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2] “철강의 미래는 녹색인가”…탄소중립 시대, 산업의 운명을 다시 묻다
세계는 지금 탄소중립 시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떠올랐고, 산업 전반에 걸쳐 ‘탈탄소’라는 대전환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철강과 비철금속 산업은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으로 지목되며, 기술 혁신과 제도 개편 없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월 4일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앞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탄소중립 산업구조 전환’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지원, 전기로 확대, 친환경 산업전환 펀드 조성 등 철강업계의 구조 전환을 뒷받침할 구체적 청사진을 제시하며 기업과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출범 이후 본격화하며, 포스코 등 국내 철강기업들의 투자 방향성과 맞물려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HyREX)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역시 전기로 설비 확대, 고효율 제품 전환 등 다각적인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전환을 넘어, 산업 경쟁력 재편의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에 본지는 한국 철강·비철금속 산업이 맞닥뜨린 이 구조적 전환기를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정책과 기술, 시장의 세 축이 맞물리는 이 순간,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흐름이 산업의 판도를 어떻게 바꾸고 있으며, 누가 그 변화의 선두에 서고 있는지를 진단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에 주목 “2030년 HyREX 상용화…2050년 전면 전환 목표”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탄소중립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상용화하고, 2050년까지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 설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yREX는 철광석 환원 과정에서 기존의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기술이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된 원인인 코크스를 제거함으로써, 기존 고로 대비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데모플랜트 구축과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포항과 광양 등 주요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인프라 확보 및 실증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전기로 설비도 함께 추진된다. 포스코는 “2026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광양에 전기로(EAF)를 건설 중이며, 연간 250만 톤 생산 기준으로 약 350만 톤의 탄소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HyREX는 별도의 전기용융로(ESF) 기반 기술과 연계되는 만큼, 기존 광양 전기로 프로젝트와는 별개로 추진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기술 전환은 단순한 온실가스 저감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가전·건설사들이 RE100 및 저탄소 제품 구매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는 기업 경쟁력 유지의 핵심이 되고 있다. 포스코의 탄소중립 전략은 철강업계 전체의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중장기적 기반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포스코는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과 관련 현실적 접근법을 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신규 사업 개발보다는 다양한 리얼 옵션(Real Option) 검토를 통해 그룹의 내부 수요를 우선으로 경제적인 수소 조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정 수소 확보는 국가 주도 인프라와 정책적 기반 아래 경제성과 시장 수용성이 확보될 때 본격 추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과 관련해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수소 공급망과 원료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해외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포스코그룹은 현대차그룹과 연합과 협력을 모색하며 K-철강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美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양사는 합작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가능한 협업 방안을 모색하며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탄소중립 분야는 단일 기업만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업계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사항들을 지속 논의하고 협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 이재명 정부, 철강산업 위기 대응 및 그린 전환 본격 추진
2025년 6월 4일, 이재명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대선 기간부터 ‘산업 대전환’을 핵심 기조로 내세운 이 대통령은, 탄소중립·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산업 전략을 준비해 왔다.
특히 철강산업은 글로벌 통상 압박과 기술 패러다임 전환이 동시에 몰아치는 최전선에 놓인 분야다. 미국의 고율관세(25%→50%) 부활, 중국산 저가 공세, 유럽의 탄소국경세(CBAM) 본격 시행 등 복합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이재명 정부는 철강을 단순한 민간 제조업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법·제도적 보호 장치부터 에너지 비용 지원, 지역 거점 육성,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증까지 전방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린 철강’을 축으로 한 이재명 정부의 철강산업 전략은 단순한 위기 극복을 넘어, 한국 산업 전반의 재편을 이끄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국내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해 왔다.
특히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중국산 저가 공세 등 대외적 위기 상황을 국가적 문제로 인식하고 포항 등 철강산업 중심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정책 지원과 ‘그린 철강’으로의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설정했다.
