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10] 촘촘한 H형강 수입 관리, 우리 안전 직결된다
국토교통부가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철강재의 품질관리 기준을 강화한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을 지난해 개정하면서 부적합 수입 철강재 사용도 일정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건설 현장에서는 대부분 범용 설계 프로그램을 이용한 한국산업표준(KS) 규격 기반의 설계가 이뤄지고 있으며, KS 규격 제품을 사용해 시공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그간 비(非) KS 철강재가 끊임없이 수입됐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버젓이 쓰이면서 안전 문제는 좀처럼 불식되지 않았다. 어느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도 사실상 불가하다.
이처럼 건설 현장에서 철강재는 구조물의 내구성과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자재이지만 일부 품질시험 기준만 존재하고 세부적인 관리 기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번 건설공사 품질관리 업무지침 개정을 통해 H형강 등 철강재의 시험·검사 기준이 추가되면서 품질 관리와 적합 강재 사용 환경이 구체화됐다.
그간 품질관리 상세 기준이 미비했던 철강자재에 대해 시험과 검사 기준을 마련했으며,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자재 역시 현장 반입을 금지하도록 했다. 또한 자재 공급원 관리와 품질확인 서류 등을 현장에 비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철강산업은 전 산업에 필수적인 기초 소재로 공급되며 이로 인해 국가 경제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건설 현장에서 기본 뼈대로 쓰이는 H형강은 국민 안전에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철강재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H형강의 경우 여전히 수입산들이 일본산업표준(JIS) 규격으로 들어와 국내에서 지속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최근까지도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는 일본산 H형강 수입 실태를 살펴보고, 과거 편법 수입 논란 사건 사고들을 재조명해 본다.

■ 비KS H형강, 왜 문제인가
KS H형강과 비KS H형강은 안전성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비KS 제품인 JIS SS400재는 KS 제품 대비 항복강도와 인장강도가 낮다. 화학성분 역시 C(탄소), Si(규소), Mn(망간) 등에서 상한치 규정이 없어 성분 규정이 부적합하다.
국내 건축·토목 공사는 KS 규격의 기계적 특성(강도)으로 설계돼 비KS 제품 사용 시 오차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KS 스펙으로 설계된 현장에 비KS H형강을 사용하게 되면 구조물 붕괴 우려도 높다.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 이후 저품질 H형강 문제가 불거지면서 건축 기준은 지속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2018년부터는 토목·건축 공사 구조물에는 KS 인증을 받은 H형강만 사용해야 한다.
다만 현재까지도 공사 현장에서는 KS 건축 설계에도 비KS 제품이 들어오면 품질시험을 통해 기능적으로 큰 문제만 되지 않으면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
일본 최대 전기로 제강사 도쿄제철은 국내 KS 인증을 취득했으나 실제 수출하는 제품의 경우 JIS 인증 자재도 다수인 것으로 전해진다. KS와 JIS규격을 혼용하거나 상대적으로 감리가 부실한 소규모 빌라 공사와 공장 건축 현장 등 사각지대로 투입되는 상황이다.

