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진단]철강 탈탄소 시대 임박…전력 및 탄소중립 이슈 해결방안은?

인터뷰 2026-02-18

저성장과 수입제품 침투라는 구조적인 위기에 처한 철강업계에게 2026년은 전력 문제와 탄소중립 이슈까지 더해져 전례 없는 어려움에 처한 시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회사(현대제철) 근무 당시부터 퇴임한 현재까지도 에너지 및 탈탄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ESG네트워크 김경식 대표를 통해 해법을 알아본다.

김 대표는 퇴직 이후에도 정부, 언론, 학계는 물론 시민단체와도 활발히 교류하며 철강업계가 마주한 과제와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을 분석하고 제시해오고 있다.

Q. 2026년에 철강업계가 마주하게 될 주요한 에너지 및 탈탄소 관련 이슈는 어떤 게 있는지?A1. 예고된 이슈이지만 기후 문제를 강조해온 새 정부 정책의 틀이 갖춰지는 한 해라는 점에서 철강업계는 더 긴장하고 있다.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준비에 들어갔고, 제4차 배출권거래제가 시작된다. 이 둘은 작년 말에 확정한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연계되어 있다. 2030 NDC가 2018년 실적 대비 40% 감축인데 이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한 것이 확정적이다. 그럼에도 2035 NDC는 2018년 실적 대비 53%~61% 감축으로 수립되었다. 전력계획과 배출권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인데, 두 이슈 모두 철강업계의 비용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Q. 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로 보는가?A. 새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강조하면서도 ‘전력시장 개혁’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아마 현 정부가 끝날 때까지 이 부분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철강업계 입장에선 지금과 같이 비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나머지 값싼 전기요금을 떠받치는 불합리한 요금체계가 지속된다는 뜻이다. 이 와중에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면 산업계는 새로운 발전원과 송배전 체계 구축에 따른 원가 부담을 지금보다 더 많이 감내해야 할 것이다.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계통안정화 설비가 많게는 기존보다 3.9배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에너지경제연구원). 양수발전과 에너지저장배터리(BESS)는 물론이고 비상용 LNG가스 발전 같은 계통 안정화 설비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결과적으로 2038년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금(180원/kWh)보다 24%(71원)가 인상된 251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과기대 전우영 교수). 이 예측은 제11차 전력수급 계획 하 재생에너지 비중이 2024년 9%에서 2038년 29.2%로 늘어날 것을 전제로 한 전망이다. 그런데 작년 말 2035년 NDC를 결정하면서 2035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37%로 대폭 높였다. 또한 2030 NDC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설비 공급 목표를 2024년까지 누적 34GW에서 2030년 100GW로 대폭 늘렸다.결국 이렇게 급격하게 늘어나는 재생에너지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부담할 곳은 산업용 전기 밖에 없다. 현재 전력 도매가격(SMP) 수준에서 한전의 이익은 연간 20조원 이상이 날 수준이다. 그럼에도 석유화학, 철강 등 위기에 빠진 산업계의 요금 합리화 건의에 정부가 냉담한 이유는 결국 산업용 전기가 아니면 한전의 누적된 적자를 조금이라도 메꿀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도 관치요금의 강도는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SMP가 안정되었음에도 연료비조정요금(5원/kWh)은 매 분기마다 계속 인상이 되고 있는 것이 일례다.Q. 그렇다면 철강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A. 우선 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부분과 개별 기업이 대응해야 부분으로 구분해야 한다. 먼저 업계는 ‘계량적 대안’을 제시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현 정부는 시장 개혁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므로 현재와 같은 관치 체제를 염두에 두고 ‘계시별 요금체계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떠한 제도 개선도 ‘한전 수익성 유지’라는 절대적인 벽을 인정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현실이다. 업계의 전기 사용 계시별 패턴, 재생에너지 수용성 증대, 한전 수익성 보전 등 3축의 교집합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어려우니 요금 인하해달라는 주장에는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다음으로 개별 기업은 현재 제도적으로 열려있는 전력거래소와의 직거래(PPA) 제도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요즘 SMP가 100~110원 수준이므로 송배전비용(약 25원)을 더해도 약 50원 이상 혜택을 볼 수 있다. 리스크 요인도 있지만 이를 관리하는 게 경영이다. 추가적으로 사업장이 소속해 있는 지자체와 협의해서 분산에너지특구 제도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발전사와 직거래하는 것으로 PPA보다도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제도다. 또한 자가발전이나 정부가 준비 중인 지역차별 요금제(LMP) 활용도 대안이 될 수 있다.Q. 배출권거래제 본격 시행으로 걱정이 많다. 이에 대한 시각은?A. 전체적으로 기업 입장에선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지 벌써 11년차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제대로 할 때가 되었고 이를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많다. 그런데 정부의 현 방안대로 간다면 기업은 어려운 시기에 과도한 부담을 지고 배출권거래제 역시 확실한 개선점을 도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우선 4차 배출권거래제와 관련하여 유상할당이 현재 통고된 값보다도 상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시민사회로부터 종종 나온다. 발전부문 유상할당이 2026년 15%에서 매년 점증하여 2030년에는 50%가 되고 발전 외 부문은 10%에서 15%로 늘어난다. 철강은 무상할당이 유지되지만 이번 제4차부터는 할당량 자체가 적어져서 유상할당 15% 수준과 사실상 동일하다고 업계에선 주장한다.