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전망-철근·형강] 어디까지 쪼그라들까
건설산업이 역대급 침체를 이어가면서 봉형강 시장도 동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철근 연간 수요(내수+수입)는 지난해 800만톤 붕괴 이후 올해 700만톤 선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철근 연간 생산능력이 1,200만톤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가동률은 예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쪼그라드는 셈이다. 2022년까지 1천만톤대를 유지했던 철근 수요는 2023년 900만톤 중반대에 이어 지난해 700만톤대까지 추락했다.
올해 H형강 수요 역시 200만톤 선 붕괴가 가시권이다. H형강 수요는 대부분 착공면적과 동행하는 점에서 침체된 착공실적이 뚜렷한 수요 부진으로 이어졌다.

■ 철근 수요 700만톤 수성 위태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근 생산은 173만1,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급감했다. 분기별 철근 생산이 170만톤대로 내려앉은 건 협회 집계 이래(2010년~) 처음이다.
1분기 철근 내수 판매 역시 166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했으며, 특히 수입은 74.3% 급감한 1만9,000톤에 그쳤다.
문제는 이 같은 전방위 감산에도 예상보다 더욱 저조한 수요에 제강사 철근 재고는 두드러진 축소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는 형국이다. 오히려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꾸준히 우상향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말 제강사 철근 재고는 56만8,0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로는 15.5% 감소했으나, 지난해 12월(54만2,000톤)을 저점으로 석 달 연속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국내 철근 수요(내수 판매+수입)는 168만2,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적으로 추산한 올해 총수요는 673만톤으로 집계되며 일부 성수기 판매 확대를 감안해도 700만톤을 넘기기 힘들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고점이었던 2021년(1,123만톤)과 비교하면 무려 40%(450만톤) 급감하는 셈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철근 내수판매는 2013년 이후 월간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부진했다"며 "1분기 추세가 연말까지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철근 수요는 700만톤을 하회하며 2000년대 들어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한 듯 현대제철은 앞서 4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인천공장 철근라인 셧다운까지 단행했다. 정기 대보수가 아닌 시황 악화로 인천 철근라인 가동을 전면 멈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최대 철근 메이커 현대제철이 셧다운 결정을 내리자 당시 시장 가격은 빠르게 회복됐다.
다만 근본적인 수요 침체 속 유통시세가 반짝 상승 뒤 다시 주춤하면서 현대제철에 이어 동국제강도 인천공장 1개월 셧다운을 예고했다.
동국제강은 오는 7~8월에 걸쳐 약 한 달간 인천공장 압연라인(1,2호) 뿐만 아니라 제강공장(120톤, 100톤)까지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최근 철근 시장이 수요 급감에 따른 출혈 결쟁으로 가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에 당사는 오는 7월 22일(화)부터 8월 15일(금)까지 한 달간 인천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에서 철근 생산능력이 연산 220만톤, 최근 가동률이 60% 수준임을 감안하면 한 달간 최소 10만톤 이상의 공급 제한 효과가 나온다. 제품 출하는 기존 재고를 활용해 정상 공급이 유지된다.
아울러 회사는 6월에도 철근 생산 가동률을 50%대로 유지하는 등 재고 증가 억제를 통한 시장의 수급 균형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예상을 뛰어넘는 시황 악화에 제강사들은 올해 철근 수요를 재점검하며 수급 조절에 나서고 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 수요 전망에서 올 하반기 시황 개선 가능성과 함께 철근 수요를 800~820만톤으로 예측한 바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올해 회사가 자체 예측한 철근 총수요는 600만톤대로 국내 전체 생산 능력 1,200만톤 대비 절반 수준의 극심한 수요 부진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 H형강 수요도 200만톤 붕괴 가시권
올해 H형강 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1~3월) H형강 생산은 56만7,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9% 급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요 감소와 함께 제강사들이 설 연휴 포함 형강공장 대보수를 실시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예년 1분기 H형강 생산량이 70~80만톤 수준임을 고려하면 최소 10만톤 이상 급감한 수준이다.
올 1분기 H형강 내수 판매도 37만9,000톤으로 11.6% 줄었으며 특히 수입은 38.0% 급감한 7만4,000톤에 그쳤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국내 H형강 수요(내수 판매+수입)는 45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실적으로 집계한 올해 총수요는 181만톤으로 추산된다. H형강 총수요가 200만톤 선을 밑도는 건 2010년 이래로 처음이다.
지난해 총수요가 205만톤임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은 약 11.7%(24만톤)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고점이었던 2022년(284만톤)과 비교하면 무려 36.2%(103만톤) 급감하는 셈이다.
H형강 수요는 일부 불규칙성이 있으나 대부분 착공면적과 동행하는 점에서 침체된 착공실적이 뚜렷한 수요 부진으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건축 착공면적은 1,511만6,0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 급감하며 2009년 1분기(1,274만4,000㎡)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장 비중이 큰 주거용 착공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56.8%) 쪼그라들면서 전체 착공 부진을 견인했다.
특히 올 1분기 건축 허가면적도 전년 동기 대비 23.4% 급감한 2,360만㎡에 그치며 2010년 3분기(2,249만㎡)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량 기준 건설경기 동행지표(착공면적)에 이어 선행지표(허가면적)까지 모두 꺾이면서 당분간 시황 침체 연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부터 국내 주택착공이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 이후 추경을 통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도 기대된다"며 "이로써 내년 상반기에는 철근을 포함한 봉형강 수요가 차츰 회복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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