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성 칼럼 - 금값 상승의 빛과 그늘

우리에게는 아이가 첫돌을 맞으면 아무 탈 없이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돌 반지를 선물하는 미풍양속(美風良俗)이 있다. 예로부터 금(金)은 악령을 물리치고 건강을 지킨다고 여겼다. 미래를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도 믿었다. 주술적인 의미에서는 금은 음양오행을 조화롭게 해 액운을 막아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돌잔치에 금반지를 선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풍습이었다. 형편에 따라 한돈, 또는 반 돈의 금반지를 선물하며 정성을 표시했다. 한 번뿐인 돌잔치를 하는 아이에게도 평생 추억의 선물이었다.돌잔치 선물만이 아니다. 결혼 예물도 금반지나 금목걸이로 하는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일반화되어 있다. 이처럼 금은 예나 지금이나 귀한 금속으로 대접받는다. 그 몸값도 금속 중 으뜸이다. 특히 요즘은 가격이 분초를 다투며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5년 전만 해도 한 돈에 5만 원 이하였다. 그때는 돌 반지를 선물하는데 부담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한 돈에 100만 원을 넘어서면서 엄두를 못 낸다.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같은 처지다. 부모님 결혼반지까지 녹여 예물 반지를 만든다니 정말 요지경 세상이다.가격의 고공행진으로 금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금반지와 금목걸이는 집안 경사를 연상시킬 정도로 친근했다. 그러나 지금은 자산 관리 수단이 되고 있다. 재테크 방편으로 통용되기도 한다. 이제 돌잔치에 편하게 금반지를 선물하기는 어려워졌다. 장롱 깊숙이 넣어 둔 금붙이가 있는지 뒤져보고 파는 것을 생각할 때다. 돌 반지는 옛 추억이 될 위기를 맞았다. 그나마 이 풍습이 사장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천만다행이다. 1g·0.5g으로 중량을 줄여 선물용을 만드는 소비 패턴 변화는 이해되지만, 한편으로 씁쓸하기 그지없다.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다. 미국 CNN은 귀금속 가격 폭등으로 올림픽 역사상 가장 비싼 메달을 걸게 되었다고 보도했다. 자료가 이것을 증명한다. 2024년 7월 파리 하계올림픽 이후 금값은 약 107%, 은값은 무려 200% 가까이 폭등했다. 이에 따라 금메달은 약 2,300달러(337만 원), 은메달은 약 1,400달러(205만 원) 수준이다. 물론 메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지만, 수집 시장에서는 가치가 높다. 실제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 금메달이 2015년 무려 1만 9,000파운드에 거래되기도 했다.이번 대회 금메달은 순금이 아니다. 총 506g 가운데 6g만 금이고 나머지는 은이다. 동메달은 구리로 만든다. 무게 420g 기준 개당 약 5.6달러(8,219원)로 추산된다. 올림픽 금메달의 순금 제작은 1912년 스톡홀름 대회가 마지막이다.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규정에 따라 은으로 제작한 뒤 겉면만 금으로 도금했다. 이번 동계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스키, 아이스하키, 피겨스케이팅, 컬링, 쇼트트랙 등 16개 종목 총 735개 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한다.금 가격이 상승한 것은 달러에 대한 부정적 전망 때문이다. 2024년 2,000달러대 초반에서 달리기 시작한 금값은 2025년 3월 3,000달러를, 10월에는 4,000달러를 돌파했다. 지난해 1년간 금값의 신고가 경신만 무려 53번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금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 결국 지난달 26일 5,000달러 선까지 넘어섰다. 도이치뱅크는 올해 금 가격이 6,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했고, 모건스탠리는 하반기 5,700달러를 전망했다. 글로벌 정치적 혼란이 안전 자산인 금으로 몰리면서 상승세에 동력을 달았다.금값이 올라가면 이득을 보는 것이 어디일까? 금은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금값 상승으로 피해를 보는 곳이 금은방이다. 가격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거나 중량을 줄이며 판매가 크게 줄었다고 한다. 반면 이익을 보는 곳도 있다. 비철금속 업체 고려아연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무려 1조 원을 돌파했다. 고려아연 전체 매출에서 금·은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이다. 지난해 금·은 가격 상승으로 50% 수준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금송아지나 금두꺼비를 보유한 졸부들의 흥겨운 콧노래가 들리는 듯하다. 반면 서민들에게서 훈훈한 풍습을 앗아간 금값 상승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돌 반지는 이제 과거 유물이 되고 있다. 금값이 다시 크게 내려올 것이라고 예단할 수 없다. 이처럼 금값 상승 속에는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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