 톤 규모의 수출용 매입 움직임이 포착됐지만, 시장가격 수준의 분산 매입이라는 점에서 당장 국내 시세를 강하게 자극하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 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출 계약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장 여건에 따라 국내 제강사와 수출 간 물량 이동이 유연하게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5월까지 강세 가능성…‘물량과 리스크 관리’ 관건단기 수요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철근은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며 출하량 증가가 예상되지만, 실제로는 수출·기계약·관급 물량이 우선 배정되면서 내수 체감 공급은 오히려 더 타이트해지는 구조다. 후판은 일부 대형 프로젝트 수요가 시중 물량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고, 냉연도금은 실수요 회복보다는 추가 인상에 앞선 선구매가 시장을 떠받치는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반면 H형강은 지방 창고·공장 등 비주거 중심의 기초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현재 국내 철강시장은 전반적인 경기 회복보다는, 품목별 공급 조절과 가격 전가 속도 차이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시장에 가깝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5월까지 가격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동 리스크에 따른 에너지·물류비 부담, 판재류 대보수 일정, 수입 오퍼 상승이 이어진다면 유통가격은 추가 상향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중기적으로는 전방 수요가 이를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열연·후판·냉연도금은 가격 인상 논리가 비교적 단단한 반면, 형강류는 수요 회복 없이는 제조사의 인상 정책이 다시 유통시장 문턱에서 멈춰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단순한 가격 비교보다 조달 가능 물량과 납기 리스크 관리가 핵심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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