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파스너 시장, 고령화·설비 노후화·기술개발 지연에 외부 조달 증가

일본 2025-09-11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중국산 저가 수입재의 시장 잠식으로 국내 파스너업계가 ‘이중고’를 겪는 가운데 일본 파스너시장이 미국의 대체시장으로 부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일본 제조업체들이 고령화로 인해 파스너 등 주요 부품을 외부 조달하는 사례가 증가하여 국내 파스너업체들이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갖춘 고품질 제품 위주로 진출할 경우 성공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KOTRA 등에 따르면 일본 파스너 시장은 엔데믹 이후 수요를 뒷받침하는 주요 산업인 자동차, 가전, 전자기기, 공작기계 산업 등은 반등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미·중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중동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며 경제활동에도 부담이 가해지고 있어 이로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도 파스너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3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파스너 제조업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파스너는 철강 또는 알루미늄 주요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되면 원재료의 국제가격이 상승하고 조달 비용이 상승해 제조업체의 가격 경쟁력 저하 및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자동차, 산업기계 등 파스너의 사용자인 주요 산업에서도 비용 증가에 의한 생산 조정이나 설비투자 억제로 수요 감소나 업계 재편이 진행될 수 있다.

2024년 일본의 파스너(HS 731815) 수입금액은 전년 대비 0.7% 감소한 3억7,000만 달러이다. 국가별 수입을 살펴보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압도적인 수준으로 40% 이상을 차지한다. 대만이 20%대의 점유율로 2위를 유지한다. 3위 미국은 1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산 수입은 금액 기준 미국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중국, 대만의 저가 제품과의 경쟁에 밀려 한국산 수입액과 점유율은 2022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2024년 한국산 수입액은 1,464만7,000달러로 전년 대비 27.5% 감소했고 점유율도 소폭 감소세를 보였다.

관세율은 기본이 3.4%, RCEP 기준 적용 시에는 1.5~1.9%, WTO 협정 적용 시에는 2.8%이다.

일본에서 파스너를 판매하는 데 필요한 인증이나 규격은 제품의 용도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인 산업용 파스너의 경우 의무적인 인증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건축, 자동차, 항공, 인프라 등에 특정 용도로 사용되는 나사의 경우 각종 법령이나 규격 기준을 따라야 한다.

대표적이면서 일반 산업용 파스너 전반에 적용되는 표준으로는 JIS가 있으며, 용도별로 관련 법령이나 규칙을 통해 인증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 예컨대 자동차 산업에서는 JIS에서 정한 표준화된 부품 외에도 자체 규격을 정한다.

현재 일본의 파스너 수입 시장에서 중국과 대만이 전체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점유율은 4% 이하로 낮아, 진출 여지는 존재하지만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파스너 업계의 주 수요처인 일본 내수 제조업체들은 고령화와 기술 인력 부족, 설비 노후화 등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일부는 자체 생산을 중단하고 외부 조달로 전환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이는 고부가가치 맞춤형 제품, 복합 소재 활용 제품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외국계 공급업체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밀 기기용 소형 파스너, 이완 방지 기능성 파스너, 경량 합금 기반 특수 파스너 등은 일본 시장에서 기술력과 신뢰성을 갖춘 제품으로 인식될 경우 채택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일본 시장에서는 제품의 신뢰성과 품질 안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필수가 아니더라도 현지 규격을 준수한 제품 제조 및 판매가 필요하다. 또한 대형 거래처 요구에 따른 맞춤형 대응을 통해 고정적 납품처를 확보하면서 간접 유통채널 모색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일본 파스너 시장은 진입 장벽도 존재하지만 기술력, 품질관리 능력, 인증 대응 역량을 갖춘 기업에는 공급망 재편과 유통 구조 변화 속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는 분야다. 국내 파스너 기업들은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면서 현지 시장의 규격·유통 특성을 반영한 전략적 진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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