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8] 시행 6개월 앞둔 CBAM…확정기간 전환 의미와 전망은?
■ 코 앞으로 다가온 ‘CBAM’, 2026년 1월부로 시작
유럽연합(EU)의 대표적 통상·환경 복합 규제인 ‘탄소국경조정제도(이하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이 전환기간(2023년 10월~2025년 12월)을 마치고 6개월 뒤인 2025년 1월(확정기간)부터 본격 시행된다. 앞으로 철강·알루미늄의 유럽 수출 시 탄소배출량 보고(EU가 인증하는 국내외 인증 기관)뿐만 아니라 인증서 구매 의무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EU는 우리나라 철강·금속산업의 주요 수출 시장 중 하나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전체 철강(전철강)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를 차지했다. 이는 아시아(약 55%) 다음으로 국산 수출에 수출 비중이 높은 대륙이 유럽임을 의미한다. 올해 미국 관세 이슈로 통상 이슈를 독차지하고 있는 북미 수출 비중 약 12%보다도 높다.
한국비철금속협회는 알루미늄의 2024년 유럽향 수출은 7만 5천 톤, 3억 9천만 달러로 파악했다. 이는 같은 해 알루미늄 전체 수출의 5.7% 수준에 이른다. 언 듯 비중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비철금속 전체 유럽수출의 69.1%를 차지할 만큼 비철금속 부문에선 유럽향 알루미늄 수출이 중요하다.

특히 6대(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신고 대상 품목 중 철강과 알루미늄은 당장 뚜렷한 탄소저감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아 있고, 무역의 비중이 중요한 산업이라 CBAM 본격 시행에 따른 시장의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가운데 계획된 일정에 따라 2026년부터는 현지 수입업자가 수입품에 내재된 탄소 배출량을 보고와 이에 대한 패널티 및 행정규제에 본격 노출된다. 통상의 경우 수입업자가 국내 수출자에게 배출량 보고서 작성 요구와 패널티 부과 시 위험 등을 협의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많아 국내 업체들이 대비해야 할 문제다.
흔히 국내 업체들이 철강·금속 제품의 수출자이고 국내에서 CBAM 규제에 우리 업체들이 대응한다고 언급을 하다보니, 일부에선 국내 업체들이 최종 보고의무와 인증서 최종 구매 의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 제품의 탄소배출 보고 의무와 인증서 구매를 통한 배출 허용치 초과량 상쇄의 의무 등은 최종적으론 현지 수입업자에게 있다.
다만 수출 경쟁력 확보와 현실적 업체 간 관계, 제품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 정보를 수입자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수출업자가 CBAM 대응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 흐름이다. 이는 업체 간 계약 또는 수출입 계약 등에서 역할과 책임이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환 기관 동안 국내 주요 철강·금속 업체 및 무역업계는 전문 보고서 작성 기관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보고서 작성 체계를 구축했다. 반면 중소기업 및 소량 또는 스폿성(간헐적) 유럽 수출 물량만 있는 기업들은 아직까지 대응 준비가 완벽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정부와 공공기관, 국회 등이 지원안을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개별 업체들도 보고서 작성 계획과 대응 방안 등에 지속적 관심과 대응책 마련 노력을 지속해야 한단 지적이다.
■ 앞으론 보고만으로는 안 돼, ‘탄소 배출 인증서 구매’ 어떻게 준비?
2026년부터 유럽 내 수입 철강·금속 상품에 탄소배출 인증서 구매 의무가 발생하는 만큼, 국내 철강·금속 업체들도 이젠 인증서 구매에 대한 본격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2026년 유럽연합이 진행하는 CBAM 체계를 살펴보면 ‘CBAM 신고인(CBAM declarant)’인 현지 수입업자는 유럽 현지의 신고 주체다. 수입업자는 세관 대리인을 선임하여 역할을 위임할 수도 있다. 신고인은 상품을 수입하면 당국 세관에 신고해야 하고 해당국 세관은 유럽 집행위원회에 수입 정보를 즉시 공유한다.
유럽 집행위는 신고된 내용 검토를 진행하는 가운데, 신고인은 다음 단계로 수출자에게 내재배출량 데이터를 전달받아 집행위가 요구할 때 CBAM 신고서와 인증서, 배출권 등을 집행위에 제출해야 한다.
집행위는 최종적인 내용을 모두 검토하고 최종 결과를 해당 수입국 제재 당국(국가별 상이)에 통보한다. 수입국 제재 당국은 페널티 부과(인증서 구매 명령 등) 등 처리 결과를 결정하여 신고인에 최종 통보하게 되고 기록이 집행위와 공유된다. 이 처리 과정에서 수입국 제재당국이 유럽집행위 결과를 대부분 수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내 업계가 대응에 있어 조심해야 할 부문은 수출 제품의 탄소 배출량 정보를 국제 표준 및 EU 측 요구에 따라 정확히 산출 및 수입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된 정보 또는 늦은 신고(보고)로 수입업자가 현지 당국과 유럽집행위에 추가 페널티 또는 악성 신고기업으로 몰릴 경우 위약금과 신뢰 관계, 제3자와의 수출 계약 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유럽연합은 배출권 제출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들에 대한 명단 공개 패널티도 추진하고 있다. 한번의 실수 또는 잘못이 장기적 유럽향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단 평가다. 이에 국내 기업들이 유럽집행위가 인정하는 온실가스배출 보고 전문 기관들을 통해 ‘CBAM 방법론’을 적용한 적확하고도 신속한 보고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졌다.
