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새 철강 무역보호 프레임워크 7월 1일 시행

유럽 · CIS 2026-04-30

유럽연합(EU)이 장기간 운영해온 철강 세이프가드(Safeguard)를 대체할 새 철강 무역보호 프레임워크의 시행을 앞두고 최종 합의 단계에 도달했다.유럽의회와 EU 이사회는 최근 삼자협의를 통해 집행위원회가 제안한 제도의 큰 틀을 유지하는 데 합의했으며, 새 제도는 기존 세이프가드가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EU는 2026년 6월로 세이프가드 조치가 종료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수입 급증과 시장 교란 가능성에 대비해 새로운 무역보호 장치를 준비해 왔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기존 세이프가드는 최대 8년까지만 운용이 가능해, EU로서는 제도 공백 없이 철강 시장을 관리할 대안이 필요했다. 이번에 합의된 새 프레임워크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탄생했다.최종 합의안의 핵심은 기본 관세율을 50%로 설정하고, 전체 철강 수입 쿼터(TRQ)를 47% 축소하는 강도 높은 시장 보호다. 이는 집행위원회가 당초 제시한 안과 비교해도 큰 조정 없이 유지된 것이다. EU는 철강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하면서 저가 수입재 유입이 유럽 철강산업의 수익성과 투자 여력을 훼손한다고 판단해 강력한 장치를 유지하기로 했다.전체 쿼터 물량은 1,834만5,922톤 수준으로 정해졌으며, 일부 CN 코드(관세 품목번호)에 대한 기술적 조정만 반영됐을 뿐 품목별 쿼터 배분 구조 역시 기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국가별 쿼터 배분 방식은 현재 별도의 이행법 형태로 마련되고 있다. 기본 골격은 2022~2024년의 실제 수입 점유율을 기준으로 하되, 이를 2013년 당시 전체 수입 비중 13% 수준에 맞춰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특정 국가의 최근 수입 증가분을 그대로 인정하기보다는, 과거 기준으로 일정 부분 환산해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U의 이익’ 개념 도입…가치사슬 전반 고려이번 제도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대목은 쿼터 배분 기준에 ‘EU의 이익(EU interest)’이라는 개념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이는 철강 제조사만이 아니라, 최종 수요자인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포함한 전체 철강 가치사슬을 고려하겠다는 정책적 신호로 읽힌다.이에 따라 제3국의 무역조치가 EU 철강 시장에 미치는 영향,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나 다자 환경협약 위반 여부, 철강 제품의 용강·주조 단계 정보 등도 평가 요소로 포함됐다. 단순히 가격과 물량만이 아닌, 공급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살피겠다는 것이다.다만 이 같은 기준은 해석의 여지가 넓어, 향후 실제 쿼터 배분 과정에서 EU 집행위의 재량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출국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들도 이번 새로운 틀을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FTA 상대국은 기존의 글로벌 쿼터가 아닌 양자 세이프가드 방식으로 새 체계에 편입된다. 다만 FTA 세이프가드를 통해 이미 쿼터 혜택을 받는 국가는 국가별 쿼터를 중복으로 배정받을 수 없다.양자 세이프가드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일반 국가와 동일하게 기본 규정에 따른 쿼터가 적용된다. 이는 FTA 체결 여부와 무관하게, EU 철강 시장 관리라는 큰 틀 안에 모두를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으로 해석된다.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melted and poured(용강·주조 국가)’ 원산지 기준은, 당장 국가별 쿼터 배분의 결정 요소로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이번 최종 합의에서는 이를 추적성 확보를 위한 장치로 남겨두는 선에서 정리됐다.MTC(Mill Test Certificate)는 용강·주조 국가를 입증할 수 있는 적절한 증빙 수단이 될 수 있으며, 관련 세부 사항은 8월 31일 이전에 마련될 이행법에 담길 예정이다. EU 집행위는 2028년 7월까지 용강·주조 국가 정보를 국가별 쿼터 배분 기준으로 활용할지를 평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당장 물량 배정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원산지 추적 강화와 규제 확장 가능성이 열려 있는 셈이다.■ 분기별 쿼터 이월, 첫해 한시적 허용당초 집행위원회 원안에서 삭제될 예정이었던 분기별 쿼터 이월은 최종 합의 과정에서 되살아났다. 다만 이는 첫해(2026년 7월~2027년)에 한해서만 허용된다.이후에는 품목별 수입 압력, 특정 분기에 수입이 집중되는 정도, 하류 산업의 공급 가능성, 평균 쿼터 사용률 등을 기준으로 재검토한다. 특히 분기 사용률이 80%를 넘는 경우, 이월 유지의 강한 근거로 활용될 수 있도록 명시됐다. 이는 제도가 지나치게 경직돼 시장 혼선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판으로 풀이된다.새 프레임워크의 적용 범위를 다운스트림 제품으로 확대할 것인지도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 주철관, 비합금·합금 선재, 스테인리스 선재, 단조봉강 등 일부 품목은 검토 시한이 12월 31일로 앞당겨졌고, 이해관계자 협의는 7월 1일 이전에 시작된다.다만 철강 함량이 높은 모든 제품으로 범위를 넓히는 사안은 2027년 6월 30일까지 평가하기로 했으며, 집행위원회가 별도의 입법 절차 없이 적용 범위를 일방적으로 확장할 권한은 부여받지 못했다.EU 철강 무역보호 프레임워크가 산업 보호와 수요 산업 부담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만들어낼지는, 7월 1일 시행 이후 시장의 실제 반응을 통해 가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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