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선업계, 국산 둔갑한 중국산 수입재에 멍든다
국내 철선업계가 국내산 제품으로 둔갑한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으로 인해 경영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철선업계에 따르면 결속선과 소둔선, 강섬유 등 철선업계의 주요 제품들의 경우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2~3년 동안 철선업계는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으로 인해 폐업이 증가했고, 폐업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제조를 포기하고 유통업으로 전환하는 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에는 매출 300억 원가량의 대형 업체도 유통업으로 전환하는 등 제조 기반 붕괴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 철선시장에 중국산 수입재가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되면서 철선업계의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시중에 유통 중인 중국산 결속선. (사진=철강금속신문)철선업계는 그동안 인건비 및 전기요금 상승으로 제조 원가가 상승하면서 제품 가격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내 철선업계의 완제품인 결속선과 소둔선은 중국산 소재보다도 비싸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일부 업체들의 경우 중국산 완제품을 가져와 국내에서 제조한 제품으로 속여서 판매하기도 한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적발된 강섬유와 같은 상황이다.
강섬유의 경우에도 도로공사에 중국산 수입재를 국내 제품으로 속여 공급한 것이 적발되어 문제가 되었는데, 해당 업체는 제조업체이면서도 중국산 수입을 주도하여 국내 강섬유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결속선의 경우 KS인증을 마련하여 공공조달시장의 판로 확보 기반을 마련했으나, 민간 건설시장으로의 판매 확대를 위해서는 국토부 표준시방서 개정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해당 규정을 주관하고 있는 콘크리트학회의 추가 자료 요구로 인해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철선업계는 물론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철강협회는 건축물 안전기준 상향을 위해 표준시방서 개정에 긍정적이다.
철선조합 이사장사인 삼창선재 박민기 이사는 “메이저 건설사들의 경우 표준시방서가 개정되면 KS인증 제품을 즉각 구매하겠다는 입장이다. 표준시방서 개정을 위해 본인이 직접 조합원사를 대표하여 현장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철강협회에서 건축물 안전을 위한 신규 KS인증의 표준시방서 적용을 주장했다. 반면 콘크리트학회의 경우 신규 제정된 KS 규정이 건설비용 상승과 작업성 저하를 이유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표준시방서 개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섬유와 결속선과 함께 철선업계의 주요 생산제품인 소둔선 또한 중국산 수입재의 국내산 둔갑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철선업계는 주로 조선소의 작업용 발판과 건설 현장의 거푸집 결속 등에 쓰이는데 최근 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에 따른 제품 가격 급락으로 인해 제조사들의 영업적자가 심화되고 있다.
박민기 이사는 “삼창선재 또한 현대중공업에 소둔선을 납품 중이다. 현재 경기도 화성시 소재 A사 등이 중국산 소둔선 완제품을 국내 제품으로 속여서 판매하는 등 일부 업체들의 부정행위로 인해 시장이 혼탁해지고 있다. 국내산 제품으로 둔갑한 중국산 제품은 가격이 싸다 보니 수요가들이 정상적인 국내산 제품의 가격을 불신하는 상황이 됐고, 이로 인해 제품 가격이 급락하면서 제조업체들의 위기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창선재 박민기 이사. (사진=삼창선재)이어 “결속선과 소둔선은 강도 외에 연신율도 품질 기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중국산 수입재의 경우 연신율이 떨어지는 데다 제품마다 표준편차가 커서 불량률이 높고, 이는 건설 및 조선 현장의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최근 수년 동안 발생한 건축물 붕괴 사고를 포함한 구조물 안전 사고의 경우 결속선과 소둔선 불량이 문제가 된 경우가 많았다. 국내 제조업 보호 뿐만 아니라 산업 현장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중국산 저가 불량제품의 시장 잠식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국산 저가 수입재의 국내산 둔갑과 시장 잠식에 따른 위기 외에 소재 수급 불안도 철선업계의 위기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코스틸이 유통업체로 전환한 이후 현금 결제가 어려운 영세업체들의 경우 소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선업계의 원소재인 극저탄 연강선재는 포스코와 제이스코홀딩스가 공급하는 데 코스틸의 생산 중단에 따른 공백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민기 이사는 “현재 수입재 방어를 위해 한국철강협회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소재업계에서도 공동구매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다만 표준시방서 개정이 지연될 경우 철선업계의 실질적인 위기 극복은 어려운 상황이다. 철선업계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국내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수입재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제재는 물론 표준시방서의 조속한 개정과 함께 포스코, 제이스코홀딩스 등 소재 공급사들과의 협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야드 고객센터
경기 시흥시 마유로20번길 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