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몽탄 신도시를 아시나요?

자원 무기화가 글로벌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중 무역전쟁이 불안을 더 키우고 있다. 여기에 일본과 중국의 갈등에서 자원 무기화를 노골화하고 있다. 특정 국가가 보유한 에너지·광물의 공급량, 가격, 허가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해 외교적·경제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전략을 자원 무기화라고 한다. 원유 감산, 가스 파이프라인 밸브 조절, 수출 허가제, 원산지 규제 등이 대표적 수단이다.경제학적으로는 수요 탄력성이 낮은 품목일수록, 단기간 대체재가 부족할수록 같은 물량 변화라도 더 큰 가격 변동과 협상력을 갖는다. 1970년대 오일쇼크는 자원 무기화의 원조였다. 팬데믹 발생으로 항만·운송 병목을 노출했고, 미·중 기술 갈등은 반도체·배터리 핵심 소재 전략이 부각했다.게다가 에너지 전환은 기존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는 대신 금속 의존도를 높이게 했다. 구리·니켈·리튬·흑연·희토류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의 ‘철근’이자 ‘혈액’과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쉽게도 이러한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대부분 해외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걱정을 들어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자원 부국인 몽골과 손잡았다는 소식이다. 매일 공급난에 시달리다 우군을 만난 것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지난 12일 몽골 울란바토르 몽골지질연구센터(GCRA)에 ‘한·몽 희소금속협력센터’를 개소했다.이 센터는 몽골 희소금속 고부가가치화 및 상용화를 위해 문을 열었다. 현지에 첨단 장비 56종을 구축해 희토류를 포함한 텅스텐·몰리브데넘·리튬 등 희귀금속 35종을 고부가화하는 사업이다.몽골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16%, 광물 약 80종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다. 하지만 광석을 가공·분리하는 선광 기술이 부족해 이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한국은 희토류 수급을 다각화하고 몽골은 자원 수출을 확대하고자 관련 기술 확보에 양국이 손을 잡은 것이다. 내년부터 광물 분석 및 특성 평가, 광석 선광·분리, 제련 연구 등을 시작한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몽골이 다른 국가를 제치고 하필이면 우리나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몽탄 신도시라는 말이 있다.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별칭이다. 거리 모습이 경기도 ‘동탄 신도시’를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 도심 곳곳에는 국내 편의점 브랜드인 ‘CU’와 ‘GS25’, 한국식 카페 등이 즐비하다고 한다. 간판까지 한글이라니 놀랍다. 몽골 전체 인구 340만 명 중 10%가량인 30만 명이 유학, 일자리 등으로 한국과 인연이 깊다고 한다. 드라마 돌풍도 한몫했다. 1990년 양국 수교 이후 몽골 방송에서 ‘모래시계(1998년)’, ‘겨울연가(2002년)’, ‘대장금(2003년)’ 등이 방영돼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것이 한국과 친숙해진 원인이 되었고, 협력으로 이어진 계기가 되었다.그리고 우리가 이익만 챙기려 했다면 협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센터는 현지 인재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몽골 대학과 연구소의 우수 인력을 선발해 한국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 선진 기술을 전수하는 심화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 같은 인재 양성은 단순히 기술 이전을 넘어 몽골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협력이 강화되면 몽골의 자원 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도 늘어나면서 자원 부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성장에서 핵심광물 확보는 국가 생존과 직결된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보유했다 하더라도 핵심 자원이 없으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이다. 특히 경쟁국인 중국에는 있고 우리는 없다면 너무 억울할 것이다.이 억울함을 몽골과 협력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센터 개소에 칭찬의 박수가 아깝지 않은 이유다. 이 사업은 양국의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에 우리가 한 약속은 차질 없이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양국이 진심으로 손을 맞잡는다면 협력 사업 성공사례로 평가할 것이다.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야드 고객센터
경기 시흥시 마유로20번길 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