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연강판 유통價 약세 지속…12월 철강업황, 여전히 ‘바닥 다지기’ 국면

국내 열연강판 유통가격이 12월 들어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말 수요 공백이 길어지며 거래가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유통가격 역시 조정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흐름을 계절적 요인에 따른 단기 조정으로 보기보다는 국내 철강업황 전반이 여전히 회복 국면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수요 회복 지연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과 중국발 공급 변수까지 겹치며 2025년 하반기 철강시장은 뚜렷한 반등 신호를 찾기보다 저점 구간을 확인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연말 수요 공백 속 열연강판 유통가격 약세 

철강업계에 따르면 12월 중순 기준 국내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국산 정품이 톤당 80만~81만 원 선으로, 전월 대비 1만 원가량 하락했다. 수입대응재는 75만~76만 원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중국산 등 수입산 열연강판 가격 역시 톤당 74만~75만 원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수요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유통가격 전반이 약세 구간으로 이동한 모습이다.

이번 가격 조정은 급격한 하락보다는 완만한 조정에 가깝다. 연초 이후 이어져 온 가격 흐름을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추가 하락 압력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거래 감소가 먼저 나타나며 가격 조정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가격 변동 폭보다 체감 거래 감소 폭이 더 크다는 점에서, 유통시장의 부담은 가격보다 물동량 측면에 집중돼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유통시장의 체감 수요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연말 특유의 재고 축소 흐름과 맞물려 신규 수요가 크게 줄었고, 물동량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가격 하락 폭 자체는 제한적이지만 거래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말로 갈수록 수요 자체가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라며 “가격이 급격히 무너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물동량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연초 이후 가격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반덤핑 잠정관세 이후 수입 환경이 이전과 달라진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정상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반등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 수요 회복 지연 속 하반기 업황, 반등보다 저점 확인?

최근 열연강판 유통가격의 약세는 2025년 하반기 국내 철강업황 전반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하반기 들어 상저하고 흐름에 대한 기대가 제기됐지만 12월 현재까지 업황이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주요 철강사들은 2분기 이후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원가 안정과 제품 믹스 조정에 따른 수익성 관리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을 중심으로 한 내수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글로벌 통상 환경이 악화하면서 출하와 물동량 측면에서는 뚜렷한 개선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하반기 들어 한국 철강 수출은 위축 흐름이 뚜렷해졌다. 미국의 철강 관세 인상과 유럽연합(EU)의 수입 규제 강화가 동시에 작용하며 대외 여건은 이전보다 불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의 관세율 인상은 철강사의 비용 부담을 직접적으로 늘리며 수출 채산성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내 조강 생산과 내수 소비는 감소하고 있지만, 내수 부진을 보완하기 위한 수출 물량은 오히려 늘어나며 글로벌 가격 형성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감산 정책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단기적으로는 수출 확대가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 가격 반등을 기대하는 시선은 여전히 있지만, 현재 흐름은 반등보다는 저점 확인에 가깝다”며 “업황의 방향성은 수요 회복 여부가 확인된 이후에야 보다 분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