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내수 절벽에서 마주한 수출 돌파구
지난해 국내 철근 총수요는 666만 톤으로, 800만 톤 선이 무너진 지 불과 1년 만에 다시 700만 톤 선마저 붕괴했다. 2000년대 들어 사상 최저치이자, 4년 연속 수직 낙하다. 건설 현장의 멈춤 신호는 제강사들의 가동률을 50%대까지 끌어내렸고, 업계는 고정비 부담과 적자의 늪에서 신음해 왔다.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지난 연말부터 들려온 ‘철근 수출 급증’ 소식은 가뭄 끝의 단비와 같다. 올해 초 1~2월 선적 물량으로만 약 30만 톤의 수출 계약이 성사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월평균 출하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물량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가동률 회복은 물론 내수 시장의 과잉 공급 해소 기회가 열린 것이다.철근 수출 드라이브의 핵심은 단순한 물량 밀어내기가 아니라 ‘수익 구조의 역전’에 있다. 특히 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무려 1,908%나 폭증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 현지 철근 가격이 톤당 1,000달러 수준을 상회한 가운데 수출 계약가격은 FOB 기준 530~540달러로 알려졌다. 50%의 높은 관세를 고려하더라도 미국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으면서 충분히 남는 장사가 되는 상황이다.수출 물량 증가는 내수 시장의 수급 타이트 현상을 유발해, 바닥을 기던 국내 철근 가격을 지지하는 효과를 낳았다. 상당 물량을 해외로 돌리면 국내 유통 물량은 자연스럽게 타이트해진다. 이는 수요가 최악인 상황에서도 수급 균형을 조금이라도 맞출 전략적 선택이 된다. 실제로 1월에 철근 유통가격이 상승한 것은 ‘물량이 부족할 것’이라는 심리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설 연휴를 앞두고 최근 2주간 보합세를 유지 중이었지만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 상승세와 맞물려 수출이 내수 가격 정상화의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가동률 하한선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 고정비 비중이 높은 장치산업인 제강업에서 가동률 50%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수준이다. 월평균 출하량의 상당 부분을 수출로 돌릴 수 있다면, 공장을 세우지 않고도 재고를 털어내며 설비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물론 수출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관세 장벽은 언제든 수출 전선을 위협할 수 있다. 50%에 달하는 관세 속에서도 수익이 나는 현재의 가격 구조가 무너질 경우, 수출 동력은 급격히 상실될 수 있다.수출이 아무리 급증했어도 연간 112만 톤이나 증발해 버린 내수 감소분을 완전히 대체하기에 여전히 역부족이다. 또한 철스크랩 가격 상승은 수출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제강사의 마진을 압박하는 양날의 검이다.제강사들에게 작금의 수출 호조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소중한 동력이다. 이번 기회에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출 노선을 다각화하고, 고기능성 철근 개발을 통해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단순한 업계의 자구책으로 치부하지 말고, 구조조정 외에도 제강사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적 보완에 속도를 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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