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후판 유통시장, 가격 강세 이어져…반도체發 프로젝트 시장 확대 기대
2026년 상반기 국내 후판 유통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해와 다른 흐름을 나타냈다. 연초 톤당 85만 원 수준에서 출발한 국산 후판(SS400) 유통가격은 6월 말 90만 원 후반대까지 상승했다.
건설경기 부진과 계절적 비수기 속 조선과 플랜트, 산업설비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물량이 꾸준히 이어진 가운데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과 빡빡한 공급 여건이 더해지면서 유통가격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에 상반기 후판 시장은 건설 수요보다 프로젝트 수요가 가격을 떠받친 시기로 평가된다. 특히 조선업황이 시장을 견인했다.
올해 1분기 국내 조선용 후판 판매량은 약 89만7천 톤으로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설비와 플랜트 물량도 꾸준히 이어진 가운데 중국산 후판 반덤핑 최종판정 이후 저가 수입재 영향까지 줄어들면서 시장 분위기도 이전과 달라졌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연초 후판 시장은 가격 반등 조짐과 함께 출발했다. 지난해 말까지 유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던 저가 수입 물량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가격 하락 압력이 크게 완화됐다. 국산 후판은 85만~86만 원, 수입대응재는 85만 원 수준을 형성했고 제조사들도 잇따라 공급가격 인상에 나서며 가격 정상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2월에는 제조사의 가격 인상분이 시장에 본격 반영됐다. 국산 후판은 80만 원 후반대로 올라섰고 수입대응재와 수입산 가격도 함께 상승했다. 실수요 회복은 여전히 제한적이었지만 시장에서는 가격 하락보다 제조사의 추가 인상 여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영향으로 저가 물량 유입 압력이 이전보다 완화되면서 유통가격도 점차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3월에는 가격 상승이 더욱 뚜렷해졌다. 국산 후판 유통가격은 92만~93만 원 수준으로 올라섰고 제조사들의 인상 정책도 이어졌다. 원료 가격과 환율 부담이 커진 데다 유통 재고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격 상승 속도도 빨라졌다. 시장에서는 수요 회복보다 공급 여건이 가격을 끌어올리는 흐름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 프로젝트 수요 꾸준…유통가격 강세 유지
4월 이후 시장의 관심은 시중 유통가격보다 재고와 수급 상황으로 이동했다. 국산 후판은 90만 원 후반대를 형성했고 일부 물량은 100만 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제시됐다. 다만 시장에서는 가격보다 필요한 시기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후판은 조선 등 대형 수요처 비중이 높은 품목인 만큼 제조사 공급 물량이 우선적으로 프로젝트에 배정되는 구조가 이어졌다. 설비 보수 일정까지 더해지면서 유통시장으로 공급되는 물량은 충분하지 않았고 시중에서는 공급 부담을 체감하는 분위기가 지속됐다.
5월에도 이러한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국산 후판은 90만 원 후반에서 100만 원 수준을 유지했고 조선과 산업 프로젝트 물량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가격도 안정세를 나타냈다. 유통시장에서는 가격 자체보다 공급 상황을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제조사들의 가격 정책도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사진은 현대제철 후판. 현대제철6월에는 국산 후판 유통가격이 97만 원 수준에서 상반기를 마무리했다. 일부 물량의 경우 톤당 100만 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오르기도 했다.
건설경기 부진에도 조선과 플랜트, 산업설비 관련 물량이 꾸준히 소화되면서 시중 공급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재료 가격 부담, 환율 상승도 제조사들의 가격 유지에 힘을 보탰다.
◇ AI 데이터센터·반도체 투자, 후판 수요 기반 넓힐까?
하반기에는 기존 프로젝트 수요에 첨단산업 투자까지 더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조선과 플랜트 중심의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 전력 인프라 구축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구조용 철강재 사용량도 한층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가 철강 수요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 전력 인프라가 순차적으로 구축되면서 후판과 형강, 철근, 강관 등 구조용 철강재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총 18.4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과정에서는 약 86만 톤의 철강재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데이터센터 건축물과 전력·냉각 설비 구축에는 후판을 비롯한 다양한 철강재가 사용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요 기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가 단기간에 후판 소비를 크게 늘리기는 어렵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선 중심의 수요 구조에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첨단산업 시설이 더해질 경우 후판 수요 기반도 한층 다양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상반기 후판 시장은 프로젝트 물량과 빡빡한 공급으로 가격이 급등한 시기였다”라며 “하반기에는 조선과 플랜트에 더해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투자도 점차 가시화되면서 후판 수요 기반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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