유럽집행위원회는 국가별 전환기간 및 확정기간(본 시행)에 검증을 맡을 온실가스배출 보고 전문기관 명단을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국내에선 기존의 한국형 온실가스배출거래재(K-ETS) 검증 기관과 유럽계 환경전문 연구소 및 기업들이 CBAM 검증을 처리하고 있다. 검증 전문성과 전통성 등을 놓고 업체별 실력과 실적 등에 대한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내 수출 업체들은 각 기관의 검증 능력과 현지 행정에 적시·적법하게 활용될 수 있을지는 면밀히 비교·확인해야 한다.
또한 현지 업체와 계약 내용이나 책임 범위 따라 유럽연합의 탄소배출 인증서를 구매해야 하는 경우를 대비할 필요도 있다. 게다가 유럽연합은 수출국(수출자)가 탄소 가격을 지급한 경우 그 금액만큼을 수입자 CBAM 비용에서 감면하고 있어 수입업자의 요구로 수출자가 CBAM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증서 수량은 수입품의 제품당 배출량과 유럽연합 배출권거래제 의무상 할당량을 비교한 차이값에 총 제품 수입량을 곱하여 결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EU CBAM 이행을 위한 인증서 수량 결정 시 제품당 배출량 산정이 필수적이다. CBAM 제도 하에서 산정하는 배출량은 ‘ ’제품당 배출량‘으로, ‘제품 생산량 1톤당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원단위’로 계산된다.

이러한 개념 하에서 우리 기업이 유럽 수입업자에게 제공해야 할 것을 보이는 개념은 ‘EU 수출 물품의 제품당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이를 EU 탄소거래제로 적용하면 제품 단위 생산량 당(톤 기준)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tCO2e)이 거래 기준이 된다.
단순하게는 CBAM 인증서 1장 가격이 EU ETS 시장에서 거래되는 이산화탄소 톤당 평균 가격과 동일하다고 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인증서 1장당 1톤 배출이 거래된다는 점과 인증서의 가격이 유럽 ETS 가격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tCO2e당 유럽 ETS(탄소거래제) 가격은 CBAM 전환기간이 시작 전인 2023년 2월 톤당(tCO2e) 105유로(약 15만 원)를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같은 해 10월 전환기간에 진입하자 가격이 일부 조정되면서 2024년에는 톤당 50~75유로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의 경우 유럽 ETS는 1월에 톤당 80유로로 치솟으며 강세를 보였으나 이후 다시 안정세로 돌아서며 지난 5월 하순에는 톤당 70유로(약 11만 원) 수준으로 조정됐다. 전문가들은 CBAM이 2026년 본격 시행되어 인증서 수요가 증가하게 되면 배출인증서 확정기간 초반 톤당 100유로를 다시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후 유럽연합의 규제 강화에 따라 거래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단 예상도 나온다. 이 비용을 부담질 가능성이 높은 국내 업계에겐 유럽향 수익성에 우려가 될 요소다.
유럽 ETS 시장은 유럽에너지거래소(EEX)나 유럽국제석유거래소(ICE Futures Europe) 등의 다양한 거래소를 통해 거래할 수 있으며 현물시장과 선물시장, 장외시장 등으로 세분되어 있다. 2026년에는 인증서 구매가 필수가 되는 만큼, 거래 시세와 거래소, 거래 방식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와 업계가 시스템 이해 및 실질 매수·매도 능력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유럽 내에선 연기·수정 필요 목소리도
유럽 현지에선 CBAM 시행을 코 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CBAM 시행 초기 상대국과의 갈등, 시장 혼란 등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수정안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EU 이사회는 지난 5월 27일(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EU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행정적 부담을 줄이고 단순화하는 것은 여전히 우선순위”라면서도 “수정안에 관해 유럽의회와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앞선 5월 22일, EU 의회는 CBAM 인증서 구입 연기 등 기존에 예고했던 변경 사항이 담긴 수정안을 승인한 바 있다. 승인된 안에선 기존 원안에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노르웨이에서 생산된 전력에 대한 CBAM 적용 제외를 명시했다. 이 세 나라는 유럽경제지역(EEA) 소속으로, 이미 유럽 ETS의 적용을 받고 있다.
