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만 오른 철강시장…환율이 ‘새 변수’로 부상
국내 철강시장에서 가격과 비용 구조가 따로 움직이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열연강판을 중심으로 제조원가의 원화 환산 부담이 커지는 반면, 내수 유통가격은 반년 가까이 정체되면서 “판매가격은 그대로인데 원가만 오른다”는 업계 반응이 다시 확산하고 있다.특히 가격 메커니즘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환율 변동이 기업 원가와 거래 판단에 미치는 영향이 확실히 커진 시기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최근 시장에서는 원가나 수급만으로 거래 흐름을 설명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환율이 추가 조건으로 자리 잡으면서 비용 구조 해석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철강금속신문DB철강금속신문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열연강판 제조원가는 달러 기준 495~497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절대 수치만 보면 미세한 변동폭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1,470원 전후에서 고착하면서 같은 제조원가라도 원화 기준 비용은 이전보다 높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특히 전월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뚜렷하다. 10월 제조원가는 495달러, 11월은 497달러로 불과 2달러 차이에 그쳤지만, 원화 환산 제조원가는 같은 기간 약 70만3천 원에서 72만4천 원 수준으로 2만 원 이상 증가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환율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네추럴 헤징, 장기 구매 계약, 선물환 거래 등 다양한 대응책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올해처럼 변동성이 큰 구간에서는 헤지 전략이 모든 부담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 방식들이 단기 충격을 줄이는 역할은 하지만, 환율 수준이 지금처럼 길어질 경우 결국 비용 누적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내수 유통가격은 약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톤당 80만 원 초반대에서 6개월 가까이 정체돼 있다. 조선·건설·기계 등 주요 수요산업의 업황은 여전히 개선 폭이 제한적인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분위기와 기대는 있지만, 실제 구매가 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는 반응이 나온다.
환율 부담은 열연강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냉연과 도금재처럼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품목에서도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최근 환율 전망도 철강업계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권에서는 단기간 급락 가능성보다 ‘1,450~1,500원 박스권 유지’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 금리 정책이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고, 중국 경기 둔화와 중동 정세 등 외부 변수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올해와 같은 환율 흐름이 이어질 경우, 철강업계의 비용 구조도 당분간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열연·냉연·도금재뿐 아니라 철광석, 전극봉 등 원료 전반에서 비용 압박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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