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5] “철강은 지금 통상전쟁 중”…포스코가 짜는 ‘글로벌 대응 전략’
통상환경이 철강의 미래를 흔들고 있다.
2025년 한국 철강업계의 통상 환경은 말 그대로 격랑 속에 놓였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과 함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월부터는 관세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기존 면제·쿼터 제도까지 철회되면서 미국 시장은 ‘사실상 봉쇄’ 수준으로 돌아갔다.
유럽에서는 또 다른 무역 장벽이 가시화되고 있다.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수입 철강 제품에 역내 탄소비용만큼의 부담을 지우는 이 제도는 한국 철강업계에만 첫해 850억 원대의 추가 비용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중국발 저가 공세도 거세다. 지난해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870만 톤에 달했고 후판, 열연강판 등 주요 품목에서는 국산 대비 10% 이상 가격 차이가 벌어지며 시장 왜곡이 심화하고 있다.

통상 리스크가 철강업계는 물론 한국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과 산업안보 차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지금, 포스코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홍준영 포스코 무역통상실장은 “수입산 철강재를 대상으로 한 무역구제 강화는 단순한 산업 보호를 넘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확보, 더 나아가 국가 안보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탄소 국경조정제도(CBAM)를 비롯한 탄소통상 규제 대응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제도 개선과 기회 요소 발굴을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지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통상 리스크에 대한 포스코의 전략적 시각과 주요 대응 기조를 집중 조명했다.
Q. 최근 중국·일본산 열연강판과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개시 이후 중국산 후판에 잠정관세가 부과되며 철강은 물론 산업계 전체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 전 세계적으로 철강 공급과잉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주요국들은 수입산 철강에 대한 수입장벽을 강화하는 한편 자국 철강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지원책을 병행하고 있다.
이렇듯 주요국 정부가 철강산업 보호 및 육성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배경에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그리고 제조업 재부흥을 통한 경제 성장을 위해 철강산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입산 철강재를 대상으로 한 국내 무역구제 강화 움직임 역시 단순한 산업보호 차원을 넘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더 나아가 국가 안보 및 미래 성장 동력의 확보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 철강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안정적 소재 공급을 통해 인프라 구축은 물론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산업 전반에서 경쟁력 제고에 기여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한국 철강산업은 글로벌 보호주의 확산과 주요국의 경쟁적 무역제소 남발로 수출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수요 침체에 따른 저성장 고착화, 제3국 수입장벽에 막힌 물량의 국내 유입 증가가 현실화하면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한국 철강산업 기반뿐만 아니라 한국 제조업 전반에서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중국산 후판, 일본·중국산 열연에 대한 반덤핑 관련해서는 포스코도 동종물품의 국내 생산자로서 조사절차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또한 WTO 협정과 국내법에 따른 무역위원회의 공정한 조사를 통해 불공정한 수입재 유입이 억제되고 왜곡되어 있던 국내 철강시장 질서가 정상화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제조업 생태계 전체가 더욱 강건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조사과정에서 국내 수요산업이 수급차질을 비롯한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도록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다각도로 소통하며 역할과 책임을 다 할 것이다.Q.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과 경쟁적인 무역제소로 국내시장이 불공정 수입재에 잠식당할 위험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서 구제척인 설명을 부탁드린다.
A. 우선, 불공정 수입재에 대해서는 반드시 적법한 무역구제 절차에 따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철강업계가 부당한 경쟁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규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더 나아가 철강업계와 철강을 사용하는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수요산업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강건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강업계와 수요산업 간의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상생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일례로 고부가가치 철강재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R&D) 투자, 품질 및 기술 표준의 공동 제정,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정보 공유와 협력, 그리고 친환경·저탄소 생산체계로의 전환을 위한 동반 노력이 필요하다.
덧붙여서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무역규제를 편법적으로 회피하는 우회수입을 막고 공급망 추적을 강화하기 위해 철강 원산지를 조강기준으로 강화하는 추세이며,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기존 무역구제조치에 더해 반우회덤핑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주요 교역국들이 우회수출을 단속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대하고 있기에 우리도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조강 기준 도입, 국내 유통 수입산 제품에 대한 원산지 표기, 우회덤핑규제 도입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최근 우리 정부에서도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올해가 지속가능한 철강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의미있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 Q. 수출 대상국별로 통상 리스크나 시장 특성이 다른 만큼 전략 설정이 중요한 시점이다. 포스코는 최근 어떤 지역에 주목하고 있으며, 중남미·중동·인도 등 신흥시장에 대한 전략이나 접근 방식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A. 그동안 포스코는 제품 경쟁력 기반의 수출과 현지 생산체제 구축을 통해 글로벌 고객사 요구에 부응해 왔으며 앞으로도 중장기적인 환경 변화를 감안해 유연한 글로벌 사업전략 실행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갈 것이다.
