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구조 바뀌는 조선용 후판…1분기 판매량 제자리
후판이 멈췄다. 조선업 수주는 늘고 있지만, 철강 출하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국산 조선용 후판 판매는 1분기에도 제자리걸음을 이어가며, 구조적 수요 변화와 수입재 확산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1분기 조선용 국산 후판 판매량은 81만 757톤. 지난해 같은 기간 80만 8,871톤과 비교해 0.2% 늘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회복보다는 정체 국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는 분주하지만 철강 출하가 따라붙지 않는다”며 “수요산업과 철강시장 간 괴리감이 점점 더 뚜렷해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판매량 흐름을 보면 이런 추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9년 87만 톤이던 1분기 판매량은 2021년 76만 톤까지 떨어졌다가, 2022년 조선 수주 반등과 함께 107만 톤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2023년 87만 톤, 2024년 80만 톤으로 다시 후퇴했고, 올해도 81만 톤에 그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업계에서는 “판매량이 바닥을 찍은 것은 맞지만, 반등이라 보기엔 힘들다”라며 “출하량이 늘지 않는 건 수요 구조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같은 기간 중국산 후판 수입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38만 1,476톤으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산 조선용 후판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재가 채우고 있는 셈이다.
수입 증가가 시황과 가격 요인에 따른 결과라면, 국산 조선용 후판의 정체는 조선업 내 수요 구조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특히 기저에는 조선업의 선종 구조 변화가 있다.
LNG선, LPG선 등 친환경 고부가 선박은 기존 컨테이너선이나 탱커보다 후판 사용량이 적다. 과거엔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의 2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10% 이하 수준이라는 게 현장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가 늘어도 철강 수요가 늘지 않는 이유”라며 “선종 구조가 철강 수요 구조까지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후판을 들여와 가공하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중국산 블록을 완성형으로 수입하는 방식도 보편화되고 있다. 국내 조선소들이 용접 인력 부족과 공정 간소화 이슈로 블록 직도입을 확대하면서 국산 철강재 수요는 이중으로 줄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블록을 가져오면 철판 수요 자체가 사라진다”며 “유통시장과 가공업계 양쪽이 동시에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불공정 거래 형태의 수입재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4월 24일부터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의 반덤핑 잠정관세를 부과했다. 철강업계는 “국산재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시장에는 저가 중국재가 남아 있고, 국산 후판에 대한 수요 전환이 본격화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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