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6] 다시 각광받는 전기차 전용소재…배터리 넘어 소재 경쟁 시대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경쟁의 기준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배터리 용량 확대와 핵심 광물 확보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최근에는 같은 에너지로 더 멀리 달리고, 더 높은 효율과 안전성을 구현할 수 있는 소재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완성차와 배터리 업체들은 주행거리와 충전 효율, 출력 성능을 높이기 위해 소재 단계부터 차별화에 나서고 있으며 철강·비철금속 업계 역시 이에 맞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전기차 구동모터의 효율을 높이는 무방향성 전기강판,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좌우하는 알루미늄박, 원통형 배터리 시장 확대와 함께 주목받는 니켈도금강판은 전동화 시대를 대표하는 핵심 소재로 꼽힌다. 이들 소재는 단순한 부품을 넘어 전비와 주행거리, 에너지 밀도, 안전성 등 전기차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본지는 이번 특집을 통해 전기차 전용 소재 산업의 기술 동향과 시장 전망을 짚어보고,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하는 국내 기업들의 전략과 경쟁력을 조명한다. [편집자 주]
◇ 모터 효율 높이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전기차 경쟁력 좌우한다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면서 소재 경쟁의 무게중심도 변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배터리 용량 확대와 핵심 광물 확보가 관심사였다면 최근에는 같은 배터리로 더 멀리 달리고 더 높은 효율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전기차 구동모터의 성능을 결정하는 무방향성 전기강판(NO·Non-Oriented Electrical Steel)이 대표적인 전기차 전용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포항공장 구동모터코어 스테이터(Stator) 생산라인. 포스코그룹구동모터는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에너지를 기계적 회전 에너지로 변환하는 핵심 장치다. 전기차의 전비와 주행거리, 가속 성능은 물론 소음과 진동 특성까지 모터 성능에 영향을 받는다.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모터 효율 개선에 집중하는 이유도 배터리 용량 확대만으로는 성능 개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구동모터에는 무방향성 전기강판이 사용된다. 여러 방향에서 자기장이 반복되는 모터 특성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소재로 철손(Core Loss)은 낮추고 자속밀도(Magnetic Flux Density)는 높여 모터 효율 향상에 기여한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전비와 주행거리 개선을 위해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고출력화와 고속 회전 모터 적용이 확대되면서 전기강판 역시 초극박 제품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강판 두께가 얇을수록 와전류 손실을 줄일 수 있어 모터 효율 향상에 유리하지만 생산 난도는 높아진다. 이 때문에 고급 무방향성 전기강판 시장은 소수 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포스코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전기차용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브랜드인 'Hyper NO'를 미래 성장 제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Hyper NO는 낮은 철손과 높은 자속밀도를 구현한 프리미엄 강종으로 전기차 구동모터의 효율 향상과 소형화에 적합한 제품이다.
특히 포스코는 0.15mm급 초극박 전기강판 생산 기술을 확보하며 글로벌 고급 전기강판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극박 제품은 와전류 손실을 줄여 모터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균일한 품질 확보가 쉽지 않아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용 최고급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Hyper NO를 중심으로 전동화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yper NO급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시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향후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역시 고급 강종 비중 확대와 품질 고도화를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전기강판은 포스코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포스코는 자동차강판과 이차전지 소재, 전기강판을 연계한 e-모빌리티 소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전동화 시대 수요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차체 경량화를 위한 기가스틸과 배터리 소재, 구동모터용 전기강판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해 미래차 소재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룹 차원의 밸류체인도 강점으로 꼽힌다. 포스코가 Hyper NO를 생산하면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이를 활용해 모터코어를 제조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한국과 폴란드, 멕시코, 인도 등 글로벌 생산거점을 기반으로 완성차 공급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소재부터 가공, 공급까지 이어지는 체계를 구축하며 미래 모빌리티 시장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 전기차 전용 소재 알루미늄박, 기술 고도화와 ESS 시장 확대로 재조명
알루미늄박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양극 집전체(Cathode Current Collector)로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양극 활물질에서 발생한 전자를 외부 회로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배터리의 출력과 수명, 안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배터리 내부에서 활물질을 지지하는 기반 소재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에 전기차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중요 부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터리용 알루미늄박은 일반 포장재용 알루미늄박과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크게 다르다. 전극 제조 과정에서 균일한 코팅이 가능하도록 표면 품질이 우수해야 하며, 초박막 상태에서도 충분한 강도를 유지해야 한다. 최근 전기차의 주행거리 향상과 배터리 고에너지밀도화가 진행되면서 더욱 얇고 가벼운 초극박 제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의 코팅 양극박.특히 배터리용 알루미늄박은 두께 균일도와 표면 조도, 인장강도 등을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최근에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 향상을 위해 10㎛ 이하 초극박 제품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얇아진 두께에서도 생산성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압연 기술이 제조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초극박화와 고강도화, 균일한 품질 확보 능력이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시장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
