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업용 SMR 추진선 생태계 구축...국내 철강·조선·원전 산업에 새로운 ‘기회’

미주 2026-06-12

미국 정부가 SMR 추진 선박을 통해 차세대 조선 및 원자력산업 육성에 나서면서 관련 특수강 소재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지난 5월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과 미 해사청(Maritime Administration, MARAD)은 상업용 원자력 추진선 개발을 위한 소형모듈원전(SMR)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MARAD는 연방관보를 통해 상선용 SMR과 이를 뒷받침할 해상 운송 시스템 전반의 구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보요청서(RFI)를 공개했다. 미국 교통부 산하 기관인 MARAD는 해운·조선 산업 육성, 해상 운송 정책, 항만 인프라 투자, 해양 인력 개발 등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최근 미국 상선대 경쟁력 강화와 조선업 재건 정책의 주요 실행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해사청의 RFI를 통해 공개된 내용은 상업용 해운을 위한 시스템 중심의 SMR 개발을 주제로 하고 있다. 단순히 선박용 원자로 기술을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이 본격적으로 상업용 원자력 추진선 개발과 해상 원자력 생태계 구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RFI에 따르면 해사청은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확장과 반복 생산이 가능하며,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SMR’을 해상 운송 시스템에 적용하기 위한 의견을 수렴 중이다.

RFI가 의견을 요청한 핵심 정보는 효율성, 경제성, 국가안보, 확장성 등 4가지 영역으로 요약된다. 상선이 더 멀리, 더 빠르게 항해할 수 있도록 하는 신뢰성 높은 고출력 에너지 시스템 배치 방안, 연료비와 유지보수 비용을 실질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SMR 설계 방안, 미국 공급망 강화와 에너지 독립을 통한 국방력 제고, 전체 선단과 물류 네트워크에 핵추진을 통합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배치 방법론 등이 핵심이다.

MARAD는 해군의 방식처럼 맞춤 설계가 아닌, 표준화·반복 생산이 가능한 SMR 설계 접근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해양, 에너지, 인프라 정부 규제 분야를 전문적으로 하는 로펌 호건 로벨스(Hogan Lovells)는 이번 RFI와 관련해 실험·시연 단계를 넘어 선단 전체에 적용 가능한 대규모 배치 모델로 전환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과거 핵추진 상선 시험 선박이었던 ‘N.S. 사바나호(N.S. Savannah)’와 같은 단순 실증 사업과 차별화된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이번 RFI에는 법률·규제 개정, 책임·보험 체계 구축, 항만 입항 제한 해소, 인력 개발 이니셔티브 등 핵추진 상선 시장 형성에 필요한 전방위적 제도 설계 과제도 포함돼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동 RFI에 대한 정보 요청 마감 시한은 8월 5일까지다.

RFI는 정부가 특정 정책 또는 조달을 실행하기 전, 시장과 업계의 기술 수준과 상업적 실현 가능성, 규제 장벽 등을 파악하기 위해 발행하는 공식 문서다. 구매 계약(RFP)의 전 단계로, 정책 방향은 확정됐으나 실행 체계는 민간의 의견을 토대로 설계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이번 RFI가 미국이 원자력 추진선의 상용화 가능성을 제도권에서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로 작용하면서 고부가가치 선박 수요 확대와 함께 관련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원자로 모듈, 안전설계, 핵연료 공급망, 원자력 부품 제조 분야와 상선용 SMR 대량 생산을 위한 고내열성 특수강, 원자로급 STS, 특수합금 등 규격화된 특수강과 핵심 소재의 대규모 수요 창출도 예상된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삼성중공업이 개념설계 중인 SMART100을 탑재한 부유식 SMR(FSMR). (사진=원자력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과 삼성중공업이 개념설계 중인 SMART100을 탑재한 부유식 SMR(FSMR). (사진=원자력연구원)

미국 현지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해사청의 이번 RFI에 대해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조선업 부흥 및 에너지 패권 정책과 맞물려 있어, 관련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온 한국 조선 및 원전 업계에 거대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비록 미국이 자국 내 건조를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단기간에 조선 밸류체인을 완전히 재건하기 어려운 미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들은 SMR 원자로 모듈 설계, 고내열성 특수강 및 STS, 특수합금, 방사선 차폐 소재 등 핵심 기자재 공급 파트너로서 미국 시장에 깊숙이 참여할 수 있는 ‘기술 동맹’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국내 조선 및 원자력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원자력 부문에 사용하는 특수강 및 STS, 특수합금을 개발하는 동시에 미국의 SMR 추진선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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