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BMW, 전기차 배선에 알루미늄 적용 확대
페라리와 BMW가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 차량에 알루미늄 배선을 확대 적용하며 완성차 업계의 구리 대체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먼저 도입한 알루미늄 배선 전환 흐름에 유럽 완성차 업체들까지 합류하면서, 향후 자동차용 구리 수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페라리는 지난해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296 모델의 전력 케이블에 알루미늄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최근 공개한 첫 전기차 루체(Luce)를 포함해 다른 차종으로도 알루미늄 배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페라리는 알루미늄 사용을 통해 전체 배선 중량을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는 차량 무게가 주행거리와 직결되는 만큼, 경량 소재 적용은 배터리 효율과 성능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BMW도 알루미늄 배선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BMW는 지난 2011년 소형차 1시리즈에 알루미늄 도체를 처음 사용한 이후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적용 범위를 넓혀왔다. 현재는 지난해 출시한 최신 eDrive 전기차 기술에 고전압·저전압 시스템 모두에서 다수의 알루미늄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도 최근 일부 구리 배선을 알루미늄으로 대체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스텔란티스는 관련 내용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완성차 업계의 알루미늄 배선 도입은 구리 가격 상승과도 맞물려 있다. 구리는 전기전도성이 우수해 전선과 전력 부품의 핵심 소재로 사용돼 왔지만, 최근 친환경 에너지, 전력망, 데이터센터 수요가 확대되면서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구리 가격은 톤당 1만5,000달러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반면 알루미늄 가격은 현재 톤당 약 3,100달러 수준으로, 구리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프랑스 케이블 제조업체 넥상스 관계자는 구리 가격이 알루미늄보다 약 3.5배 높아질 경우 제조사들이 알루미늄 대체를 본격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구리 가격은 알루미늄 대비 4.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알루미늄은 구리보다 전기전도도가 낮아 같은 전력을 전달하기 위해 더 많은 소재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 알루미늄 생산에는 많은 전력이 소요돼 탄소배출 부담도 존재한다. 미국 관세 등 통상 변수도 기업들의 소재 전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럼에도 가격 경쟁력과 경량화 효과가 부각되면서 자동차뿐 아니라 케이블, 냉난방 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알루미늄 대체 수요가 늘고 있다. 노르웨이 알루미늄 기업 하이드로는 구리 대체용 알루미늄 난방·공조 배관 판매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향후 관련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도 알루미늄 배선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월 정책 문건을 통해 기업들의 알루미늄 대체 사용을 장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바타(AVATR), 샤오펑(XPeng), 샤오미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알루미늄 배선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기차 부품업체 JONVER의 경우 알루미늄 배선 제품 매출 비중이 2023년 약 20%에서 올해 약 30%까지 상승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가격 경쟁이 치열해 원가 절감 필요성이 큰 데다, 차량 경량화를 통한 주행거리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알루미늄 적용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테슬라 역시 알루미늄 배선 도입을 선도한 업체로 평가된다. 테슬라는 2019년 모델 Y에 알루미늄 배선을 적용한 데 이어 사이버트럭에도 관련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완성차 업체들은 테슬라 차량을 벤치마킹하며 알루미늄 배선 적용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알루미늄의 추가 침투 여지도 크다. 하이드로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와 주요 시스템을 연결하는 전기 배선용 버스바의 약 85%는 여전히 구리로 사용되고 있다. 향후 가격 격차가 유지될 경우 버스바와 케이블 등 주요 전장 부품에서 알루미늄 대체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JP모건은 올해 전 세계 구리 수요의 약 2%가 알루미늄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2030년에는 알루미늄 대체 비중이 연간 구리 수요의 약 6%까지 확대될 수 있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중국 컨설팅업체 줘촹은 전력, 자동차, 가전 부문에서 현재 구리로 사용되는 부품 가운데 금속 물량 기준 약 25~30%가 2030년까지 알루미늄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구리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가 장기화될 경우 알루미늄 대체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전력 인프라,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구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소재 대체 움직임은 주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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