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의 철강 오디세이] ‘일본제철의 환생’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컬럼(기고) 2025-05-21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pentagram700@naver.com)

하시모토 에이지(橋本 英二) 일본제철 회장의 경영혁신 성공 요인을 분석한 ‘일본제철의 환생’이 번역 출간되었다.

하시모토 회장은 히토츠바시대학 상학부를 졸업하고(1979년) 같은 해 일본제철에 입사했다. 초기에는 직언하는 성격으로 인해 상사와 갈등이 있었고, 이로 인해 해외 영업부서로 배치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계기를 통해 그는 글로벌 감각과 전략적 안목을 키울 수 있었고, 2019년 일본제철 사장에 취임한 뒤에는 그의 주특기를 발휘해서 불과 3년 만에 회사를 극적으로 반전시켰다.

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 제철소 개혁 성공에 힘입어 아르셀로미탈과 합작으로 인도에 진출하면서 지분 40%로 AM/NS인디아의 공동경영권을 확보했고, 현재는 US스틸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극적인 반전의 핵심은 두 가지다. 바로 고정비 혁신과 주 수익원인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 성공이다. 철강회사 경영자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다 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영자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이 두 가지다. 필자가 이 책을 소개하는 이유도 바로 하시모토 당시 사장의 이 점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2019년 사장으로 취임 후 2020년 3월 첫 결산에서 회사는 4조 3,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년 연속 적자였다. 그러나 개혁 추진 2년이 지난 2022년 3월 결산에서는 6조 2,0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첫 번째 반전은 고정비 지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다. ‘고정비를 근본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이익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라고 생각한 그는 취임하자마자 일본에 있는 16개 사업소를 순회하기 시작했다. 그는 경영에서 모든 비효율의 근원인 잉여 생산능력을 개선하는 일부터 착수했다. 그 결과 2021년 3월 결산에서 약 2조 2,300억 원을 삭감했고, 2023년 3월까지 추가로 9,000억 원을 삭감했다.

그 내용 역시 놀랍다. 일본 내 6개 제철소의 생산 제품과 시장을 분석해서 고로 15기를 10기로 줄여 조강 생산능력을 20%나 줄였다. 열연, 도금 표면처리 등 휴·폐지하는 설비는 6개 제철소에 걸쳐 총 32라인에 달했다. 인원은 협력사 포함 1만여 명을 감축했다.

이러한 고정비 감축은 어렵지만 내부의 일이다. 두 번째 반전은 이보다 더 어려운 제품가격 인상이었다. 그는 20년 넘게 이어진 ‘선 출하 후 정산’의 문제점을 포착, 2021년 대형 자동차 회사와 교섭에서 ‘선 가격책정 후 출하’ 방식으로 변경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제철 하시모토 에이지(橋本 英二) 회장일본제철 하시모토 에이지(橋本 英二) 회장

그는 가장 먼저 주요 자동차사의 세부 조달 리스트를 파악하고, 국내외 철강회사의 공급 여건도 정밀하게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일본제철의 전기강판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바오산강철과 도요타자동차를 상대로 일본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렇게 밸류체인 상의 정보를 분석하고 상대의 약점을 파악한 뒤 그는 2021년 5월 ‘가격 인상 없이는 공급도 없다’고 선언했다. 자동차 부품이 하나라도 부족하면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차를 완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레버리지로 적극 활용했고 원하는 교섭을 이끌어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고급강 비율을 높여 2023년 3월 결산 한계이익을 2020년 대비 40%나 증가시켰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이러한 개혁의 성과를 미래의 비전과 연동시켰다는 점이다. 일본제철은 아르셀로미탈과의 합작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으며, 지금은 US스틸 인수를 추진하고 수소환원제철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2018년 일본제철 이사회는 아르셀로미탈과 합작으로 인도의 에사르스틸 인수 MOU 체결을 결의했다. 당시 부사장이었던 하시모토는 이 인수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일본에서 반제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가공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 수요 지역에 생산거점을 확보해서 쇳물부터 제품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 AM/NS인디아는 신규로 총 1조 4,000억 원을 투자해서 자동차용 강판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아르셀로미탈과는 미국 앨라배마주 캘버트에 AM/NS캘버트를 설립, 2024년 상반기부터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가동하고 있다. 인도와 마찬가지로 자국 생산 우선주의로 내달리는 미국에 안착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현지생산에 대한 강조는 급기야 2023년 12월 US스틸 인수 선언으로 이어졌다. 아직 최종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결국 일본제철이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시모토 회장은 수소환원제철 영역에서도 높은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제철은 2023년 소형 수소환원 시험로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3% 삭감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환원로 내 수증기 발생에 따른 흡열반응을 극복하기 위해 수소를 1,000℃ 이상의 고온으로 달궈 불어넣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환원로 내 고온 확보를 위해 2023년 11월 수소환원에 적합한 석탄을 생산하는 캐나다 엘크밸리소시스의 주식 20퍼센트를 취득, 지분법 적용회사로 만들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발맞춰 해외 현지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마땅히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두 회사 모두 일본제철의 하시모토 회장처럼 고정비를 감축하고, 가격 주도권을 확보할 때만이 해외 진출도, 장기적인 이윤 확보도 성공할 것이다. 설비 통폐합으로 잉여설비를 없애고 기술혁신으로 구축한 가격 협상력 없이는 국내 본거지가 먼저 주저앉을 수도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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