다만 최근 글로벌 철강 수요 침체와 높아진 통상장벽으로 지역별 판매전략의 일부 조정은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신흥국 중심의 신규 수출시장 발굴, 제품간 믹스(Mix) 최적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해외 생산법인, 가공센터, 원료 법인과 더불어 북미, 인도네시아, 인도 등 고(高)성장, 고수익 시장에 대한 적기 투자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유럽연합의 CBAM 등 새로운 형태의 탄소 규제에도 주도적으로 대응해 한 템포 빠르게 경쟁 우위를 확보해 갈 것이다.
Q. 글로벌 통상 이슈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포스코는 국내 철강산업의 안정성과 경쟁력 유지를 위해 어떤 대응 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까?
A. 우선 포스코는 경쟁력의 핵심을 기술 우위에 두고 있다. 이에 고부가 제품의 생산 기술을 고도화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할 혁신 제품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또한 원가 혁신을 위한 비용절감 기술과 함께 탄소저감 기술 개발에도 성과를 창출해 가고 있다.
아울러 고객성장 지원을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내 철강 생태계 강건화를 위해 수요산업과 기술협력을 강화하고 수출이 어려워진 고객사를 대상으로는 신규 수요 및 수출 판로 공동 개발, 해외 프로젝트 수주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철강협회와의 공조를 통해서 불공정 수입재 확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 등 국내 철강산업이 당면한 과제 해결을 주도적으로 모색하고 정부, 국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도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자 한다.
Q. CBAM 등 환경규제가 통상 이슈로 확대되고 있는데, 포스코는 이러한 환경 중심 통상 리스크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EU CBAM과 유사한 규제 확산 움직임에 대해서도 간략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A. EU는 CBAM 이외에도 에코디자인법, 배터리규제법, 공급망 실사법 등 공급망 전반에 걸쳐서 규제 강화 차원의 통상의제 신설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영국도 2027년 시행을 목표로 CBAM 규정 초안을 발표했는데, EU와 유사하지만 CBAM 비율을 정량적으로 산정 한 후 세금 형태로 부과하는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
포스코는 EU CBAM 도입 논의 초기 단계부터 관련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정부, 협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제도적으로 불합리한 부분과 이슈 사항을 규명함과 동시에 한국 정부, 관련 기관은 물론 EU내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선제적인 제도 개선을 모색해 왔다.
그 결과 ‘배출량 산정 시 고로와 전기로 등 생산방식을 구분하고, 민감정보 보호 위해 생산자가 직접 정보를 제출하는 등’의 가시적 성과도 도출했다.
내년도 본시행을 앞두고 철저한 준비를 통해 포스코뿐만 아니라 한국 철강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기회 요소 발굴을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다.
흔히들 EU CBAM을 기점으로 '탄소통상'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이야기한다. 제품의 탄소배출량이 글로벌 시장 경쟁의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주요국 정부는 자국 철강산업의 탄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한국 철강업계의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자구적 노력에 더해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판단된다.
Q. 다변화된 통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통상실의 역할도 커졌는데, 포스코 무역통상실의 주요 업무에 대해 간략히 설명을 부탁드린다.
A. 포스코 무역통상실은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전문 조직이다. 반덤핑·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전통적인 무역구제 제소·피제소와 기술장벽 대응을 비롯해 불공정 수입재로부터 국내시장을 지키기 위한 비관세 측면의 제도개선, FTA 협상 전략 수립 및 원산지 관리 등 철강 교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이슈를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국내외 이해관계자들과 공감대 형성과 협업을 위한 아웃리치 활동도 광범위하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 EU CBAM 등 탄소중립과 연계된 기후통상 이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올해부터는 탄소저감 강재 마케팅까지 업무 영역을 확대했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 목표 달성 및 고객사 탄소저감 요구에 대한 마케팅 관점의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EU CBAM 등 글로벌 탄소규제 관련해서는 정부·협회 등 이해관계자와 협업의 밀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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