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계 수급조절 연장…고장력·내마모강 수요 영향은?
정부가 덤프트럭과 콘크리트믹서트럭을 중심으로 한 건설기계 수급조절을 2027년까지 유지하면서, 국내 건설기계 시장이 사실상 신규 증차 없이 운영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신차 수요는 위축되고 있지만, 기존 장비의 수명 연장과 운용 효율 개선을 겨냥한 고장력강·내마모강 등 고기능성 강재 수요는 상대적으로 유지되는 흐름이다. 이에 건설기계 산업과 철강 산업 모두 외형 확대가 아닌 사양 중심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수급조절 2027년까지 연장…기종별 ‘선별 관리’ 기조
국토교통부는 최근 ‘건설기계 수급조절 시행’ 일부개정고시를 통해 2026년부터 2027년 말까지 대여사업용 건설기계 신규 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다. 콘크리트믹서트럭은 신규 등록이 전면 금지되며, 덤프트럭은 연간 등록 증가율을 전년도 대비 103% 이내로 제한한다.
이번 수급조절은 기종별 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어져 온 정책의 연장선이다. 덤프트럭·콘크리트믹서트럭은 2009년부터 신규 등록 제한이 지속돼 왔고, 3톤 미만 소형 타워크레인은 2021년부터 관리 대상에 포함돼 있다.
정부가 덤프트럭과 콘크리트믹서트럭을 중심으로 한 건설기계 수급조절을 2027년까지 유지하면서, 국내 건설기계 시장이 사실상 신규 증차 없이 운영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철강금속신문DB반면 콘크리트 펌프카는 최근 등록 대수가 급감하며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다는 판단에 따라 수급조절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업황이 여전히 어려운 가운데 과잉이 확인된 기종은 묶고, 자연 감소 속도가 빠른 기종은 푸는 선별적 관리 기조가 분명해졌다”라고 평가했다.
이번 정책의 배경에는 건설기계 시장 전반의 급격한 위축이 있다. 2024년 국내 건설기계 내수 판매는 약 2만 100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16.9% 감소했다. 완성차 생산은 35.6%, 판매는 34.8% 줄었고, 해외 출하 역시 40% 가까이 감소했다.
신차 중심 수요가 3년 연속 줄어들면서, 시장이 외형 성장을 멈추고 구조적 축소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4년에는 분기 기준 국내 건설기계 총 등록 대수마저 감소하며,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등록 대수 역성장이 관측됐다.
수요 회복 전망도 밝지 않다. 2025년 국내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1% 이상 감소해 300조 원을 하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축 부문 모두 2% 안팎의 감소가 전망되며, 상반기 부진 이후 하반기 소폭 회복이 예상되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제한적이다.
◇ 신차 대신 운용 전략…차주 수요, 교체·효율 개선으로 이동
건설기계 신차 시장이 사실상 얼어붙자, 건설기계 수요의 무게중심은 기존 장비 운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덤프트럭과 믹서트럭 차주들은 신규 증차 대신 보유 장비를 최대한 오래 활용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차체 전체를 교체하기보다는 적재함, 슈트, 라이너 등 마모가 집중되는 부위 중심의 교체·보강 수요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특히 덤프트럭 신규 등록이 연 3% 이내로 제한된 상황에서, 차주들의 생존 전략은 운송 효율 개선에 맞춰지고 있다. 차체를 고장력강으로 박육화(얇은 두께 성형)해 공차 중량을 줄이면, 동일한 허용 하중 내에서 실적재량을 늘릴 수 있기 장비 한 대당 실적재량을 3~5%가량 늘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설기계 제조사 역시 대응 전략을 바꾸고 있다. 내수 판매 감소 속에서 단순 물량 확대 대신, 고기능성 강재를 활용한 사양 고급화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펌프카 붐대에는 초고장력강을 적용해 경량화와 작업 반경 확대를 동시에 노리고, 덤프트럭 차체와 적재함 역시 고장력강과 내마모강 비중을 높여 내구성과 효율을 강조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철강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범용 강재와 고기능성 강재 간 수요 격차가 확대되는 국면으로 보고 있다. 후판과 철근 등으로 대표되는 범용 철강재 수요는 매년 역대급 저점을 경신하며 수요가 급감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에서 고장력강과 초고장력강, 내마모강 등 고기능성 강재는 연 5~12%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고장력강과 내마모강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건설기계와 특장차용 고장력·내마모강 제품군을 확대하며 수출과 고부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고, 현대제철 역시 고강도 후판과 특수강을 중심으로 제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국내 고장력·내마모강 시장에서는 외국계 프리미엄 제품과 저가 중국산 강재가 동시에 경쟁 상대인 만큼, 국산재가 수요업계의 선택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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