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간] AI와 공존 노동시장, 철강금속 산업의 과제
최근 열린 KDI 정책 포럼 ‘일의 미래: AI와 공존하는 새로운 노동시장’은 인공지능(AI)이 노동시장에 가져올 변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였다.
주제만 놓고 보면 거시경제와 고용정책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함의는 철강 및 비철금속 산업 현장에 매우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고열·고하중·고위험 공정, 숙련공 부족, 지방 제조현장의 인력난, 탄소규제 대응이라는 복합 과제를 안고 있는 철강금속산업이야말로 AI와 노동의 관계를 가장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철강산업에서 AI의 등장은 단순히 ‘사람의 일을 빼앗는 기술’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질문은 AI가 어떤 일을 대신하고, 사람은 어떤 역할로 이동할 것인가다. 철강 현장에는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이 많은데 이러한 업무에 AI와 로봇이 투입된다면, 인력 감축보다 위험 작업의 재배치라는 의미가 더 크다.
그렇다고 사람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역할의 성격이 바뀐다. 과거의 숙련이 설비의 소리, 온도, 진동, 제품 상태를 경험으로 판단하는 능력이었다면, 앞으로의 숙련은 AI가 제시하는 데이터와 경고 신호를 해석하고 현장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능력이 될 것이다.
작업자는 단순 조작자에서 공정 감시자, 데이터 해석자, 의사결정자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철강산업의 숙련 체계가 새롭게 재편된다는 뜻이다.
비철금속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비철금속은 소재별 특성이 다양하고 품질 편차 관리가 중요하다. 제련·압연·가공 과정에서 온도, 설비 상태, 표면 품질, 에너지 사용량을 정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AI는 이 과정에서 불량 예측, 설비 이상 탐지, 공정조건 최적화, 에너지 효율 관리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결국 앞으로의 경쟁력은 단순 생산능력이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의해 갈릴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기술보다 사람이다. AI 설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현장 인력이 AI를 이해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어야 성과가 나온다. 따라서 철강금속 산업에는 순수 AI 개발자뿐 아니라 공정을 아는 AI 활용 인재가 필요하다. 생산, 품질, 설비, 정비 부서의 현장 인력이 데이터 분석과 AI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외부 전문가와 소통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서야 한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의 과제가 크다. 대기업은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해왔지만, 대기업만 AI 전환에 성공해봤자 산업 전체의 생산성 향상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AI 교육과 전환 지원이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돼야 하는 이유다.
여기에 탄소규제라는 압력도 커지고 있다. 철강 제품은 앞으로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량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보고해야 한다. AI는 이 영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정별 에너지 사용량, 원료 투입량, 생산 조건, 배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탄소비용을 낮출 수 있는 조업 조건을 찾는 일에 오히려 더 적합하다.
따라서 AI 시대의 노동정책은 단순한 고용 안정 대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현장 근로자의 재교육, 직무 전환, 중소기업 지원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위험 작업에서 벗어난 인력이 공정 감시, 원격 운전, 품질 데이터 분석, 예지보전 업무로 이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AI와 공존하는 노동시장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고 이미 시작된 변화다. 중요한 것은 AI를 사람의 경쟁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숙련을 확장하는 도구로 만들 것인가다. 이제 철강금속 산업의 경쟁력은 AI를 이해하는 현장, 데이터를 읽는 숙련공, 변화에 적응하는 조직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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