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규격, 다른 계산”…BH형강, 설계 기준의 사각지대
국내 강구조 시장에서 후판을 가공해 제작한 빌트업 H형강(BH형강)의 활용이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구조 설계 기준과 실제 적용 자재 사이의 간극을 둘러싼 논의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설계 단계에서 가정한 단면 성능이 시공 과정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는지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의의 초점은 BH형강 자체의 구조적 안전성에 있지 않다. 설계 단계에서 산정한 단면 성능과 자재 조건이 시공 과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됐는지가 여부가 핵심이다.
외형 규격이 같다는 이유로 설계 기준과 다른 자재나 제작 방식이 사용됐다면, 해당 변경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확인 절차가 이뤄졌는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른다.
◇ 외형 같지만, 단면 성능 전제 다를 수 있어
철강업계에 따르면 압연 H형강(RH형강)과 BH형강은 외형 규격상 동일한 치수를 나타낼 수 있다. 다만 제조 방식이 다른 만큼, 구조 설계에서 활용되는 단면 성능 산정 방식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계 단계에서 가정한 단면 성능이 시공 과정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는지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철강금속신문DBRH형강은 열간압연 공정 특성상 플랜지와 웹 접합부에 곡률(r부)이 형성되며, KS 형강류 규격에 제시된 단면 성능 값 역시 이를 포함해 산정돼 있다. 구조 설계는 이러한 단면 성능표를 전제로 하중과 안전성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반면 BH형강은 후판을 절단·용접해 제작하기 때문에 접합부에 곡률 대신 용접 비드가 형성된다. 이러한 용접 비드는 설계 관행상 유효 단면에 포함되지 않는 영역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아, 동일 외형 규격이라 하더라도 단면 성능 값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 전제와 다른 조건의 자재가 적용될 경우, 절차적 검토 여부가 핵심 확인 사항이 된다”고 설명했다.
◇ 설계 기준과 실제 시공, 간극은 없었나
국내 강구조 설계에서는 통상 KS 규격에 따른 RH형강 단면 성능표를 기준으로 부재 단면을 선정한다. 설계 단계에서는 해당 단면표에 제시된 성능 값을 전제로 하중과 안전성을 검토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다만 후판을 절단·용접해 제작하는 BH형강의 경우, KS에 규정된 RH형강과는 제조 방식이 다른 만큼 KS 단면 성능표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외형 치수는 같더라도 제조 공정이 달라질 경우 단면 성능 산정이나 재질 판단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설계 단계에서 설정한 기준과 실제 시공 자재 간의 일치 여부가 중요한 관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외형 규격이 같은 자재라 하더라도 제조 방식이 다를 경우 감리 검토나 자재 대체 승인 등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며, 단면 성능이나 강종 조건이 달라질 때 구조 설계 변경이 요구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자재 관리가 전제 흔든다…비KS 후판 우려
다만 업계에서는 제조 방식에 따른 절차적 검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구조 설계가 KS 규격 강재의 재료 특성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실제 구조물에 사용되는 자재가 설계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 자체가 관리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BH형강 제작에 사용되는 원자재 관리 문제도 함께 거론된다. 저가 유통용 수입 후판을 중심으로 비KS 규격 자재가 혼입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설계값보다 낮은 단면 성능(형상 리스크)에 검증되지 않은 후판 사용 가능성(소재 리스크)이 겹칠 경우, 구조물의 안전 여유가 설계 단계에서 가정한 수준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밀시트 확인에 의존하는 현행 자재 관리 구조 역시 점검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작 공법과 관계없이, 설계 단계에서 전제한 자재 조건이 현장에서도 그대로 유지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간 최대 150만 톤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비KS 후판 시장을 감안하면, 일부 자재가 유통을 거쳐 구조물 제작에 사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비KS 자재는 유통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형성돼 있고, 원가를 낮추려는 일부 제작·소재업체들이 가격을 우선적으로 찾는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자재 관리가 느슨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이런 구조에서는 설계 단계에서 전제한 KS 규격 자재가 실제 구조물에 적용됐는지를 현장에서 확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라며 “빌트업 여부와 관계없이 구조 설계의 기본 전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설계 단계에서 설정한 자재 기준을 현장에서도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 정품 자재 사용을 원칙으로 운용하는 제조사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함께 짚는다.
동국제강은 RH형강과 BH형강을 병행 운용하는 구조 속에서, BH형강 제품의 경우 프로젝트 단계부터 KS 기준 정품 자재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협력 제작업체에 대해서도 밀시트 확인과 공정별 품질 관리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BH형강은 압연으로 제작이 어려운 대형 규격이나 프로젝트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제품군으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자재 입고 단계에서부터 KS 규격 충족 여부를 확인하고, 외주 제작 물량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품질 관리를 진행해 구조 성능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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