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스크랩 자급률 올해도 고공행진…사상 첫 95% 돌파
국내 철스크랩 자급도가 지난해 90%대 진입에 이어 올해 95%선까지 돌파하며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최근의 자급률 상승은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 영향으로 진정한 의미의 자급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나라 경기가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수출 대비 수입 감소폭이 더 클 때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와 유사하단 평가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철스크랩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사들은 수출 활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제강사들이 연이어 단가 인하에 나선 가운데 최근 환율 급등까지 겹치자 지난 4월 수출은 8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치솟기도 했다.
■ 1분기 자급도, 사상 첫 95% 돌파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은 95.5%로 전년 동기(88.7%) 대비 6.8% 포인트(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분기(93.8%) 대비로도 1.7%p 오르면서 2023년 2분기(83.3%)를 저점으로 7개 분기 연속 상승세다.
철스크랩 분기별 자급도가 95%선을 돌파한 건 협회 집계(2008년~) 이래 처음이다. 앞서 연간 자급률은 지난해 90.3%로 사상 첫 90%대로 진입한 바 있다.
동아시아 최대 철스크랩 수출국인 일본이 자국 자급률 85% 이상에서 수출을 본격 개시한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불황형 자급'의 완성인 셈이다.
철스크랩 자급도 산정은 수입을 제외한 국내 공급량(국내 구입+자가 발생)에서 전체 소비량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철스크랩 국내 공급 대비 소비 감소폭이 더욱 크면서 자급률도 가파르게 상승한 모습이다.
올 1분기 국내 제강사 철스크랩 소비는 463만1,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0% 급감하면서 협회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고점인 2023년 2분기(731만7,000톤)과 비교하면 무려 36.7%(268만6,000톤) 급감한 셈이다.
이 같은 철스크랩 소비 감소는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봉형강 시황 악화 영향이다. 봉형강 대표 품목인 국내 철근 수요는 지난해 800만톤 선 붕괴에 이어 올해 700만톤 선 수성도 위태로운 분위기다.
건설경기 선행지표 개선과 본격적인 금리 인하 페이스로 일각에선 올해 상저하고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당장의 동행지표 건설투자 위축으로 뚜렷한 실적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철스크랩 국내 구입은 341만7,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2% 줄었으며, 자가 발생 역시 25.2% 감소한 477만2,000톤에 머물렀다. 이 기간 수입도 46.7% 급감한 34만7,000톤에 그쳤다.
■ "더는 못 참아"…철스크랩 수출 8년래 최대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4월 철스크랩 수출은 7만6,0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3.6%, 전월 대비 146.2% 각각 급증했다.
월수출은 2017년 7월(7만8,000톤) 이후 7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1분기(1~3월) 월평균 수출이 3만4,000톤 수준임을 감안하면 일거에 두 배 이상 늘어난 모습이다.
4월 국가별 수출은 인도향이 4만7,0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7.0% 급증했으며, 지난해 실적이 미미했던 베트남향도 올 4월 1만5,000톤으로 크게 늘며 뒤를 이었다.
최근 국내 철스크랩 시장에서 두드러진 판도 변화는 수출 활성화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철스크랩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급사들은 수출 활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한 점도 이 같은 수출 행보를 부추겼다. 그간 주변국 대비 낮은 가격에도 장기 하락세를 이어오던 상황에서 환율까지 크게 오르자 본격 수출 타진에 나선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현지시간) 고율의 상호관세를 발표, 본격적인 무역전쟁을 알린 뒤 달러 약세와 함께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며 같은 달 8일 종가 기준 달러당 1,486원대까지 치솟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 안팎에서 안정세를 보이며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직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추가적인 변동성을 보일 경우 언제든지 수출 확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이 같은 수출 급증은 지난해 말에도 나타난 바 있다. 연이은 단가 인하로 국내 철스크랩 시세가 주변국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가운데, 비상계엄 사태로 환율이 급등하자 지난해 12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53.6%, 전월 대비 146.2% 각각 급증하며 4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대형모선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적은 물량에 기민한 시황 대응이 가능한 컨테이너형 물량을 중심으로 늘면서 판로 확대에 꾸준히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올 1~4월 국내 철스크랩 총수출은 17만9,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수출은 4만5,000톤 수준이며 이를 연간 물량으로 집계한 올해 총수출은 54만톤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총수출이 39만톤임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은 약 15만톤(37.1%)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 전극봉 수입은 전년 수준 유지
건설경기 침체 속 전기로강 생산이 지속 두 자릿수 급감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전기로 부원료인 전극봉 수입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 1~4월 전극봉 수입은 1만1,7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0.6% 늘면서 증가 전환됐다. 지난 1분기(-9.6%)까지 감소세를 이어왔으나 4월 수입이 큰 폭(+38.8%) 늘어난 영향이다. 월별로도 전월 대비 17.2% 늘면서 지난해 11월을 저점으로 5개월 연속 증가했다.
국가별 전극봉 수입은 1~4월 중국산이 5,9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했으며, 인도산 역시 29.8% 급증한 2,600톤을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일본산은 34.3% 급감한 2,200톤에 머물렀다.
월평균 수입은 2,900톤 수준이며 이를 연간 물량으로 집계한 올해 총수입은 3만5,000톤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총수입이 3만2,000톤임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은 약 9.6%(3,000톤)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연이은 전방산업 침체로 전기로강 생산이 급감하자 전극봉 총수입은 2023년 3만톤에 그치며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했던 2020년(3만1,500톤)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바 있으나, 지난해부터 증가 전환된 모습이다.
반면 올해 전기로강 생산은 1~2월 270만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줄면서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보통강전기로강 생산(182만톤)은 13.3% 감소했으며, 특수강전기로강(88만톤) 역시 9.1% 줄었다.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침체에 올해 국내 전기로강 총생산은 1,600만톤대까지 내려앉을 공산도 크다. 앞서 전기로강 총생산은 2021년(2,239만톤)을 고점으로 지난해(1,767만톤)까지 3년 연속 내리 급감세를 보였다.
한편, 전극봉 수입 가격은 꾸준히 하락세다. 올 1~4월 전극봉 수입단가는 평균 톤당 2,799달러로 전년 동기(3,444달러) 대비 18.7%(645달러)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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