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보세의 문’ 열린 철강 반덤핑…열연강판·후판, 다시 밀려온다
반덤핑 제도가 ‘보세의 문’을 통해 흔들리고 있다. 일본산 열연강판과 중국산 후판이 보세구역을 경유해 다시 시장에 들어오면서, 합법과 규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합법의 틀 안에서 수입 흐름이 되살아나며, 규제와 회피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 일본 열연·중국 후판, ‘보세 명세’ 타고 다시 들어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4월 이후 열연강판 오퍼(Offer)를 멈췄던 일본제철이 9월부터 보세 명세를 통해 대(對)한국 열연강판 수출을 재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국내 냉연업체 일부는 8~9월 사이 보세 전환을 마치고 일본산 열연강판을 다시 들여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할선하증권(B/L)을 이용한 단기 운용 방식으로, 반덤핑 관세 부담을 피한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9월 일본산 열연 오퍼가격은 톤당 483~485달러 수준에서 형성됐으며, 10월에는 481~483달러로 더 낮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측은 연말 인상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실제 거래 가격은 여전히 480달러 초반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덤핑 제도가 ‘보세의 문’을 통해 흔들리고 있다. 일본산 열연강판과 중국산 후판이 보세구역을 경유해 다시 시장에 들어오면서, 합법과 규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철강금속신문DB
반덤핑 제도가 ‘보세의 문’을 통해 흔들리고 있다. 일본산 열연강판과 중국산 후판이 보세구역을 경유해 다시 시장에 들어오면서, 합법과 규제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철강금속신문DB일부 대형 수요처에서는 월 1만~2만 톤 수준의 보세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며, 하반기 이후 공급선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장에서는 “덤핑 이전과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열연업계 관계자는 “보세 명세 하 출하가 늘면서 반덤핑으로 줄었던 일본산 물량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며 “결국 제도는 살아있지만 효과는 반감된 셈”이라고 말했다.
일본 측은 산업통상부 무역위원회의 일본산 및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 이후 최저수입가격(MIP) 협상에도 여전히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조사들이 협상보다는 보세 운영에 무게를 두고 있다”라며 “굳이 가격협의에 나서지 않아도, 보세를 통하면 한국 시장은 언제든 들어올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후판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무역위원회가 8월 말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1~34.10%의 고율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지만, 9월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2만 톤을 넘어섰다. 이는 1년 반 만의 최대치로, 평균단가는 톤당 610달러까지 낮아졌다.
철강업계는 조선용 중심의 보세 통관 확대를 원인으로 본다. 일부 조선사들은 하반기 가격 협상에 대비해 중국산 물량을 선제 확보했고, 강관사들도 보세창고를 활용하며 단가 하락이 심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세 물량이 대거 반영되면서 통계상 폭증으로 보인다”라며 “제재는 유지되지만 실효는 반감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수요업계 “생존 위한 선택”…제조업계 “잠깐 버티는 효과일 뿐”
보세구역을 활용하는 수요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하공정 제조업계 관계자는 “열연강판이 원재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반덤핑 관세로 인한 원가 급등은 피하기 어렵다”라며 “이미 수입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한데, 국내산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항변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세는 합법적 절차이자 현실적인 대응 수단”이라며 “국내 가격이 오르고 환율까지 겹친 상황에서 원가를 통제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열연 제조업계는 “결국 싸게 들여오겠다는 계산”이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허점을 활용하는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질서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보세가 수출 촉진이라는 제도적 취지에서 벗어나, 내수 완충 역할로 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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