수정안이 이사회의 승인을 받으면 이전에 예고됐던 대로 CBAM 대상 제품을 50톤 미만으로 수입하는 업체는 탄소 배출량 보고와 인증서 구입 의무가 면제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를 통해 역내 수입될 제품들의 탄소 배출량 99% 이상이 제도의 적용을 받으면서도, 전체 수입업체 중 약 90%가 CBAM 의무를 덜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 역내 수입업체들의 CBAM 인증서 구매 의무도 내년 1월에서 2027년 2월로 늦춰진다. 유럽의회는 2026년의 정책 및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을 들어 1년 유예를 결정했다. 이로써 업체들이 제도 적응에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유럽 역내로 이해되는 국가들에만 이를 적용하고 역외 국가들에겐 정책 및 불확실성에 대비할 시간을 추가로 줄지에 대해선 입장 및 계획이 불확실하다. 이에 국내 업체들의 경우 별도의 발표 및 정보제공이 없다면 2026년 본격 시행 가능성을 최우선에 두고 대비할 필요가 크다.

이러한 가운데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이사회 성명 직후 CBAM에 개선될 요소가 여전히 많다는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공개했다. 협회는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탈탄소를 위한 투자를 저해하고, 탈산업화를 가속화하며, 제3국에서의 생산을 촉진하고, 글로벌 탄소 배출 저감에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회는 특히 EU 철강 수출량의 70%가 탄소 비용을 물지 않는 국가들로 향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수출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 주요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EU 철강을 탄소 비용을 물지 않은 철강이 대체할 것”이라며 “이는 EU 철강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기후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철강협회는 CBAM을 개선하기 위해 철강 수출에 관해서는 탄소 배출권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것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협회는 제조 공정에서 탄소배출이 적은 제품을 EU로 보내고 그렇지 않은 제품은 다른 곳으로 보내 여전히 글로벌 탄소 배출에 변함이 없는 자원 리셔플링(재편성·재배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당 수출국 제품이 어떤 공정을 사용했든지 그 나라에서 가장 탄소 배출이 많은 생산공정을 기준으로 삼자는 제안도 내놨다.
한편, EU 측은 지난 2월 26일, CBAM의 이행 비용 및 행정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인증서 거래 요건 완화, 면제 조건 변경 등의 내용이 포함된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기존 법상으로는 불합리한 인증서 거래 요건으로 인해 실제 부담보다 많은 인증서를 구매해야 했으나, 개정안을 통해 이러한 초과 부담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이에 업계는 이번 개정으로 면제 대상이 연간 수입량 50톤 이하인 수입업자로 변경되어 소규모 수입업자와 거래하는 우리 기업도 대응 부담을 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정부, CBAM 확정기간 앞두고 업계 ‘지원’ 강화
지난 3월, 정부는 2025년도 ‘유럽연합 CBAM 대응 제1차 정부 합동 설명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이날 설명회를 시작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관련 기업에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합동 설명회를 올해 총 6회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전국 주요 권역에서 진행하는 설명회를 통해 기업에 탄소 배출량 산정 컨설팅, 탄소중립 설비개선 등 정부 지원사업을 종합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 유럽연합에서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 개정안 주요 내용 등 최신 동향과 기업 대응 사례도 전달한단 방침이다.
이어서 4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철강협회를 방문해 유럽연합 2026년 CBAM 시행 등 글로벌 탄소 규제를 대비하기 위한 업계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산업부가 유럽연합 및 영국과의 최근 협의 동향을 공유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하여 향후 정책에 반영하겠단 의견이 내왔다. 영국의 경우 유럽연합 탈퇴로 EU CBAM의 ‘역내 국가’가 아니게 된 가운데 2027년부터 자체 탄소국경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라 우리 기업들의 대응이 필요하단 의견이다.
또 다른 관련 부처인 환경부는 상대적으로 대응에 취약한 중견·중소업체들을 위해 CBAM 대응 상담 지원 규모를 지난해 60개 기업에서 올해 100개 기업으로 확대하고 탄소 배출량 산정뿐 아니라, 배출량 데이터 검토·분석, 기지불 탄소 비용 산정까지 지원 범위를 넓혔다.
또한 환경부는 CBAM과 기후공시 의무화 등 해외 탄소 규제에 국내 기업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배출량 산정과 감축 컨설팅, 설비 지원 등을 묶은 ‘일괄 묶음 지원’ 추진과 국제 규제 준수사항을 사전 점검할 수 있는 환경안전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CBAM 지원 대상을 지난해 110개 기업에서 올해 185개 기업으로 확대하고 생산 제품 단위 탄소 배출량 측정, 유럽연합 측 수입업자에 배출량 보고 등 전문 인력의 현장 방문 맞춤형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비용과 처리 내용에 대해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단 점을 고려하여 유럽연합 인정 검증기관이 제품별 탄소 배출량 산정 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을 지원하고 최종 검증 의견서를 발급하는 등 배출량 측정값의 정확성 담보하는 사업을 지속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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