최근에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시장 확대와 함께 카본 코팅 알루미늄박이 새로운 성장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카본 코팅 알루미늄박은 기존 알루미늄박 표면에 탄소계 소재를 코팅한 제품으로 전도성을 높이고 양극 활물질의 접착력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충·방전 과정에서 활물질 탈리를 줄이고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전력 수요 증가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LFP 배터리 채택이 확대되고 있다. 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이 뛰어나 ESS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이에 따라 LFP용 카본 코팅 알루미늄박 수요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향후 알루미늄박 시장의 성장 축이 전기차뿐 아니라 ESS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아알미늄과 동일알루미늄(DI동일), 동원시스템즈, 롯데인프라셀 등이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아알미늄은 국내 대표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제조업체로 ESS 시장 확대의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가동률이 9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며 ESS 매출 비중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후가공 공정을 포함한 일괄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고객사 대응력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DI동일은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사업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약 1,108억원 규모의 카본 코팅 설비 투자를 결정했으며 기존 외주 방식에 의존하던 코팅 공정을 내재화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 대응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미국 ESS 시장 성장에 힘입어 알루미늄박 매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생산라인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는 올해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국내 최초로 LFP용 코팅 양극박을 공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해당 제품은 알루미늄박과 활물질 간 접착력을 높이고 전도성을 향상시켜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개선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드물게 알루미늄 압연부터 코팅까지 일관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어 원소재 생산부터 후가공까지 직접 관리할 수 있다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코팅 양극박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롯데인프라셀은 차세대 배터리용 코팅 양극박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코팅 양극박은 양극 집전체 표면에 전도성 프라이머층을 코팅한 제품으로 활물질과 집전체 간 결착력을 높이고 전기저항을 낮춰 배터리 성능 향상에 기여한다.
최근 LFP 배터리뿐 아니라 전고체전지와 건식전극 공정 등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적용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양극박 생산부터 코팅까지 직접 품질을 관리하며 고객사 요구에 맞춘 맞춤형 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차세대 전지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 니켈도금강판, EV용 원통형 배터리 특수 기대
니켈도금강판은 우수한 내식성, 전기 전도성, 그리고 강한 가공성을 갖춘 고부가 가치 표면처리 강판이다. 전통적으로는 알카라인 건전지 캔이나 가전제품 부품에 주로 쓰였으나, 최근 전기차(EV)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원통형 배터리 캔의 핵심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니켈도금강판 기술 동향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차세대 46시리즈(4680 등) 원통형 배터리 맞춤형 개발이다.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 시리즈보다 에너지 밀도가 5배 이상 높은 차세대 제품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30년 원통형 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이 2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배터리 셀 내부의 전도성과 안정성을 담당하는 니켈도금강판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4680 배터리는 두꺼운 강판을 깊게 찍어 누르는 딥드로잉(Deep Drawing)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에 이를 견디기 위해 깨지거나 도금이 벗겨지지 않는 고성형성 및 고밀착성 조질 등급의 강판 개발이 주를 이루고 있다.
TCC스틸의 니켈도금강판으로 제작한 원통형 배터리.초박형 게이지 및 고속 도금 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0.12㎜ 미만의 초박형 기판 개발이 활발하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분당 150m 이상의 고속 연속 전기도금 라인이 도입되는 추세다.
표면 제어기술도 중요한 기술적 과제다. 기존의 광택 표면과 달리, 내부 양극재 및 배터리 부품과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표면을 미세하게 거칠게 만드는 무광택(Matte) 니켈 도금 기술 비중이 늘고 있다.
기존 탄소강 기반의 니켈도금뿐만 아니라, 극도의 내식성과 강도를 요구하는 차세대 배터리를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SUS) 기반에 니켈을 도금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또한 유럽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 맞춰 유해물질인 6가 크롬 대신 3가 크롬을 사용하거나, 폐쇄 루프 수자원 재활용 시스템을 도입한 저탄소·친환경 도금 공정 도입도 확대되고 있다.
현재 니켈도금강판 시장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의 영향을 잠시 받았으나, 중장기적인 원통형 배터리 시장 확대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된다. 글로벌 니켈도금강판 시장은 전기차, 휴대용 전자기기, ESS 시장의 확대로 인해 연평균 약 5~7.5% 수준의 견고한 성장률(CAGR)을 보이며 시장 가치가 지속해서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재로선 전체 니켈도금강판 수요 중 알카라인 및 리튬 배터리 캔 용도가 압도적인 비중(7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자동차(EV) 부문이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된다.
국내 업체 가운데서는 TCC스틸과 동국산업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TCC스틸은 원통형 배터리 캔용 니켈도금강판 시장을 주도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테슬라향 46파이 배터리 양산을 본격화함에 따라 대규모 라인 증설을 마치고 가동 중이다.
TCC스틸의 독점 구조였던 시장에 동국산업이 이차전지 신사업으로 니켈도금강판 라인을 구축하며 양산 및 품질 테스트를 진행, 국산화 및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본의 토요코한(Toyo Kohan), 일본제철(Nippon Steel) 등이 고품질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 잡고 있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야드 고객센터
경기 시흥시 마유로20번길 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