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I 시장 빠르게 줄어든다…수입 60% 급감

전기아연도금강판(이하 EGI) 시장의 위축이 단순한 경기 부진을 넘어 구조적인 축소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내수 판매 감소와 수입 급감이 두드러지며, 시장 변화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한국철강협회 통계를 바탕으로 한 본지의 추정치에 따르면, 2025년 EGI 내수 판매는 69만 7,894톤으로 전년 대비 14.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까지 뚜렷한 수요 반등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동안 EGI는 연간 수입량이 10만 톤 안팎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4만 5천 톤 수준에 그치며 전년 대비 6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요 둔화 속에서 내수판매량은 물론이고 수입량까지 급격히 위축되며, EGI는 냉연·도금 품목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있는 품목으로 나타났다.EGI는 표면 품질과 도금 균일성이 뛰어나고, 정밀한 가공과 도장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전·자동차 외판·방화문 등 고급 외관을 요구하는 분야를 중심으로 사용돼 왔다. 전기아연도금 방식 특성상 도금 두께 제어가 용이해 미려한 외관을 확보할 수 있고, 도장 밀착성과 내식성도 우수해 프리미엄 가전과 자동차 부품에 적합한 소재로 평가받아 왔다.하지만 최근 들어 핵심 수요처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전 산업 부진과 원가 압박이 심화되면서 EGI 사용량 자체를 줄이거나, 중국산 강판·알루미늄 등 대체 소재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생활 가전 분야에서는 경량화 흐름과 함께 강판 사용량 자체가 감소하고 있으며, 영상 가전 분야에서는 이미 알루미늄 등 대체 소재 전환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다.건자재 분야에서도 EGI의 입지는 예전 같지 않다. 방화문용 수요가 일정 부분 유지되고는 있지만, 건설 경기 침체로 전체 물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컬러강판 등 대체 소재가 일부 적용되면서 EGI의 독점적 지위도 매우 약화되고 있다. 제조업계가 방화문을 대체 수요처로 삼아 가동률을 유지하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으나, 시장 전체를 떠받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이 같은 수요 구조 변화는 이미 공급 측 조정 사례로도 나타나고 있다. 포스코가 광양제철소 전기아연도금 라인을 정리한 데 이어, 동국씨엠 역시 과거 부산공장의 일부 EGL 라인을 합리화하는 등 EGI 비중을 줄이는 방향의 조정을 진행해 왔다. 업계 전반에서 노후 설비를 정리하고 생산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흐름은, EGI를 성장 품목이 아닌 저부가·축소 품목으로 인식하는 기조가 이미 상당 부분 굳어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수출량 부문에서는,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중국향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EGI 수출 구조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향 EGI 수출은 약 6만 톤 수준으로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전년 대비 약 24% 감소한 4만 7천 톤 수준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중국 현지 가전·건자재 수요 둔화와 함께, 중국 내 조달 확대 및 현지화 전략이 겹치면서 국산 EGI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향 수출 또한 더 이상 EGI 물량을 흡수해 줄 완충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한편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 EGI 유통가격이 용융아연도금강판(GI)보다 낮게 형성되는 현상을 두고 혼선도 나타나고 있다. 공정 난이도와 미려한 표면 품질을 고려하면, 제강사 출하 기준 EGI는 통상 GI와 같거나 높은 가격 구조가 일반적이다. 전기 도금 방식 특성상 공정 비용이 더 들고, 가전·외관용 등 고품질 수요를 전제로 설계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유통 단계에서의 가격 형성이 시장 수급 논리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EGI의 주요 사용처였던 건설·가전 수요가 동시에 위축되면서, 공급 가격과 무관하게 유통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방어적 가격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강사 출하 가격만 놓고 보면 EGI가 더 비싼 게 맞지만, 유통가는 결국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느냐가 기준”이라며 “현재는 쓸 데가 없어 가격이 눌려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EGI가 먼저 가격 붕괴 국면에 진입한 뒤, 최근 들어 GI까지 약세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가전 경기 침체 영향이 먼저 반영된 EGI가 선제적으로 흔들렸고, 이후 도금재 전반으로 하락 압력이 전이되는 양상이다. 이는 수요 기반 붕괴에 따른 시장 가격 왜곡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이번 통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수입재 급감은 시장 회복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수요·수출·생산이 동시에 줄어드는 가운데 나타난 수입 감소라는 점에서, 이는 가격 반등이나 수급 개선보다는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에 가깝다는 평가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수입이 줄어도 체감 경기는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업계에서는 “EGI는 현재 물량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가전·건설·수출 어느 쪽에서도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만큼, 향후 EGI는 선택적 생산과 효율 중심 운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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