유상할당을 온실가스 감축효과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 발전 공기업의 특수한 재정 체계 하에서 온실가스 감축은 원자력 발전 증대, 석탄화력발전의 LNG 발전 전환, 재생에너지 증대 등 정책적인 요인에 의해 감축이 유발되므로 유상할당이 실제 감축에 끼치는 영향은 적다.하지만 발전 외 부문은 상황이 다르다. 이미 재정적으로 어려운 철강업계의 경우 할당량 축소로 인해 커다란 지출이 불가피하다. 추가적으로 배출권 가격에 대한 확실한 시그널이 없다 보니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설비투자 판단을 못 내리고 우왕좌왕 하고 있고, 금융기관 역시 대출을 기피한다. 지난 몇 년 간 지나치게 배출권 가격을 낮은 상태로 방치해왔고 또 확실한 향후 가격 시그널을 주지 못하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결 과제의 해결 없이 유상할당을 늘리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과 적(適)자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Q5. 이미 시행에 들어간 제4차 배출권거래제에 기업들은 한창 대응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구체적인 해법은 무엇인가?A5. 먼저 경영진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지난 10여 년처럼 배출권 가격이 계속해서 톤당 1만원 수준에서 횡보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철강은 국가 경제 전체에 기여하는 기간산업이므로 전기요금과 마찬가지로 배출권 가격 부담도 덜어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배출권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었다면 현재 구조조정 중인 석유화학산업은 현 상황이 오기 전에 이미 교통정리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철강업계에 대해서도 이런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이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사를 걸어야 한다. 첫째는 탄소 감축에 페널티만 매길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가 연계되어야 한다는 ‘마케팅 전략’이다. 현재 준비 중인 철강특별법 시행령에 친환경 철강 개념을 관철시켜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즉, 탄소 감축도에 따른 단계별 인센티브 규정을 명확히 하여 친환경 철강 구매수요를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철강 및 완성차 업계에서는 저탄소 자동차 강판을 구매하는 회사에 추가 비용을 뛰어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우선 이렇게라도 해서 저탄소 강판 시장이 만들어지고 자동차 업계에서 관련된 친환경 마케팅을 시작하면 보조금은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아지고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도 친환경 제품에 대한 가격 부담을 지는 식이다. 이러한 단계적 접근을 통해 철강업계는 철강 수요기업들과 함께 친환경 시장을 구축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대당 7000만원 차량에 100% 친환경 강판을 사용해도 차량가격은 7100만원에 불과하다. 보조금을 통해서든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해서든 소비자가 이 차를 7200만원에 구매하고 싶어하도록 해야 앞으로 지속적으로 우상향 할 배출권 가격에 대응할 기초 체력이 마련된다.둘째는 올해부터 기후부에서 관리하는 기후대응기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이 많은 부분에서 당초 취지와 달리 집행되고 있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기후대응기금은 철저히 탄소 감축을 위한 R&D 자금으로 재투자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부담하는 금액의 몇 배수가 지원되도록 해야 한다. 탄소 중립에 따른 약자 보호는 복지 예산 등 다른 예산을 활용해야 할 부분으로 기후대응기금은 전적으로 기업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사용돼야 한다. 철강업계에서 기금을 활용하는 탄소차액계약제도(CCfD)를 시범적으로 도입할 필요도 있다.탄소 감축도에 따른 단계별 인센티브나 기후대응기금 활용은 시민단체와 교류하고 함께 전략을 고민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현 정부가 기업의 직접적인 하소연에는 시큰둥 하더라도 시민단체의 조직화된 목소리는 경청을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Q. 평소 시민단체와 교류가 활발한데 철강업계와 시민단체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은?A. 철강업계에 중요한 전기요금이나 배출권거래제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관장하고 있는 데다가 초대 김성환 장관이 기후 친화적인 성향이기에 시민단체와의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양쪽 모두와 교류하는 입장에서 보면 기업이 더 전향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철강업계의 많은 관계자들은 아직도 과거의 환경운동과 오늘날의 기후운동이 질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구분을 못하고 계속 옛 관념 속에 살고 있다.이분법적으로 구분될 문제는 아니지만 과거 환경운동의 주된 이슈는 공해 예방이었고, 이 과정에서 계량화 되기 어려운 생태계 보존이나 건강 문제가 주된 문제의식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기후운동에서는 감성보다 논리가 우선시되는 모습을 보인다. 오히려 이 지점에서 기업은 이들과 접점이 생긴다. 데이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교류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끔 기업 입장에선 일탈로 보일 수 있는 일들이 있지만 이는 대화 단절의 탓이 크다. 오히려 앞에서 예를 든 전기요금과 전력시장 개혁, 저탄소 철강 시장 구축 등의 이슈에선 시민단체와 함께 추진하는 것이 기후부나 여당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많은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시대정신)는 실현되는 것이 역사다.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희생을 줄일 방안은 모색하되 결국 탈탄소는 시간의 문제일 뿐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경식 대표는… 전 현대제철 기획본부장(전무), 기후에너지환경부 홍보 자문위원, 한국에너지공단·한국환경공단·KOTRA·국회도서관 ESG자문위원. 중앙일보·경향신문·에너지경제신문 고정 칼럼니스트.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 비즈니스 스쿨의 철강 탈탄소 워크샵에 전문 연사로 초청되었으며, 저서 <착한 자본의 탄생>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기후경제학도서 10선에 선정되었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에서 <기로에 선 K-철강: 탄소중립 시대의 구조 개편과 글로벌 생존 전략> 보고서(서울대 윤제용 교수∙곽정원 연구원/연세대 민동준 교수 공저)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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