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업 전망-건설] 하반기 반등도 어렵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2.75%에서 2.5%로 인하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종전 1.5%에서 0.8%로 절반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데 따른 결정이었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대비 0.7% 포인트(p)나 대폭 낮추게 된 주원인은 수출이 아닌 건설경기 침체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건설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 정도인데, 건설경기 침체 심화로 감소폭이 커지면서 성장률을 0.4%p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출 둔화와 민간소비 부진은 각각 0.2%p, 0.15%p씩 성장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앞으로도 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점과 함께 추후 경기 상황에 따라 인하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이 총재는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선행지표가 꾸준히 개선세를 보이면서 건설경기는 올 하반기부터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으나, 당장 1분기부터 지표가 크게 꺾이며 유의미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기성(불변)은 전년 동기 대비 20.7% 급감하며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분기(-24.2%)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올 1분기 건설수주(경상)도 7.7% 줄면서 지난해 1분기(-10.4%) 이후 1년 만에 다시 감소 전환됐다. 건축 분야에서 수주가 10.4% 늘었으나 토목 부문에서 41.4% 급감한 영향이다.
일반적으로 수주는 건설경기 선행지표, 기성은 동행지표로 여겨진다. 동행지표에 이어 선행지표도 재차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역대급 불황이 더욱 길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상 건설수주는 1년 이상 지나 실적으로 반영되는데, 당장 1분기부터 감소 전환되면서 하반기 반등 기대도 어렵게 됐다.
특히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건축착공면적 역시 1,511만6,0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 급감하며 2009년 1분기(1,274만4,000㎡)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건설수주는 미실현 물량이 상당한 데 비해 착공면적은 실현 물량으로 지표상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침체 연장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건설투자는 그간의 수주·착공 위축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게 부진할 전망"이라며 "다만 하반기 이후에는 선행지표 개선과 금융 여건 완화의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낮은 수준에서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 '금융위기' 때보다도 심각하다는 건설경기…어떻게 얼마나?
최근 국내 건설경기 침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구조적이며 제한적인 회복 여건을 내포하고 있다며, 정부의 발 빠른 정책 지원과 함께 중장기적 산업 체질 전환이 필요하단 진단이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15일 발간한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한 최근 건설경기 진단과 대응 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건산연에 따르면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설수주는 2023년 전년 대비 16.6% 줄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6.1%)보다 감소폭이 두 배 이상 컸다. 건축 착공면적 역시 2008년에는 전년 대비 22.2% 감소했으나 2023년에는 '-31.7%'로 더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건설경기 동행지표인 건설기성은 과거 금융위기를 전후로 △2007년 6.6% △2008년 4.9% △2009년 3.2%로 성장폭 둔화에도 성장세 자체는 이어갔으나, 최근에는 2022년 12.4%, 2023년 10.7% 증가하다 2024년 '-3.2%'로 감소 전환했다. 건설투자도 2022년과 2024년 각각 전년 대비 3.5%, 3.0% 줄어 2008년(-2.7%)보다 더 큰 폭의 축소 흐름을 보였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현재의 건설경기 침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저성장, 고금리와 함께 높은 공사비, 수요 위축 등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요인들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5.8%에서 2009년 0.8%로 급락했으나, 2010년 7%로 반등한 뒤 코로나19 이전까지 3% 내외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반면 최근의 성장률은 △2022년 2.7% △2023년 1.4% △2024년 2.0%에 그쳤으며, 올해와 내년에도 1% 안팎에 머무는 등 저성장 구조화로 건설경기 회복 역시 점진적인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단 것이다.
금리 인하 속도 역시 2008년에는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낮아 환율이나 외화 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으나, 현재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인해 조정 여력에 제한이 있어 고금리 상태가 장기화되는 등 건설경기 회복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공사비로 수익성 저하를 우려해 건설사들은 선별 수주와 착공 지연 등 보수적인 사업 운영에 나서고 있고 이에 추가 투자 위축과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일시적인 자재비 급등은 있었으나, 원자재 가격 안정과 함께 단기간 내 안정세를 보인 반면 최근에는 인건비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공사비 상승 압력이 장기화되는 추세다.


또한 주택 수요 지표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22년 29만9,000건에서 2024년 49만2,000건으로 다소 회복됐으나,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63만2,000건)에도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인구구조 변화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것이나 건설사의 분양·사업 계획에 즉각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정부의 대응 여력이 크게 낮아진 점도 건설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에는 기준금리의 대폭 인하와 대규모 재정투입을 통해 건설회복을 뒷받침했지만 현재는 물가 안정 기조를 고려할 때 과감한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정 측면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09년 28.6%에서 2024년 47.4%까지 상승했으며, 2028년에는 5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재의 건설경기는 과거보다 장기적인 침체 양상을 띠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건설경기는 경기 전반 흐름에 따라 점진적인 개선을 보이겠으나, 그 속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로 건설경기 회복을 위해 우선 시장 유동성 공급과 건설현장의 자금 흐름 회복을 위한 신속한 경기부양책 마련을 정부에 적극 주문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정치권 혼란으로 정부 예산 집행과 사업 결정에 차질을 주고 있으며, 그 여파로 공공 발주 지연과 보류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지혜 연구위원은 "민간 수요 위축 시기에 경기 하방 압력을 완충하는 공공 발주의 정상화와 물량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특히 지방의 경우 투자 수요 위축으로 미분양 주택이 누적되고 있어, 지역별 수요와 시장 여건을 감안한 맞춤형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부족 여력 극복을 위한 민간 자본의 적극적 활용, 공사비와 기간 현실화, 인력 수급 문제 대응 등 산업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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