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북미 핵심광물 거점 구축 속도…법원 판단 이후 경영권 분쟁 속 투자 추진

업계뉴스 2026-01-07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야간 전경(사진=고려아연)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야간 전경(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상무부 등 미 정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북미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 본격 나선다.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통합 제련소를 건설하는 ‘미국 제련소(U.S. Smelter)’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총 11조 원(약 74억 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설비투자(Capex) 기준 약 10조 원(66억 달러), 운용자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한 총 투자 규모는 약 11조 원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및 투자자들과 함께 현지 합작법인 ‘크루서블 JV(Crucible JV)’를 설립해 제련소 건설과 운영을 총괄한다. 초기 자금으로는 미 국방부와 투자자들이 조성한 21억5,000만 달러(약 3조2,000억 원)가 투입되며, 미 상무부는 CHIPS법에 따라 미국산 장비 조달 등을 목적으로 2억1,000만 달러(약 3,100억 원)를 추가 지원한다.

13종 핵심·전략 광물 생산…미국 공급망 자립의 전략적 거점

미국 제련소는 연간 약 110만 톤의 원료를 처리해 총 54만 톤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통합 제련소로,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생산 품목은 아연, 연, 동 등 기초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을 포함해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카드뮴, 팔라듐, 갈륨, 게르마늄 등 총 13종의 비철금속 및 전략광물이다. 이 가운데 11종은 미국 내무부가 발표한 ‘2025년 최종 핵심광물 목록’에 포함된 자원으로, 국가안보와 경제안보 차원에서 필수적이면서도 공급 리스크가 높은 광물들이다.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황산도 함께 생산된다.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인공지능(AI), 반도체, 방위산업 성장으로 핵심광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제련·정련 시설 노후화와 폐쇄로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인듐과 갈륨 등 일부 핵심광물은 전량 수입 구조다. 고려아연의 이번 투자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며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자립 전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고려아연의 테네시 프로젝트는 미국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며 “항공우주·국방·반도체·AI 등 국가안보와 첨단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13종의 핵심·전략 광물을 대규모로 미국 내에서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의 생산 확대분 중 일부에 대해 우선 매수권도 확보한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국방부 부장관은 “1970년대 이후 처음으로 미국 내 아연 제련소와 핵심광물 가공 시설을 건설하는 전환점”이라며 “750개의 일자리 창출과 전략광물 공급 병목 해소를 동시에 달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한 인듐괴/고려아연 제공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한 인듐괴/고려아연 제공

온산제련소 기술력 그대로…세계 최고 수준 통합 제련 경쟁력

미국 제련소는 단일 제련소 기준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울산 온산제련소를 모델로 한다. 고려아연은 약 65만㎡ 규모 부지에 아연·연·동 통합공정, 복합 원료 처리 기술, 최신 제어 시스템을 적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통합 제련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온산제련소는 연간 100만 톤 이상의 비철금속 제품을 생산하며 총 22종의 금속을 생산하는 복합 제련소다. 고려아연은 세계 유일의 아연·연·동 통합공정을 통해 유가금속 회수율을 최대 96.5%까지 끌어올렸고,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 전략광물 회수율도 80%대까지 개선했다. 저품위 정광과 스크랩, 전자폐기물(E-waste), 폐배터리 등 복합 원료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도 강점이다. 올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아연 제련 헤마타이트 공법’은 아연 회수율을 98.5% 이상으로 높인 기술로 평가된다.

입지는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니어스타 제련소 부지로, 물류 접근성과 전력 단가 경쟁력이 뛰어나며 미국 내 유일한 아연 제련소가 약 50년간 운영돼 온 지역이다. 고려아연은 니어스타 클락스빌 제련소 인수에도 합의해 숙련 인력 승계 기반을 확보했다. 2026년 부지 조성, 2027년 착공,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며 가동은 아연·연·동 공정 순으로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법원 “경영상 필요성 인정”…유상증자 가처분 기각

이 같은 대규모 투자 추진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법원은 고려아연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영풍·MBK파트너스가 제기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미국 제련소 건설과 크루서블 JV 설립을 통한 자금 조달이라는 경영상 필요성이 인정되며, 신주 발행이 고려아연의 지배권 구도를 결정적으로 변화시킨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신주 발행은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 추진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현 경영진의 지배권 방어를 주된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영풍·MBK “주주가치 훼손 우려 여전”…본안 소송·주총 변수 남아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법원이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 자체에는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이번 투자와 유상증자 구조를 둘러싼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영풍·MBK 측은 ▲기존 주주의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 ▲투자 계약 구조의 공정성 ▲대규모 해외 전략 투자에 따른 중장기 재무·경영 리스크 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문제 제기는 특정 개인이나 단기적 이해관계가 아니라 고려아연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책임 있는 최대주주의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향후 본안 소송과 제도적·법적 절차를 통해 지배구조와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법원 판결에 앞서 영풍 측은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미국 측 지분 참여의 성격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지분을 미국 정부 측에 넘기는 것은 단순한 자금 조달이 목적이라기보다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호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라며 “사실상 ‘백기사’를 들여오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또한, 영풍은 기술 유출과 국가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영풍 측은 “아연을 비롯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되는 전략 광물은 대한민국 경제안보를 지키는 핵심 자산 중 하나”라며 “미국에 공장을 설립할 경우 고려아연이 축적해 온 독보적인 통합 제련 기술이 합작이라는 명분 아래 해외로 이전·유출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이러한 문제 제기와는 별도로,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가 미국뿐 아니라 고려아연과 한국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주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내년 주주총회까지 경영권 분쟁 지속…최 회장 측 ‘유리한 고지’

이번 가처분 기각으로 고려아연은 12월 26일 신주 220만9,716주를 발행하며 이를 통해 최윤범 회장 측은 미국 측 우호 지분 10.59%를 추가 확보하게 된다. 현재 지분 구조는 영풍·MBK 측이 약 45.85%, 최 회장 및 특수관계자(19.81%), 한화(8.6%), LG화학(2.1%) 등 우호 지분을 합친 최 회장 측이 약 30.51% 수준이다.

유상증자 이후 국민연금(약 4.8%)까지 최 회장 측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경우 최 회장 측 지분은 약 42.67%로, 영풍·MBK 측(약 41%)을 소폭 상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이번 법원 결정이 내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경영권 분쟁에서 최 회장 측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영풍·MBK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제한한 정관 개정안 역시 최 회장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6명 중 5명이 최 회장 측 인사로 알려진 가운데, 집중투표제와 현 지분율을 감안하면 다음 주주총회에서도 최 회장 측이 과반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사례로 추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미국 통합 제련소 건설과 관련해 “항공우주와 방위산업에 필요한 핵심광물을 공급하는 생산 거점을 미국에 구축하는 사업”이라며 “한미 경제안보 협력의 사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확보한 제련 기술을 적용하고, 일부 핵심 인력을 조기 파견해 초기 가동 안정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통해 북미 수요에 대응하고 글로벌 핵심광물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크루서블 JV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이사회 결의대로 대금 납입을 완료했고, 예탁결제원 전자등록까지 모두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 측을 포함한 합작법인은 이미 고려아연 주주명부에 등재됐으며, 신주 발행을 둘러싼 MBK·영풍 측의 저지 및 방해 시도는 모두 무산됐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신주 발행 효력이 대금 납입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27일자로 발생했으며, 관련 절차는 상법과 판례에 부합하게 정상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신주 발행의 적법성과 효력에 대해 허위·왜곡 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는 명백한 시장 교란이라고 지적하며, 악의적 주장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역시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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