■ H형강 수입, 일본산 견인 꾸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올해 H형강 수입이 꾸준히 축소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주요국 가운데 일본산만이 유일하게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H형강 수입은 3만2,0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38.3% 급증했다. 전월 대비로도 18.1% 늘면서 두 달 연속 증가했다.
4월 국가별 H형강 수입은 일본산이 1만7,000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2% 급증했으며, 중국산 역시 280.6% 급증한 8,000톤으로 뒤를 이었다. 이 기간 베트남산 수입은 6,000톤 수준에 그치며 21.9%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 1~4월 H형강 수입은 10만6,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1분기(-38.0%) 대비 감소폭은 크게 축소됐으나 여전히 예년 대비 급감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월평균 수입은 2만6,000톤 수준이며 이를 연간 물량으로 집계한 올해 총수입은 31만7,000톤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총수입이 36만5,000톤임을 감안하면 올해 실적은 약 13.2%(4만8,000톤) 줄어들 전망이다.
통상 국내 H형강 수입은 1분기 최대치를 보인 뒤 가을철 성수기 직전인 3분기까지 줄어드는 양상을 감안하면 올해 감소폭 확대에도 무게가 실린다.
올해 H형강 수입시장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역시나 일본산의 존재감이다. 올 1~4월 국가별 수입은 일본산이 6만1,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한 반면 베트남(2만3,000톤)과 중국산(2만1,000톤)은 각각 42.9%, 32.7% 급감했다.
부진한 현지 내수 탈피를 위해 재작년 국내로 대거 유입됐던 중국산 H형강은 지난해부터 2년 연속 물량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산 H형강 반덤핑 관세(AD) 부과 조치가 올해 일몰재심을 앞두면서 관련 업계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다. 지난해까지 견조세를 이어오던 베트남산 H형강 역시 올 들어 급격히 물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슈퍼 엔저와 함께 지난해부터 점유율을 크게 늘렸던 일본산 H형강은 올해까지 2년 연속 물량 확장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제철은 일본산 H형강에 대해 지속 모니터링을 이어가면서 필요시 AD 제소 절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올 1~4월 국가별 수입 점유율은 일본산이 57.5%로 전년 동기 대비 19.5% 포인트(p) 급등한 반면 베트남산(22.0%)과 중국산(20.2%)은 각각 6.6%p, 2.1%p 하락했다.

■ 중국산 '마구리판' 위장 전술
KS 규격이 아닌 비KS 제품을 건축물의 구조용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앞다퉈 수입하는 것은 결국 가격 때문이다.
통상 수입산 유통가격은 국산 제품 대비 톤당 10만원 낮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꾸준히 수입에 나서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중국산 H형강이 저가로 국내 시장을 교란했던 점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국산 H형강은 2014년 한 해에만 70만톤 이상 물량이 국내에 유입됐으며, 당시 국산 제품 유통가격을 급격하게 끌어내린 바 있다.
이후에도 저가로 들어온 중국산 H형강은 편법 수입 논란과 불량 철강재 우려 등으로 여러 안전을 위협하는 문제를 낳기도 했다.
중국산 H형강 편법 수입에 따른 악용 사례를 보면 크게 부분 가공을 통해 무관세 수입 후 국내 시장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와 관세 포탈, 유통질서 훼손 물론 용도 변경 사용으로 인한 국내 건축물의 안전 위협 등이 있다.
당시 국내 유통과정에서 라벨을 제거한 뒤 단순 가공해 원산지를 둔갑시키거나 H형강에 철판을 용접한 형태의 편법 수입 철강재가 등장하기도 했다.
반덤핑 관세를 피하기 위해 중국산 H형강 양 끝에 이른바 '마구리판'으로 불리는 철판을 용접한 제품을 'H형강'이 아닌 '기타 철 구조물'로 대규모 들여온 사례가 적발됐다.
문제는 이 제품이 수입 뒤 마구리판을 제거해 H형강으로 사용될 소지가 컸다는 데 있다. 실제 유통가에선 이 같은 상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 수입산 유통이력관리 대상 재지정
이처럼 수입산 H형강이 여러 문제를 촉발하면서 관세청은 지난해 9월 H형강을 유통이력 신고 대상물품으로 재지정하는 내용의 '수입물품 유통이력관리에 관한 고시'를 일부 개정했다.
이에 따라 H형강을 수입, 유통하는 업체들은 내년 8월 31일까지 수입물품 양도(판매) 시 관세청에 신고 의무를 지게 됐다.
수입물품 유통이력 관리제는 광우병 사태,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도입된 뒤 대부분 식품에 한정됐으나, 공산품으로는 2018년 H형강이 유일하게 신고 대상이 된 바 있다.
지정기간 만료에 따라 2020년 8월 유통이력신고 대상에서 일시 제외되기도 했으나 반 년 만인 2021년 2월부터 재지정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신고 대상 H형강은 HS 코드 기준 △7216.10-3000 △7216.33-3000 △7216.33-4000 △7216.33-5000 △7228.70-1010 △7228.70-1090 등 6개 제품이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건축 내진설계와 시공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품질 미달 철강재 사용 방지를 위해 보다 촘촘한 유통이력 관리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설계는 KS 규정에 맞춰 진행되고 있어 비KS 제품은 원천적으로 설계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없다"면서도 "건설 현장에서 KS 규정에 맞춰 건축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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