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패널 화재 취약성 재부각…컬러강판 품질 사각지대 여전

최근 충남 천안 이랜드패션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샌드위치패널 구조물의 화재 안전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철골조 창고 외벽과 지붕에 샌드위치패널이 적용된 이 물류센터는 화재로 건물 전체가 전소했고, 의류·포장재 등 가연물이 대량 적재돼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EPS·우레탄 등 유기단열재 심재, 그리고 패널용 컬러강판의 품질 관리 부실이 화재 확산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와 업계가 추진해 온 샌드위치패널·컬러강판 품질관리 강화 대책의 실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샌드위치패널은 공장·물류창고 등 산업시설 외벽·지붕에 널리 사용되나, 화재 시 유독가스 발생과 내부 심재 확산으로 대형 화재로 이어진다. 지난 15일 발생한 이랜드 물류센터 화재 역시 철골 구조물에 샌드위치패널이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응해 품질인정제도 운영 강화, 복합자재 품질관리서 제출 의무화, 무작위 현장 모니터링, 불법자재 신고센터 운영 등을 통해 제조–시공–유통 전 과정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한시 운영되던 ‘표준모델’은 올해 4월 폐지되어, 모든 샌드위치패널이 자재별 품질인정을 받아야만 사용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 하였다.

샌드위치패널에 사용되는 컬러강판은 부식·내화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은 패널에 적용되는 강판의 두께 기준과 도금량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본용융아연도금협회 연구에 따르면 아연도금층은 연간 약 7g/m²씩 감소하며,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은 약 20년간 부식 없이 유지된다. 반면 도금량이 부족할 경우 수년 내 도금층이 소실돼 녹 발생 및 구조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복합자재 품질관리서에는 강판 두께, 도금 종류, 도금부착량 등 주요 사양 기재가 필수이며, 준공 시 허가권자·품질인정기관에 제출하도록 해 생산–시공–감리 단계별 추적성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공 현장에서는 적청(녹), 도막 박리 등 품질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패널이 완제품으로 납품·설치될 경우 강판 제조업체·두께·도금량 등 사양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도금량 측정 또한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워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서도 KS 인증을 취득한 일부 중국산 컬러강판에서 도금량 미달 사례가 확인되었으며, 서류상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실제 공급되는 제품은 이에 미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로 유입되는 강판 두께 0.5T 미만 컬러강판은 내화 제품으로 사용할 수 없음에도 일부 저가·저품질 제품이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품질 확인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현장 검증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축안전모니터링에 따르면 △시공불량 △화재성능 미달 자재 사용 △단열재 정보 미표기 등 부적합 사례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일부 수입산 자재는 KS 마크만 표시될 뿐 제조사 정보가 없어, 시료 채취·분석조차 쉽지 않은 현장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철강협회 강건재분과는 국산 컬러강판의 투명한 유통체계 확립과 현장 식별성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품 내 자율적 표기 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사·두께·도금량 등 주요 정보를 자재에 직접 표시해 기준 미달 철강재가 국산으로 가장돼 유통되는 문제를 차단하고, 품질이 우수한 국산 컬러강판이 소비자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