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까지 얽힌 우회 수출…관세만으론 못 막는다
반덤핑 관세가 본격화하자 철강시장이 또 다른 국면에 들어섰다. 통계상으론 수입이 줄어든 듯 보이지만, 물류 현장에선 경유지와 원산지를 가늠하기 힘든 물량이 늘고 있다. 우회 수출과 이란산 논란은 시장 신뢰를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기자가 최근 철강업계를 취재하며 가장 자주 듣는 단어는 ‘우회’다. 중국과 일본산 물량이 직접 들어오기 어려워지자, 동남아를 경유한 형태로 물량이 다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류상으로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산으로 표시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산과 다를 바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철강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산 아니겠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란산 논란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국제 제재 국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란산 슬래브가 중국으로 수출된 뒤 철강재로 가공되어 한국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통계만으론 출처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제재 체계와 현실 거래 사이의 간극이 시장 신뢰를 흔드는 대목이다.
원산지를 명확히 검증하기 어려운 구조, 그리고 가격만 바라보는 수요업계의 관행이 맞물리며 회색 지대가 넓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값이 싸면 원산지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발언도 들린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반덤핑 제도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점이다. 관세라는 장벽을 세워도 물량은 경로를 달리해 다시 들어온다. 제도의 허점과 통관 관리의 한계, 수요업계의 무관심이 동시에 작동하면 시장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본지와 만난 업계 관계자는 “관세보다 더 무서운 건 신뢰 붕괴”라며 “우회 수출된 소재나 이란산 등 원소재 정체가 불분명한 철강재가 사용될 경우, 국내 철강 수출은 물론 이를 활용한 완성재 수출의 신뢰도까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번 문제는 수입을 막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제도와 현실이 어긋난 틈을 타 원산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시장이 신뢰를 지키지 못한다면, 값싼 철강의 대가는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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