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금강판 판도 뒤집은 갈바륨강판…통계는 여전히 ‘기타강판’
도금강판 수입시장의 주력이 ‘아연도(GI)’에서 ‘갈바륨(GL)’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무역통계의 분류 체계가 현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갈바륨 수입이 여전히 ‘기타도금강판’으로 묶여 산업 변화가 통계 밖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HS코드와 수입 통계의 괴리가 커지면서 정책 판단과 수입 관리가 현실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 코로나 시기 KS 인증 러시…이후 갈바륨 수입 본격화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철강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2020~2021년을 기점으로 KS 인증을 대거 취득하며 한국시장 진입 기반을 다졌다. 산둥푸하이, 화운신재료, 당산동강금속판재 등 주요 업체들이 KSD 3770(용융 55% 알루미늄-아연 합금 도금강판)과 KSD 3862(도장 갈바륨) 인증을 잇달아 확보했다.
도금강판 수입시장의 주력이 ‘아연도(GI)’에서 ‘갈바륨(GL)’으로 바뀌고 있는 가운데 무역통계의 분류 체계가 현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철강금속신문DB대표적인 사례로 산둥푸하이머티리얼즈테크놀로지공사는 2020년 3월 18일 한국표준협회로부터 KSD 3770 인증을 취득했다.
같은 해 1월에는 산동화운신재료유한공사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에서 같은 규격의 인증을 받았다. 이들 업체는 모두 산둥성 빈저우시 일대에 위치해 있으며, SGLCC AZ90·AZ120 등 다양한 갈바륨 등급을 포함해 인증 모델을 등록했다.
이후에도 인증 취득이 이어졌다. 당산동강금속판재제조유한공사는 2023년 9월 13일 KSD 3770 인증을, 북강카이징신형광과기유한공사는 2024년 10월 23일 같은 표준의 인증을 받았다. 또 복건카이징신형과기재료유한공사는 2024년 10월 23일 KSD 3862(도장 갈바륨) 인증을 추가로 취득했다.
중국산 갈바륨 관련 KS 인증 업체 다수는 중국 산둥성과 복건성 등 동부 연해지역에 집중돼 있으며, 실제 수출 기반과 항만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인증기관은 한국표준협회와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등 국내 공인기관을 통해 이뤄졌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중반 동국제강(현 동국씨엠)이 이미 갈바륨 설비를 도입해 제품 생산 기반을 구축한 바 있다. 반면 중국은 이 시기 KS 인증을 통해 뒤늦게 한국시장 진입 통로를 확보한 셈이다.
◇ 통계로 드러난 변화…‘기타도금강판’, 아연도강판 추월하나?
코로나19 확산 이전 기타도금강판 수입은 20만 톤을 밑돌았으나 2023~2024년 들어 인증 제품의 물량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특히 부산 등 주요 입항지를 중심으로 갈바륨 제품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되는 물량 대부분이 GL”이라며 “코로나 시기 인증받은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인 출하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철강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산 기타도금강판, 즉 갈바륨 제품이 포함된 항목의 수입량은 2020년 15만1천 톤에서 2021년 26만8천 톤으로 크게 늘었다.
2022년에는 18만4천 톤으로 일시적으로 줄었지만, 2023년 26만4천 톤으로 회복했고 2024년에는 39만6천 톤으로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이미 28만2천 톤이 들어와 연간 기준으로는 30만 톤 중후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 수입량은 2016년 101만8천 톤을 기록한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0년에는 55만1천 톤으로 줄었고, 올해는 9월까지 38만1천 톤 수준에 그쳤다.
비중으로 보면 2015년에는 기타도금강판이 10만8천 톤, 용융아연도금강판이 70만9천 톤으로 약 15퍼센트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각각 39만7천 톤과 56만9천 톤으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올해 누계 기준으로는 기타도금강판이 용융아연도금강판의 70퍼센트를 넘어서며 빠른 속도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인 2020년과 2021년에 중국 업체들이 KS 인증을 대거 취득한 뒤, 2023년부터 인증 제품 중심의 수출이 본격화했다”라며 “수입시장의 중심축이 용융아연도금강판에서 갈바륨으로 완전히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분류 체계 공백…“GI·GL·ZAM 최소 3분류로 정비해야”
현재 HS코드상 도금강판 세분화는 ‘용융아연도금강판’까지만 명시돼 있다. 그 외 도금 제품은 모두 ‘기타도금강판’으로 통합돼 수입 통계가 이뤄진다. 산업규격(KS) 체계상 갈바륨 규격이 존재하지만, 통계상으로는 실체가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GI, GL, ZAM은 기술적 특성이나 사용처가 다른 제품군”이라며 “수입 통계와 품질 관리, 저가 수입 대응을 위해 최소 3분류 이상으로 체계 재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금강판 제품군은 아연도(GI)에서 갈바륨(GL), 삼원계(ZAM)로 갈수록 내식성·내열성·공정 난이도와 단가가 모두 높아지는 구조다.
철강업계는 이번 변화를 도금강판 산업의 고부가 전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제조사 관계자는 “GI 중심의 기존 체계로는 시장의 기술적 변화를 반영하기 어렵다”라며 “통계와 코드 정비가 늦어지면 산업정책 역시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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