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특수선으로 재도약…고부가 철강 후판이 받친다
국내 조선업계가 LNG선 중심의 흐름에서 벗어나 해양플랜트와 군수용 특수선 등 고부가 선박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상선 수주가 일시 정체된 가운데, 방산·에너지 수요와 맞물린 틈새시장 공략이 실적 회복과 포트폴리오 전환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는 최근 해양플랜트와 특수선 부문에서 동시에 수주를 따내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특수선 신규 수주액은 전년 대비 96% 늘었다. 틈새로 분류되던 특수선 시장이 이제는 상선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화오션은 해양·특수선 부문 매출 비중을 2021년 16.5%에서 지난해 25.1%까지 끌어올렸고, 매출은 같은 기간 2배 이상 확대됐다. HD현대중공업도 올해 특수선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58.6% 늘린 16억 달러로 설정했고, 이 중 12억 달러는 해외 수주를 겨냥하고 있다.특수선 시장의 확대는 방산협력 및 글로벌 유지보수 사업과도 연결된다. HD현대는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MSC) 정비사업 입찰에 참여하며 연간 4~5척 규모의 계약을 추진 중이다.이와 함께 인도·중동 등 신흥국과의 방산 협력, 유럽 조선사와의 기술 제휴 등도 강화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고부가 선박 중심 수주로 이어지며 조선 산업의 질적 전환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기술 진화도 한 축이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 전동화’, ‘무인 함정 개발’, ‘수출형 전투함 고도화’를 3대 전략으로 설정하고, 최근 MADEX 2025에서 무인전력 기반 스마트함정을 선보였다. 한화시스템도 유무인 협업체계(MUM-T) 기반의 무인수상정을 공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여기에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이 함께 추진 중인 고망간강 기반 함정 신소재 공동개발이 시선을 끈다. 포스코가 독자 개발한 고망간강은 비자성 특성과 우수한 강도를 동시에 갖춘 특수강으로, 기뢰 대응이나 무인 함정 등에서 생존성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소재다. 양사는 이를 바탕으로 기뢰부설함, 소해함, 무인수상정 등에 고망간강을 실선 적용하고, 실전 투입을 위한 연구개발에 착수했다.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철강 수요 구조의 질적 전환을 상징하는 장면으로도 해석된다. 조선용 후판 시장이 오랫동안 수입재·대체재 중심의 가격 경쟁에 몰려 있었다면, 방산·특수선 프로젝트는 정품 기반 고기능 후판 수요를 유도하며 후판 시장의 재편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업계 관계자는 “방산용 특수선은 단가보다 인증과 기능성이 핵심”이라며 “수입 대응보다는 국산 중심의 고부가 후판이 본격적으로 부각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포스코는 MADEX 기간 중 ‘함정 생존성 향상을 위한 신소재 개발’과 ‘비자성 고망간강의 특수함정 적용’ 관련 기술 세미나를 통해 고망간강의 실전 적용 가능성을 강조했고, HD현대중공업은 이를 중심으로 국산 함정 소재 패키지 전략을 강화할 방침이다.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의 특수선 확장은 단순한 수주 증가를 넘어 철강업계에도 고부가 전략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정품 중심의 유통 구조 재편과 기능 경쟁 강화 등 시장 구조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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