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미래 강판의 길을 찾다
철의 시작부터 미래차 소재까지… 세계 유일 밀폐형 제철소
현대제철이 자동차용 강판의 미래를 당진제철소에서 완성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일관제철소인 당진제철소는 고로와 전기로를 모두 갖춘 복합 생산 체제로, 자동차 소재의 강도·연성·친환경성을 아우르는 연구개발의 중심지다. 최근 현대제철은 10년 넘게 개발해 온 ‘3세대 강판’의 상업화에 속도를 내는 한편, 제조 과정의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N.S.R 열처리 기술’을 확보하며 철강 산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했다.

현대제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밀폐형 원료 처리 시스템을 갖춘 제철소다. 대부분의 철강 원료가 분말 형태이기 때문에 개방형 설비에서는 바람이나 비에 의한 미세먼지와 오탁수 발생이 불가피하지만, 당진제철소는 원료 저장과 운송 전 과정을 완전 밀폐 구조로 설계해 이러한 환경 문제를 근본적으로 줄였다. 저장 4기와 배합 3기, 총 7기의 원료 돔은 간척지 지반의 특성과 해안 기후에 대응하기 위해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됐다. 당진제철소 부지는 간척 사업을 통해 조성된 탓에 지반이 비교적 약해 가벼운 구조 재료가 필요했고, 동시에 바닷바람과 염분, 태풍에 따른 부식 우려를 최소화해야 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내식성과 내구성이 뛰어난 알루미늄을 적용해 돔 구조의 안정성과 환경 안전성을 함께 확보했다.
돔과 선형 저장고를 잇는 총연장 101.63km의 밀폐형 벨트 컨베이어는 지상 60%, 지하 40% 구간을 따라 공정을 촘촘히 연결한다. 부두에는 CSU(연속식 밀폐하역기) 10대가 설치돼 원료를 자동으로 이송한다. 이 중 8대는 시간당 3,500톤, 나머지 2대는 2,500톤의 철광석과 부원료를 처리하며, 원료는 분광·정립강·펠렛 형태로 혼입돼 평균 2~3일 저장된 후 소결·코크스공정을 거쳐 고로로 투입된다. 제선 과정 전반은 외부 노출을 최소화한 구조로 설계돼 비산먼지와 오탁수를 줄이고, 악천후에도 조업이 중단되지 않는다.
또한 당진제철소는 공정 중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재활용하는 부생가스 발전소를 운영해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고로가스·코크스가스·전로가스를 자원화해 연간 약 500만MWh의 전력을 생산하며, 이는 세종시 인구 40만 명이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당진제철소는 이를 통해 자체 전력의 약 90%를 충당하고 있다.
고로 지구로 이동하면 세 기의 고로가 101m 높이로 늘어서 있다. 이 고로들에서는 1,200℃ 이상의 열풍이 불어오르고, 쇳물(용선)은 1,400℃의 온도에서 ‘토페도카’에 실려 제강 공정으로 향한다. 이후 연주를 통해 슬래브가 만들어지고, 열연 라인에서는 왕복 압연으로 두께를 줄여 제품화를 거친다. 평균 25톤, 최대 35톤에 달하는 열연 코일이 권취대를 돌아나갈 때마다, 철광석에서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현대제철의 일관 생산 체계가 한눈에 드러난다.

3세대 강판 상용화 눈앞… ‘친환경 공정 혁신’ N.S.R 열처리기술까지
다음으로 2냉연공장에 방문했다. 이 구역은 외장부터 밀폐형이다. 사람과 차량의 출입은 엄격히 통제되고, 공기 중 이물질까지 공정 변수로 취급된다. 그리고 2냉연 공장에는 PL/TCM(연속산세압연설비)과 도금 라인 사이에 자리 잡은 새 열처리 구간이 있다. 이곳은 현대제철이 10년 넘게 개발해 온 ‘3세대 강판’의 제조 핵심 공정으로, 달군 판재를 초당 50℃ 이상으로 급속 냉각(퀜칭)해 페라이트·템퍼드 마르텐사이트·잔류 오스테나이트가 공존하는 미세조직을 만든다.

이전 세대 강판과 비교하면 진화의 폭이 뚜렷하다. 1세대 고장력강은 비교적 연성이 높지만 강도가 낮았고, 2세대 초고장력강은 강도는 높았으나 성형성이 떨어졌다. 반면 3세대 강판(3rd Gen AHSS)은 두 특성을 모두 확보했다. 강도는 1.2GPa급으로 기존보다 높지만, 연신율은 유지돼 복잡한 부품 형상에도 대응할 수 있다. 충돌 시에는 단단하게 버티면서도 균일하게 구겨져 충격 에너지를 흡수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3세대 강판은 차체 하중을 지탱하는 프런트 사이드 멤버, 루프 사이드, 센터 필러, 범퍼빔 등 자동차의 핵심 구조 부품에 적용된다. 현재 현대차그룹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성형성 및 충돌 내구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모든 평가가 마무리되는 대로 2026년 본격 상업화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제철은 강판 개발뿐 아니라 제조 과정의 탄소 감축에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개발한 N.S.R(Normalizing + Stress Relief) 열처리 기술은 기존 구상화 열처리의 비효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한 공정 혁신이다. 기존 구상화 열처리는 냉간단조용 강재의 조직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30시간 이상 장시간 가열해야 했지만, N.S.R 기술은 두 단계를 결합해 공정 시간을 8시간 이내로 단축시켰다. 여기서 ‘노멀라이징(Normalizing)’은 강재를 달궜다 식혀 속 조직을 균일하게 만드는 과정이고, ‘스트레스 릴리프(Stress Relief)’는 가공이나 냉각 중 발생한 내부 응력을 풀어주는 과정이다. 이 두 공정을 조합해 시멘타이트(탄화철, Fe₃C) 입자를 미세하고 균일하게 분포시킨 것이 핵심으로, 강도의 균일성을 확보하면서도 탄소 배출을 약 40% 줄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NET(신기술 인증)을 획득하며 기술력을 공식 인정받은 이 공정은 실제 자동차 차동기어 냉간단조 부품에 처음 적용돼 30만km 주행 내구 시험을 통과했고, 올해 12월부터 투싼·쏘나타·아반떼 등 주요 차종 본격 양산될 예정이다. 특히 차동기어 양산에 적용하면 연간 약 24억 원의 원가 절감과 1,624톤의 탄소 배출 감소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성과는 제강사인 현대제철과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가 원재료 단계부터 완성차까지 긴밀하게 협업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열처리 공정의 효율화는 단순한 에너지 절감을 넘어, 2050 탄소중립 전략에 한 걸음 더 다가서는 산업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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