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日 철강업계, 열연강판 넘어 냉연강판까지…철강 판재류 전면 반덤핑 맞불
일본 정부가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AD) 조사에 공식 착수했다. 일본 철강업계가 제기한 신청을 받아들여 조사 개시를 결정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열연강판과 함께 냉연강판에 대해서도 별도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조사 개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이 올해 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종 반덤핑관세 부과를 결정한 데 이어 일본 역시 한국산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을 조사 대상으로 올리면서 한일 양국 모두 판재류를 대상으로 무역구제 수단을 활용하는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 "가격 못 올렸다"는 日…한국이 했던 주장과 비슷해
일본 재무성과와 경제산업성은 1일 한국·중국·대만산 열연강판 및 후판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같은 날 한국·중국·대만산 냉연강판에 대해서도 별도 조사 개시를 공표했다.
이번 조사는 일본제철과 JFE스틸, 고베제강, 나카야마제강이 지난 2월 27일 제출한 신청서를 토대로 이뤄졌다. 일본 정부 자료에 따르면 신청 기업들의 생산량은 일본 전체 열연강판 및 후판 생산량의 50%를 넘는다. 냉연강판 조사 역시 일본제철과 JFE스틸, 고베제강이 공동으로 신청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주목되는 부분은 일본 철강업계가 제시한 피해 논리다. 일본 정부가 공개한 신청서에 따르면 한국·중국·대만산 열연강판 및 후판 수입량은 2021년 122만5,949톤에서 2024년 10월~2025년 9월 기준 143만415톤으로 늘었다. 약 17% 증가한 수준이다.
일본 업체들은 한국산 열연강판의 덤핑마진을 3~20%, 중국산은 20~40%, 대만산은 3~20% 수준으로 주장했다.
신청서에는 한국·중국·대만산 제품의 판매가격이 일본산보다 낮게 형성되면서 가격 인상이 어려워졌고 제조원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도 거부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 업체들은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은 국내 철강업계에도 낯설지 않다. 한국 철강업계 역시 중국·일본산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 과정에서 저가 수입재 유입으로 국산 가격이 영향을 받았고 원가 상승 부담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해 왔다. 이후 정부는 일본산 열연강판에 31.58~33.43%, 중국산 열연강판에 28.16~33.10%의 최종 반덤핑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한일 양국이 사실상 비슷한 논리로 서로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중국·일본산 저가 수입재로 인해 가격 인상과 원가 전가가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한국·중국·대만산 수입재로 인해 자국 판재류 가격 인상과 원가 반영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다르지만 수입 증가와 가격 압박, 수익성 악화를 피해 근거로 제시하는 방식은 상당 부분 유사하다.
◇ 열연 이어 냉연까지…日 판재류 조사 범위 확대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냉연강판이다. 시장은 일본의 한국산 열연강판 조사 가능성에는 어느 정도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 열연강판뿐 아니라 냉연강판까지 별도 조사 대상으로 포함했다.
냉연강판 조사에는 일본제철과 JFE스틸, 고베제강이 참여했다. 일본 측은 한국산 냉연강판의 덤핑마진을 10~30%, 중국산은 30~50%, 대만산은 2~15% 수준으로 산정했다.
또 한국·중국·대만산 냉연강판 수입량은 2021년 83만818톤에서 2023년 87만4,353톤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수입량은 감소했지만 일본 내 수요 감소로 수요 대비 수입 비중은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냉연강판은 자동차와 가전, 산업재 등에 사용되는 대표 판재류다. 일본제철과 JFE스틸 등 일본 메이커들의 주요 수익 제품군 가운데 하나로도 꼽힌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열연강판과 냉연강판을 동시에 조사 대상에 포함한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일본 철강사들의 실적 흐름도 눈길을 끈다. JFE홀딩스의 2024회계연도 지배주주 귀속 이익은 918억 엔(한화 약 8,729억 원)으로, 전년 1,974억 엔에서 약 1,056억 엔 감소했다.
회사는 해외 시장 부진 장기화와 수출 수익성 악화 등을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2025회계연도 순이익 전망 역시 750억 엔 수준으로 내놓은 상태다.
일본제철 역시 최근 실적 발표에서 고부가 판재 가격 인상과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해외 시장 둔화와 채산성 악화를 부담 요인으로 언급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일본 측 시각도 확인된다. 일본 업체들은 열연강판의 경우 중국산 덤핑마진을 최대 40%, 냉연강판은 최대 50% 수준으로 제시했다. 한국산보다 높은 수치다. 조사 대상이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까지 포함된 배경으로도 해석된다.
이번 조치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이를 둘러싼 각국의 무역구제 강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은 중국산 열연강판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했고 한국 역시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최종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도 일부 철강 제품에 대해 무역구제 조치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 역시 최근 한국·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고 우회방지 제도도 도입했다. 여기에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조사까지 더해졌다.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무역구제 수단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일본산 열연강판에 관세를 부과했고 일본은 한국산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조사에 착수했다”라며 “양국 모두 판재류를 둘러싼 통상 대응에 나선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시장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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