이재명 정부는 철강산업을 단순 민간 영역이 아닌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포항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산업위기 선제대응 지역' 지정 등 신속한 정책 및 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철강산업의 법적 보호장치를 확립하기 위해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자 한다. 이는 미국, 중국 등 경쟁국들이 철강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법적이고 제도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철강산업의 제조 원가 중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해 '철강산업 전용 요금제' 도입과 같은 실질적인 비용 지원책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코의 LNG발전소 증설, 산업용 전기료 지원 등도 검토 중이며,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정치권의 공동 대응 체계를 통해 입법 활동과 예산 확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철강산업의 R&D 투자 확대 또한 핵심 전략 중 하나다. 정부는 철강산업의 체질 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탄소중립, 신소재, 공정 혁신 등 전략 분야에 전용 R&D 기금을 마련하고 저탄소 설비 도입 운영비(OPEX) 지원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는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포항 등 주요 지역에 ‘수소·철강·신소재 특화지구’를 조성하고,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생산방식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는 포스코를 포함한 국내 주요 철강사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화석 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하여 철을 생산하고, 이산화탄소 대신 물만 배출하는 차세대 친환경 공정이다. 정부는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실증을 위해 2030년까지 약 8,800억 원 규모의 R&D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포항제철소 인근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한 핑크수소 도입과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 또한 확대된다. 이미 중국과 유럽이 대규모 실증설비를 운영 중인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국제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또한 철강뿐 아니라 석유화학, 시멘트 등 탄소다배출 업종의 저탄소 전환을 위한 대규모 R&D 투자와 전환 비용 지원, 혁신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산업생태계 전환을 지원한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철저히 준비할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는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도 강조하고 있다. 철강산업 기반 위에 이차전지 등 신산업을 연계해 지역경제의 다각화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포항을 글로벌 이차전지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고자 한다.
수소·철강·신소재 특화지구와의 광역 교통망 연계도 주요 공약 중 하나다. 포항과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등을 통해 광역 교통망 접근성을 개선함으로써 철강산업의 물류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와 지역경제 충격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위한 두터운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고 기후대응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의 재교육과 일자리 전환, 지역 경제 충격 완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여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기업의 ESG 경영 확산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적극 지원한다. RE100(100% 재생에너지 사용) 등 글로벌 시장 질서 변화에 국내 산업이 적응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정책 지원을 확대하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국내 철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철강산업, 왜 ‘탄소중립’이 중요한가?
전 세계적으로 철강산업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약 7~1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다배출 업종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철강 부문의 연간 직접 온실가스 배출량은 3.7기가톤에 이르며, 이는 에너지 부문 CO₂ 배출량의 10%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도 철강산업은 높은 비중을 보인다. 2023년 철강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1억 969만 톤으로 국가 전체 배출량의 17.57%를 차지했으며, 2021년(15.7%) 대비 1.87%포인트 증가했다. 2018년에는 약 1억 100만 톤을 기록했으며, 이는 산업 부문 전체 배출량의 39%, 국가 전체의 약 13~14%에 해당한다.

철강산업의 높은 배출량은 주로 석탄(코크스)을 사용하는 고로(BF) 및 전로(BOF) 공정에서 비롯된다. 철광석을 녹이는 과정에서 대량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구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세계 철강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철강 1톤 생산 시 평균 2톤의 CO₂가 배출된다.
반면, 고철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전기로(EAF) 공정은 공정 중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훨씬 적으며, 사용 전력의 종류에 따라 전체 배출량이 크게 좌우된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로 방식은 탈탄소 전략에서 핵심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 얼마나 줄여야 하나, 어떻게 줄일 수 있나
IEA는 2050년까지 철강 생산설비의 절반 이상(53%)이 전기로로 전환돼야 하며, 1차 철강 생산의 42%는 수소 직접환원철(DRI) 또는 철광석 전기분해 기반 전기로여야 한다고 제시한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전 세계 신규 설비의 57%가 여전히 석탄 기반 고로-전로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19% 감축하고, 2040년에는 53%, 2050년에는 95% 감축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수소환원제철 도입 ▲전기로 설비 확대 ▲에너지 효율 향상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등 다양한 감축 수단이 병행되고 있다.
2040년에는 수소환원제철 방식이 전체 철강 생산의 16%를, 2050년에는 47%를 차지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상용화, 대규모 투자, 국제 경쟁력 유지, 법제도 정비 등 복합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CBAM(탄소국경조정제도)과 같은 규제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철강산업은 탈탄소화를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와 민간의 전략적 협업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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