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세창고 활용해 반덤핑 뚫은 중국산 후판…1년 반 만에 최대 수입, 제재 효과 도마 위
중국산 후판이 반덤핑 장벽을 비웃듯 쏟아졌다. 9월 한 달 수입량이 무려 12만 톤을 돌파했고, 평균단가는 톤당 610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8월 말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1~34.10%의 고율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음에도, 보세구역을 활용한 조선용 중심 물량이 대거 통관되면서 사실상 제재 효과가 무력화된 셈이다.
같은 달 전체 후판 수입은 20만7천 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54%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58.6%에 달해, 국내 시장 질서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 “물량 폭발, 단가 급락”
철강협회 통계에 따르면 9월 중국산 후판 수입은 12만1,755톤으로 전월보다 141%나 늘었다. 이는 2024년 5월 이후 최대치다.
특히 일반 후판이 전체 수입의 94%를 차지하며 11만3,734톤이 들어왔다. 평균단가는 톤당 610달러로, 시장에서 거론되는 최저가격선보다 낮았다.
여기에 내마모강이나 고강도 계열도 변수로 떠올랐다. 당초 규제 강화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외항목으로 인정되면서 수천 톤 규모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가격이다. 중국산 내마모·고강도 후판은 톤당 800~900달러대로 수입됐는데, 이는 일본산(1,900달러 내외)이나 유럽산(2,000달러 이상)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선 “반덤핑 제재가 강화돼도 예외항목을 통한 중국산 저가 유입이 계속된다면, 국내 시장의 가격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업계는 9월 통계의 ‘폭발적 증가’를 보세창고 활용을 통한 조선용 중심 일반 후판 물량과 예외항목 고강도·내마모강 유입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본다. 평균단가 하락 역시 보세 경로 활용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밀어내기 아니라 협상 카드”…보세가 살린 중국산
앞서 4월 24일부터 8월 23일까지 기획재정부는 최대 38.02%의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8월 28일에는 최종 판정이 확정됐다. 업계는 중국산 수입이 더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9월에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용 중심의 보세구역 물량이 크게 반영됐고, 일부 강관사도 보세를 활용하면서 단가는 낮아지고 물량이 크게 뛴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선사들이 후판 제조사와의 하반기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중국산 수입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9월은 협상용 물량까지 겹치며 일시적으로 피크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 4분기 관전 포인트…“둔화냐, 재확산이냐”
철강업계는 4분기 중국산 후판 수입의 향방을 놓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조선사와 제철소 간 가격 협상이 타결되면 협상용으로 확보했던 비축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9월 급증했던 중국산 일반 후판의 통관 속도는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용 중국산은 반덤핑 관세와 가격약정의 영향으로 시장 입지가 좁아지고, 공백은 일본과 동남아산 물량이 일부 메울 것이란 해석도 존재한다.
조선용은 보세 경로가 유지되면서 실수요 위주로 안정 조달이 이어지되, 일반재와 특수재 간 가격 이원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반대로 국제 해운운임과 환율 변동, 중국 내수 가격 하락 등이 맞물릴 경우 저가 물량의 재유입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발 초저가 물량이 확대되면 국내 유통시장 전반에 추가적인 하방 압력이 불가피하다. 특히 정책 변화로 보세구역 관리가 강화될 경우 조선용 조달 구조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제재에도 불구하고 보세창고라는 회색지대를 통해 중국산이 대거 유입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제도가 허용하는 틈새를 활용한 물량 공세가 이어진다면 내수시장 교란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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