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도 예외 없다'…제3국 ‘단순 가공’도 우회덤핑 판단 대상
반덤핑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제3국 경유 수입에 대해 정부가 우회덤핑 판단 기준을 명문화했다. 단순 조립이나 형식적 가공을 거쳐 원산지를 바꾼 뒤 수입되는 물품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생산 구조와 원가 구성을 따져 반덤핑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취지다. 관세 회피를 둘러싼 회색지대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조치로 해석된다.
기획재정부는 12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세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공포했다. 앞서 개정된 관세법 시행령의 후속 조치로, 이번 개정은 우회덤핑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를 구체적으로 열거한 것이 특징이다. 추상적 판단에 머물던 기존 기준을 정리해, 무역위원회의 실무 판단 근거를 명확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정 규칙에 따르면 무역위원회는 제3국에서 이뤄진 조립 또는 가공 행위가 우회덤핑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가공 공정의 실질적 성격 ▲완제품 가격 중 조립·가공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원 공급국에서 생산된 원재료 또는 부분품 가격 비중 ▲제3국 내 생산설비 투자 규모 및 기간 ▲반덤핑 제소 이후 제3국 수출 물량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된다. 단순히 ‘가공이 이뤄졌는가’가 아니라, 그 가공이 독립적인 생산으로 볼 수 있는지를 따지겠다는 의미다.
반덤핑 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제3국 경유 수입에 대해 정부가 우회덤핑 판단 기준을 명문화했다. /철강금속신문DB이번 규정은 특정 품목이나 산업을 명시적으로 지목하지는 않는다. 형식상으로는 모든 반덤핑 대상 품목에 공통 적용되는 일반 규정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조치가 제3국을 경유한 우회 수입 구조 전반을 겨냥한 신호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반덤핑 관세 부과 이후 제3국 가공을 통해 수입 흐름이 재편돼 온 품목일수록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규정이 철강재 수입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철강은 절단·도금·간단 가공만으로도 거래 형태나 품목 설명이 달라질 수 있어, 그간 제3국 가공을 통한 수입이 반복적으로 문제 제기돼 온 분야다. 중국 등 특정 공급국에 대한 반덤핑 조치 이후, 일부 물량이 제3국을 거쳐 유입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산 반제품을 활용한 제3국 경유 철강재 유입 구조도 반복적으로 포착돼 왔다. 중국산 슬래브 등을 투입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생산된 후판·열연 판재류가 국내로 수입되며, 서류상 원산지와 달리 실질 원산은 중국에 가까운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물량이 반덤핑 조치 이후 제3국 가공을 통한 우회 통로로 기능해 왔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판단 기준은 이러한 구조를 ‘원산지 형식’이 아닌 ‘실질 기여도’ 기준으로 재검증하겠다는 방향성으로 읽힌다. 제
3국에서의 가공 비용과 투자 규모가 미미하고, 완제품 가격의 대부분을 원 공급국산 원재료가 차지한다면, 해당 물품은 사실상 기존 반덤핑 대상 물품과 다르지 않다는 논리다. 이는 단순 경유나 형식적 공정을 통한 관세 회피 시도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개정 규칙은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시행 이전에 수입신고가 이뤄진 물품에 대해서는 종전 규정이 적용되지만, 내년부터는 통관과 조사 단계에서 우회덤핑 여부에 대한 검토 강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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