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업계, 수요업계와의 ‘디커플링’ 심화로 제조 기반 붕괴 ‘진행 중’
국내 철강업계와 수요업계의 ‘디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 또는 '연결고리 분리'를 뜻하며, 원래 함께 움직여야 할 경제 지표나 국가 경제, 혹은 고객 가치사슬의 단계들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특히, 엔데믹 이후 국내 수요가들이 구매정책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전방산업의 경기 호조가 철강업계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전방산업 경기가 회복되면 연관 철강 수요도 증가했으나 엔데믹 이후에는 오히려 중국산 수입재가 증가하면서 철강업계의 성수기가 사라지는 동시에 공급망 혼란과 국내 제조 기반 붕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철강산업과 수요산업의 디커플링 사례로 손꼽히는 조선업의 경우 최근 3~4년 동안 컨테이너선과 LNG선박 위주로 상당한 호황을 누렸지만 국내 후판업계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조선업계가 중국산 수입재 후판 구매를 늘린 데다 아예 선박 블록을 중국에서 수입해 오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후판 뿐만 아니라 STS강관과 STS봉강 및 STS선재, 특수강봉강과 주단강 등 상당수 철강 품목은 국내 조선업 경기 호조의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비단 조선 뿐만 아니라 중장비와 기계 등 각종 산업재 또한 팬데믹 이후 국내 철강업계와 ‘디커플링’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범용제품 비중이 높은 건설업의 경우 사실상 국내 철강업계와 ‘무관한 산업’이 되고 있다.
보통강선재, 중국산 시장 잠식에 따른 디커플링 심화로 성수기 사라지고 제조기반 붕괴특수강선재, 엔데믹 이후 중국산 소재 및 부품의 시장 잠식 심화, 보통강선재 전철 우려
선재업계의 경우 철강산업 전 품목 중 수요산업과의 연관성이 가장 크게 파괴된 품목이라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건설 부문을 주력으로 하는 연강선재와 대다수 경강선재 품목의 경우 이미 국내 수요와 철강 판매는 따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지 오래다.
경강선재 또한 자동차용 스프링과 일부 고기능 와이어로프 제품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국산 수입재가 국내 시장을 잠식한 지 오래다.
연강선재와 경강선재 등 보통강선재의 경우 소재 뿐만 아니라 대다수 가공제품 또한 중국산 수입재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연강선재 가공제품의 경우 결속선과 소둔선, 강섬유 등 일부 품목을 국내 수요가들이 채택하고 있을 뿐 철선과 철못, 철망과 철조망 등 상당수 품목은 완제품 시장 또한 중국산이 잠식한 상황이다.
보통강선재의 경우 중국산 수입재 시장 잠식으로 국내 제조기반이 무너진 상황이다. 사진은 코스틸의 연강선재. (출처=코스틸)중국산 수입재의 시장 잠식으로 인해 보통강선재 업계의 경우 엔데믹 이후로는 사실상 ‘성수기가 사라진 시장’이 되었으며, 공급망 혼란을 넘어 제조기반이 붕괴된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로 연강선재는 포스코가 포항1선재 공장을 폐쇠하고, 코스틸이 유통업으로 전환하면서 국내 제조 부문에서는 제이스코홀딩스만 남았다. 경강선재 또한 영흥이 창원공장을 매각하고, 상당수 업체들이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생산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문제는 팬데믹 이후 국내 선재업계가 주력하고 있는 특수강선재도 중국산 소재와 부품의 시장 잠식이 심화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STS선재를 포함하여 기계구조용 탄소강과 공구강, 쾌삭강 등 주요 특수강선재와 가공제품들의 경우 팬데믹 이후 국내 수요가들이 구매정책을 변경하면서 중국산 수입재의 비중이 점차 상승하고 있다.
기존에는 일부 신선업계에서 중국산 원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완제품 생산 대기업들이 중국산 가공부품 채택을 늘리면서 신선업계와 가공부품업계가 동시에 어려움을 맞고 있다.
이는 보통강선재가 이전에 겪은 상황과 유사하며, 이로 인해 특수강선재 또한 국내 공급망 혼란과 함께 제조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용접재료, 2024년 중국산 채택 확대에 위기 증폭, CHQ선재도 車 부문 개방 소문에 ‘속앓이’첨단산업 부문은 수요 적어, 관세·인증 개편 통한 수입 규제 강화 및 공급망 협력 확대 필요
현재 국내 선재업계에서 그나마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고 있는 품목은 용접재료와 CHQ선재 정도이다. 최대 수요처인 조선 및 자동차업계에서 국내산 소재 및 가공제품을 우선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2024년 이후 해당 품목들도 시장 지위를 위협받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용접재료의 경우 2024년부터 완성차업계가 중국산 수입재를 채택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영업 담당자는 “건설 부진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완성차업계의 구매정책 변경으로 타격이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하지만 뚜렷한 해법이 없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철강업계 내에서는 국내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차그룹이 CHQ선재와 파스너 부문까지 중국산 수입재에 조달 부문을 개방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사실 국내 선재업계의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는 분야이다. 건설 및 산업재 부문이 시장 개방으로 인해 사실상 중국산 수입재에 점령당한 상황에서 자동차 부문까지 개방될 경우 국내 선재업계는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본지에서 포스코와 신선업계, 파스너업계와 완성차업계를 확인한 결과 국내 생산 자동차의 경우 아직 개방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글로벌 기준으로는 이미 전 분야를 개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동차업계가 CHQ선재와 파스너 구매정책을 변경한다는 소문에 선재 및 파스너업계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케이피에프의 자동차용 파스너. (사진=케이피에프)파스너조합 정진우 전무는 “현대차그룹의 경우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경우 국내산 CHQ선재로 만든 파스너만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준에서는 이미 구매정책을 변경하여 중국산 수입재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조달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해외 생산이 많기 때문에 해외 공장에서까지 국내산 제품만 채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선재업계는 중국산에 시장을 완전히 빼앗긴 보통강선재는 물론 팬데믹 이후 진행된 수요가들의 구매정책 변경으로 인해 특수강선재 또한 공급망 혼란과 제조 기반 붕괴의 과정을 겪고 있다.
문제는 국내 완제품 가격보다도 중국산 수입 소재가 싼 상황에서 품질 격차마저 좁혀져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우주항공과 방위산업, 원자력과 LNG, 반도체 등 첨단산업향 신수요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당 신산업 부문의 경우 제품 가격은 높은 편이나, 수요가 워낙 적은 탓에 기존 수요를 대체하지는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선재 및 가공업계에서는 중국산 수입 소재 및 가공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와 KS인증 개정 등을 통한 수입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소재-부품-완제품 업계로 이어지는 공급망 협력 강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철강금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야드 고객센터
경기 시흥시 마유로20번길 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