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중국산 막았지만…고장력강 대체는 여전히 ‘제한적’
고장력강 후판 시장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4월 24일부터 4개월 동안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02%의 잠정덤핑방지관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관련업계는 이번 조치로 저가 수입재에 대한 최소한의 대응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시장 전반의 공급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잠정관세로 인해 중국산 고장력강 후판 가격은 기존 톤당 150만 원대에서 200만 원대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수요업계 관계자는 “문제는 단가 자체보다, 대체가 어려운 조달 여건”이라며 “일본·유럽산은 가격이 2배에 가깝고, 국산 제품은 최소 주문량(MOQ) 기준이 높아 중소 수요업체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 중국산 ‘싸고 빠른 철강’ 공식, 관세 한 방에 무너진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건설장비 제조업체의 작년 기준 고장력강 후판 평균 구매단가는 톤당 150만 원 수준으로 파악됐다. 해당 물량은 대부분 중국산으로 추정되며, 4월 24일부터 적용되는 최대 38.02%의 잠정 덤핑방지관세가 반영되면 200만 원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공통된 진단이다. 다만 후판의 특성상 강종과 규격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클 수 있다는 점도 업계는 덧붙였다.

반면 최근 일본산 고장력강 후판 수입가격은 톤당 약 1,443달러, 유럽산은 1,981달러 수준으로, 한화 환산 시 각각 220만 원, 300만 원대에 형성돼 있다. 관세는 없지만 애초부터 가격대 자체가 높은 고급 제품군이다.
이제 ‘중국산은 싸다’는 인식은 사실상 유효하지 않다. 가격 측면에서의 비교 우위는 사라졌고, 대체 수단으로서의 매력도 급격히 퇴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가격 경쟁력’ 하나로 유지되던 시장 논리가 이번 조치로 무너질 것”이라며 “앞으론 납기와 안정 조달 여부가 훨씬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단순한 가격 비교만으로 시장 구조를 단정 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산은 주로 80kg급 제품 위주이며, 일본산 고장력강 후판과 유럽산의 Strenx 계열 등 고급강과는 기계적 특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에 수입 방식도 다르다. 중국산은 수천 톤 단위의 대량 조달이 가능하지만, 일본·유럽산은 수백 톤 이하의 고사양 중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고장력강은 그간 ‘싸고 빠른 조달재’로 여겨졌지만, 이번 관세 조치로 그 공식이 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체는 말처럼 쉽지 않다…日·EU는 비싸고 국산은 멀다?
“그렇다면 국산으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는 시선도 있지만, 수요업계는 “현장에서는 말처럼 간단하지 않다”고 선을 긋는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조사 제강공정은 일반적으로 Heat(300톤 이상) 단위 생산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최소 주문 규모(MOQ)도 수백 톤 이상인 경우가 많다. 월간 수요가 100톤에도 미치지 못하는 중소 건설장비 업체나 플랜트 부품업체에 배정 자체가 어렵다는 설명이 나온다.
국산 가격의 경우 중국산 대비 높으며 일본산 대비로는 저렴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입재 대체 수요가 국산으로 몰릴 경우, 일정 수준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잠정관세 조치로 중국산 고장력강 수입이 사실상 차단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수입 및 수요업계는 대체재 확보를 둘러싸고 연쇄적인 수급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건설기계 등 수요업계는 이번 조치로 가격과 납기, 두 가지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55톤 타워크레인의 붐 부품은 고장력강이 전체 원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데, 톤당 20만~30만 원의 변동만으로도 손익이 출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요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차단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대체재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급 불안과 원가 압박이 동시에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정부가 조달 시스템이나 공급망 측면에서 대응하지 않으면, 이번 관세는 오히려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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