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반덤핑 관세에도 가격은 왜 그대로…“한국 철강산업, 수급 구조가 발목 잡아”
글로벌 철강 시황 악화와 중국발 공급과잉이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한국 역시 철강 수입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자국 시장 방어에 나섰지만, 관세 이후 시장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미국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이후 내수가격 상승 흐름을 만들어낸 것과 달리 한국은 열연강판과 후판 모두 약세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구조적 수급 문제와 함께 잠정 관세 국면에서의 시장 운영 실패를 함께 지목하고 있다.
◇ 미국은 ‘공급 부족’, 한국은 ‘공급과잉’에서 출발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 철강시장은 구조적으로 공급이 빠듯한 시장으로 분류된다. 2023년 기준 미국 조강 생산량은 8,140만 톤 수준으로 집계된 반면 소비는 9,300만 톤 수준으로 알려졌다. 공급 공백이 1,100만 톤 이상 존재하는 구조다.
한국산 등 수입 비중이 수급 균형에 직접 영향을 주는 시장에서 트럼프 정부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련 관세가 수입을 줄이면서 빡빡한 공급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금속신문DB미국 철강 내수 가격 흐름도 이를 뒷받침했다. 본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열연강판 가격은 2024년 7월 656달러를 저점으로 한 뒤 2025년 들어 반등했다. 2025년 3월 910달러를 기록했고 4월에는 1,005달러까지 올라섰다.
2025년 하반기에도 900달러 안팎의 수준을 유지했고 2026년 1월 첫째 주에도 989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한국은 출발점이 다르다. 2025년 1~11월 국내 조강 생산량은 5,610만 톤으로 전년 대비 3.7% 감소했다. 연간으로는 약 6,100만 톤 수준이 예상된다는 관측이 많다. 생산 자체는 줄었지만 수요 감소 폭이 더 컸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덤핑 등으로 수입이 감소했지만 내수 수요가 더욱 줄어들며 시장 자체가 회복하지 못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열연강판과 후판 등 범용 판재류 시장 역시 구조적 제약을 안고 있다. 국내 조강 생산은 줄었지만, 열연강판과 후판의 수요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는 점에서 공급 압력은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수입이 줄어도 국내 설비 여력이 남아 있는 한 시장 수급 상황이 빡빡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수요 위축 고착화…경기 조정 넘어 구조 변화
내수 약세의 핵심 변수로는 수요가 먼저 거론된다. 국내 철강 수요는 2021년 약 5,600만 톤에서 2024년 4,780만 톤으로 약 15% 감소했다. 2025년 연간 수요도 5천만 톤을 밑돈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 부문이 수요 약화를 주도했다는 평가가 많다. 2024년 건축 허가는 10년 평균 대비 18.1% 줄었고 착공도 16% 감소했다. 2025년 건설 투자도 전년 대비 9% 감소하며 전체 철강 수요를 끌어내렸다.
2026년 투자가 2%대 반등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으나 업계에서는 기저효과 성격이 강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주택 중심 수요가 예전 수준으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조선업이 호황이더라도 제품 수요로 이어지는 시차가 크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수주가 늘어도 실제 강재 투입은 공정 진행에 따라 뒤따른다. 후판 수요가 즉각 반등하지 않는 이유로 설명된다. 더욱이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 건조 선종 변화로 인해 후판 자체 사용량이 줄었다는 설명도 나온다.
업계가 구조적 요인으로 강조하는 대목은 생산조절이다. 특히 용광로 중심의 고로업계의 연속 공정 특성상 가동률을 낮추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고로의 특성상 가격이 흔들려도 조업을 이어가야 한다”라며 “수요가 줄어도 생산이 빠르게 줄지 않으면 재고와 공급 압력이 누적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 잠정관세 국면서 가격 타이밍 놓친 열연 시장
국내 열연강판 시장에서는 특히 잠정관세 적용 이후의 흐름이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업계에 따르면 잠정 관세 부과 이후에도 시장 내 공급 부담이 충분히 완화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가격 인상 시도가 지연되며 연말 반등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2026년 1월 들어서는 가격이 다시 약세로 기울며, 관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려운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잠정 관세 국면은 가격 질서를 재정비할 수 있는 중요한 구간이었지만, 시장 내 공급 부담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다”라며 “최종 판정 이전까지도 가격 주도권을 회복하지 못한 점이 연초 약세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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