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현대제철, ‘자동화 이후’ 꺼냈다…제조 지능화 본격화
현대제철이 제조 자동화를 넘어 ‘지능화’ 단계로 디지털 전환(DX)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설비를 자동으로 구동하는 수준을 넘어 생산 의사결정 구조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북미 전기로 제철소 건설과 맞물리면서 현대제철 내부에서는 이를 ‘두 번째 DX 단계’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자동화가 제조업의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 판단을 고도화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제철 DX실 관계자는 “그동안 스마트 기술을 통해 설비 자동화와 공정 안정화 기반을 다져왔다면 앞으로는 의사결정 영역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는 단계”라며 “자동화 이후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지능화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설비 자동화 넘어 ‘생산 지능화’ 추진한다
현대제철은 지난 수년간 스마트 기술 도입을 통해 공정 자동화 수준을 높여 왔다. 제강과 압연 공정을 중심으로 설비 자동화가 진행됐고 일부 구간에서는 AI 기반 모델 조업도 적용됐다.
다만 자동화만으로는 생산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 설비가 자동으로 돌아가더라도 생산 계획 수립이나 공정 조건 설정 등 핵심 의사결정은 여전히 작업자의 경험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현대제철이 지능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화가 설비 중심이었다면 지능화는 생산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생산 편성 과정에서는 다양한 제약 조건이 동시에 작용한다. 주문 물량과 납기, 공정 조건, 원료 조합, 설비 부하 등 여러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기존에는 담당자의 경험과 판단을 통해 생산 스케줄을 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반면 지능화 시스템이 적용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데이터와 모델을 기반으로 다양한 생산 조합을 탐색하고 가능한 생산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판단 구조가 바뀐다. 작업자는 제안된 선택지를 검토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역할에 집중하게 된다.
냉연 반제품 대체 규격 지정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반제품에 결함이 발생했을 경우 기존에는 작업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어느 주문에 대체 투입할지 판단했다. 하지만 지능화 시스템을 적용하면 반제품을 특정 공정을 거쳤을 때 예상되는 재질 범위를 계산하고 현재 주문과의 매칭 가능성을 자동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충당 가능한 주문을 추천하고 생산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정 제어 방식도 단계적으로 바뀌고 있다. 일부 공정에서는 AI 기반 모델 조업이 적용돼 자동으로 공정 조건을 조정한다. 반면 변동성이 큰 공정에서는 ‘가이던스’ 방식이 활용된다. 시스템이 추천 값을 제시하면 작업자가 이를 참고해 조업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DX실 관계자는 “철강 공정은 설비 노후화 및 고온·고중량 환경이 많아 완전한 자율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자동화와 지능화를 병행하면서 작업자의 판단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 특성에 따라 적용 방식이 달라지는 것도 특징이다. 제강이나 제선 공정은 공정 변수가 많고 변동성이 커 자동화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냉연 및 도금재 등 후공정은 설비 자동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돼 지능화 기술 적용이 비교적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의 지능화 전략은 북미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현대제철은 그동안 당진 일관제철소에서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축적해 왔다. 이 가운데 북미 공장에 적용할 기술을 선별해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당진에서 축적한 기술 가운데 북미 공장에 적용 가능한 과제를 선별하고 있다”며 “공정 구조가 다른 만큼 그대로 가져가기보다는 북미 신공장에 맞게 조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의 고로 중심 공정과 달리 새로운 방식의 전기로 기반 공정은 원료 구조와 에너지 관리 방식도 다르다. 고철 스크랩과 직접환원철(DRP)을 활용하는 공정 특성에 맞는 지능화된 생산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현대제철이 DX 전략에 속도를 내는 또 다른 이유는 철강 산업 환경 변화다. 글로벌 철강 시장이 침체 국면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철강 산업은 원가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DX 기술을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제조 원가를 낮추는 것이 회사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대규모 설비 투자 경쟁보다 실효성 중심 전략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현장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과제부터 우선 추진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그룹사와의 기술 협력도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연구소와 글로벌 혁신 거점에서 개발된 스마트 기술을 제조 환경에 맞게 적용하는 방식이다. 그룹 내 기술 교류를 통해 디지털 기술 도입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야드 고객센터
경기 시흥시 마유로20번길 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