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입증 기회 필요”…고려아연 투자 판단 공방 본격화
고려아연 영풍 CI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의 투자 의사결정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법정에서 본격화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는 지난 2일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경영진 상대 주주대표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고 관련 쟁점을 심리했다.
이번 소송은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미국 전자폐기물 업체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씨에스디자인그룹과의 계약 등 세 건의 거래를 둘러싸고 경영진의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가리는 것이 핵심이다. 원고 측인 영풍은 해당 거래들이 이사회 승인 및 검토 절차 측면에서 문제가 있었고, 그 결과 약 4,000억원대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는 증거 확보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신청한 사실조회에 대해 쟁점 판단을 위한 배경 사실에 해당한다고 보고 채택했으며, 문서제출명령 신청과 관련해서도 원고 측 의견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내부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된 자료 확보 여부가 향후 재판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피고 측은 요청된 문서가 쟁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일부 거래는 이미 상환이 완료돼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제출 필요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손해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선관주의 의무 위반 여부에 대한 입증 자체를 제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언급하며 원고 측의 입증 기회 보장 필요성을 시사했다.
영풍 측은 투자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관련 내부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미국에서 진행 중인 디스커버리 절차와 별도로 국내에서도 병행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영풍은 최 회장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8개 펀드에 이사회 승인 없이 약 5,600억원을 투자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2021년 미국 전자폐기물 재활용 업체 이그니오홀딩스를 약 5,800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이 완전자본잠식 상태였음에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이 부인의 인척이 운영하는 씨에스디자인그룹에 수십억원 규모의 공사를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손해배상 책임을 넘어 경영진의 의사결정 범위와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에 대한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음 변론기일은 오는 6월 18일로 예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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