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철강 수입, 이제 '쇳물 국적'까지 캔다…정부, 조강국 증빙 의무화
산업통상부가 수입 철강재의 조강국(Melted and Poured) 확인을 의무화하는 수입관리 체계 구축에 나섰다. 원산지를 넘어 실제 쇳물이 생산된 국가까지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철강 수입관리 방식이 사실상 전면 개편될 전망이다.
산업부가 15일 행정예고한 '수출입 공고' 개정안에 따르면 수입승인 대상 철강재를 수입하려는 업체는 조강국 정보가 포함된 품질검사증명서(MTC)를 제출해야 한다. 조강국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에는 별도 증빙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정부가 조강국 확인에 나선 배경에는 우회수입 차단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부는 규제영향분석서에서 최근 저가 철강재 유입 증가와 함께 반덤핑 조치를 회피하기 위한 제3국 경유 우회수입 의심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통관 체계에서는 원산지 확인은 가능하지만 실제 조강국을 확인하기 어려워 우회수입 여부를 판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이에 정부는 수입 철강재의 정확한 정보 확인과 조강국 검증을 위해 품질검사증명서 제출 제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이를 불공정 수입재 유입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부분은 적용 범위다. 개정안에 포함된 대상 품목은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용융아연도금강판, 알루미늄-아연합금도금강판, 컬러강판 등 판재류를 비롯해 형강과 봉강, 선재, 스테인리스강, 특수강 등으로 확인됐다.
당초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산 열연강판과 후판 등 일부 품목 중심의 관리 강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개정안은 일반강과 스테인리스강, 특수강, 봉형강류까지 포함했다. 사실상 국내로 수입되는 주요 철강재 대부분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특히 대상 품목의 수입요령에는 한국철강협회 승인을 거쳐 수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서류 제출 의무화를 넘어 수입 철강재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성격으로 보고 있다. 조강국과 품질 정보가 정부와 협회에 축적되면 품목별 수입 동향과 우회수입 여부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강국 확인 의무화는 원산지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공급망 추적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후판 가운데 이란산 슬래브가 원료로 사용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해당 물량은 인도네시아에서 압연 과정을 거쳐 한국으로 유입됐지만 실제 쇳물 생산 국가는 이란으로 파악됐다.
원산지와 조강국이 서로 다른 구조에서는 최종 생산국만으로 원재료의 실제 출처를 확인하기 어렵다. 정부가 조강국 증빙을 의무화한 것도 이 같은 공급망 관리 공백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밀시트 제출 의무화 도입을 추진해 왔다. 올해 3월 관련 법적 근거를 마련한 데 이어 이번 행정예고를 통해 적용 대상 품목과 조강국 증빙 절차를 공개했다.
해외 주요국들도 이미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산업부는 규제영향분석서에서 미국과 인도, 캐나다, 멕시코 등이 철강 수입 모니터링 제도를 통해 밀시트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SIMA(Steel Import Monitoring and Analysis), 인도는 SIMS(Steel Import Monitoring System)를 운영하며 수입 철강재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한편 개정안에는 예외 규정도 포함됐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수입승인 신청 단계에서 관련 서류를 갖추기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신청서류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생략된 서류는 정해진 기한 내 보완 제출해야 한다.
앞서 일본 철강업계는 한일 철강회의에서 밀시트 제출 의무화와 관련해 사후 제출 허용 등 제도 운용상 보완을 요청한 바 있다. 향후 의견수렴 과정에서는 제출 방식과 예외 인정 기준, 시행 시기 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오는 7월 6일까지 의견수렴을 진행한 뒤 관련 고시 개정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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