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허가제 시행, ‘금지’가 아닌 ‘관리’
거대한 댐의 수문을 조절하는 것은 결국 물의 흐름을 막기 위함이 아니라, 흐름을 ‘통제’하기 위함이다. 중국 정부가 오는 2026년 1월 1일부터 일부 철강 제품에 대해 ‘수출허가제’를 적용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는 지난 2년간 글로벌 철강 시장을 뒤흔들었던 중국발(發) 밀어내기 수출에 대해 중국 당국이 스스로 ‘행정적 밸브’를 설치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가 발표한 공고(2025년 제79호)는 겉보기엔 단순한 행정 절차의 변경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2025년 11월까지 누적 1억 772만 톤을 쏟아내며 전 세계 무역 장벽을 자극해 온 ‘수출 폭주’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위기감이 서려 있다.그동안 중국의 철강 수출은 각국의 반덤핑(AD) 제소와 세이프가드(SG) 발동을 부르는 ‘트러블 메이커’였다. 특히 부가가치가 낮은 반제품(빌렛 등)이 헐값에 해외로 나가는 것은, 중국 내부적으로도 “에너지와 자원을 낭비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이번 허가제는 이러한 대내외적 압력을 동시에 해소하기 위한 ‘질서 있는 퇴각’이자 ‘전략적 관리’의 시작점이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 수출계약서와 생산자의 품질검사 합격증명이라는 두 가지 필터를 장착했다. 이는 묻지마식 저가 덤핑과 품질이 보증되지 않은 회색지대의 물량을 걷어내겠다는 의도다.특히 허가발급 주체를 지방 성(省)급 상무 부서와 베이징의 상무부 허가국(국유기업 담당)으로 이원화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중앙 정부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수도꼭지를 잠글 수도, 혹은 살짝 열어둘 수도 있는 ‘통제권의 중앙집권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단순히 서류를 갖추면 허가를 내주겠지만,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심사 기간을 늘리거나 반려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출 총량을 조절할 수 있는 강력한 레버를 손에 쥐게 된 것이다.다만 당장 중국의 철강 수출이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다. 허가 요건 자체가 기술적으로 아주 까다롭지 않고 허가제 자체가 수출 금지령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산 철강재를 사용할 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바로 ‘불확실성 비용’의 증가다.2026년 1월 1일 이후 중국산 철강을 수입하는 바이어들은 가격표 외에 ‘행정 리스크’라는 새로운 청구서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허가제가 시행되면 서류 발급과 심사에 시간이 소요되어 선적 일정을 유동적으로 만들 것이다.또한 품질 증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영세 밀이나 단순 유통상들은 시장에서 도태되면서 제대로 갖춰진 대형 철강사 위주로 공급망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가격 경쟁력 하나로 승부하던 시대는 저물고, ‘서류의 완결성’과 ‘공급의 안정성’이 새로운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중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우리는 무역 질서를 존중한다”는 명분을 챙기면서, 내부적으로는 저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을 억제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려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글로벌 철강 업계는 이제 ‘값싼 중국산의 홍수’가 아니라, ‘통제된 중국산의 흐름’에 대비해야 한다. 2026년은 중국 철강 산업이 양적 팽창에서 질적 관리로 전환하는 원년이 될 것이며, 그 변화의 키는 이제 중국 정부라는 거대한 밸브 관리자의 손에 달려 있다.수출허가제 시행이 단순한 루머가 아닌 확정된 행정 절차로 굳어진 만큼, 국내 업계는 남은 기간 동안 여러 시나리오를 두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핵심은 중국산 수입재 ‘공급 리스크’를 부각하고, 내수 시장 점유율 탈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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